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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딸에게 시각장애인 소개시켜주려던 엄마

.. 조회수 : 3,623
작성일 : 2018-09-03 09:40:53
예전에 82 글 읽다가 ,, 이모가 이혼남인지 누구였는지 하여튼 되게 안좋은 사람을 원글님에게  
결혼전제로 만나보라 해서 원글님이 자기 엄마에게 말했더니 엄마가 크게 화내고 자매(원글의 이모) 사이에 
연 끊었다 ,, 이 글 읽었던 게 오늘 문득 생각나서 적어봐요. 


제 엄마는 사이비종교를 독실하게 믿었고 순결에 대한 믿음이 강했어요.    
어릴 때부터 자식들 이성관계에 간섭 심했고 부모가 정해준 사람하고 결혼해야 했고 
저랑 제 형제들은 당연히 그런 종교취향 아니어서 각자 몰래 연애하면서도 
언젠가는 우리도 결혼할텐데 어떻게 부모하고 부딪쳐야 할까 그런 걱정들을 했어요. 


동생들은 저보다 여우같고 센스있어서 연애해도 엄마에게 속이고 잘 지냈는데 
저는 다른 자식들보다 유독 엄마를 좋아했고 또 비밀을 잘 숨기지도 못하는 성격이어서 
어느날 남자친구와 싸우고 그 고민을 엄마에게 털어놨는데 엄마는 
제가 사귀는 사람 사이에 어떤 큰 고민이 있다는 문제보다도 
당신의 딸이 남자를 만났고,, 그 남자랑 잤고,, 더럽게 즐겼고,, 그 생각에 집중을 했고 
그 날 엄청 두들겨 맞고 연 끊자는 소리까지 들었어요. 너무 충격받았고 슬픈 날이었어요. 


그 일 있기 몇달전이었나 .. 엄마가 저 불러놓고 넌지시 얘기했어요. 
아는사람 아들이 있는데 그 사람이 눈 한쪽이 안 보이는데 사람은 착한 사람이란다 만나볼래? 
저는 아주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엄마 말 거절하고 넘어갔는데.. 
몇년이 지난 지금도 엄마의 그 말이 충격적으로 다가와요. 


내가 어떤 남자를 자연스럽게 만났는데 그 남자가 장애가 있다. 이런 것도 아니고 
부모 소개로 남자를 만나는데 눈 한쪽이 없는 사람을 자기 친딸에게 소개시켜주려는 엄마가 
상식적인 건지?저는 당시에 미혼 20대 중후반이었고 신체적 장애 없고 4년제 나왔고 
외모는 키 작고 사람들이 순하게 생겼다 귀엽게 생겼다고 하시고 아직 절 이십대 초반으로 보는 분들도 있곤 해요.  
정신분열증 같은 심각한 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걸리는 점이 있다면 우울증이 있어서 상담 받던 중이었어요. 


슬픈 거는 제가 애인 만난다고 말해서 엄마에게 심하게 얻어 맞고 그 직후에 
엄마가 암에 걸리셨고 2년 투병하다가 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고통받다가 돌아가신 엄마 두고서 이런 생각 하면서 화 내는 나 자신에게 죄책감도 느껴지고 
한편으로는 또 화가 나는게 엄마 돌아가시기 몇달 전쯤 엄마에게 물어봤거든요. 
10년이든 20년이든 있다가 언젠가 엄마가 떠나시면 .. 이제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도 되냐고? 
그랬더니 자기가 좋은 남자 소개시켜줄 거라고. 그러니까 그거 기다리고 있으라고.. 
그렇게 말하고 엄마는 떠나버리셨네요.  
저는 솔직히 정말 이해가 안 가요... 자녀가 자유롭고 행복한 사랑을 하는 것보다도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자기의 신념을 고집하고 끝끝내 그러다 떠나셨다는게.. 


이 얘길 지금까지 제가 상담하는 선생님 빼고 다른 사람에게 한 적이 없어서
가끔 결혼이나 소개팅 관해서 생각하면 우리 엄마가 왜 그랬을까 싶은데,, 
글에 적으면 충격적인 일화는 그 소개팅 사연 말고도 여러가지로 많이 있습니다. 
종교에 빠져서 딸이 어릴 때 생리를 하든 밖에서 성추행을 겪든 전혀 케어를 안 하셨다는가... 
엄마 떠난지 이제 1년 됐고 이제 주변에 저에게 이상한 신념을 강요하거나 
절 불안하게 하는 사람이 없고 엄마 돌아가시면 제가 큰 충격 받고 
절망하지 않을까 걱정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엄마 가시고 나서 
제 마음이 더 안정되고 차분해 진 것을 느낍니다. 이런 내가 패륜 같고.. 
그러면서 내가 사랑하는 엄마가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에 또 슬프고.. 


그냥 적어봤어요.
머리로는 뭐가 옳고 그른지 알지만 자기 환경에서 수십년 자란 사람은 
사실 부모가 맞는데 내가 나쁘고 이상해서 못 받아들인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여러분들 보시기에도 우리 엄마 비상식적 인 거고 
저는 지금이라도 엄마 영향에서 벗어서 새 삶 사는게 맞는 거겠지요? 








IP : 183.101.xxx.30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djaak
    '18.9.3 10:31 AM (121.160.xxx.222)

    엄마가 님께 베푼 최고의 사랑은
    일찍 세상을 떠나주었다는 것...
    그것이 유일한 님의 행운입니다
    그래도 엄마가 나 사랑했는데, 그런 생각 접어두시고 자기 치유에만 전념하세요.

  • 2. 아마도
    '18.9.3 10:33 AM (122.31.xxx.117)

    댓글 쓰기 조심스럽네요.
    아마도 님께서 겪으시는 건 정상적인 범주에서 조금 벗어난 부모님을 둔 자식이라면 충분히 겪는 고통이라고 생각해요. 아마도 님뿐만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혼란일거에요.
    tV조선이라 신뢰는 안가지만 여튼 시그널이라는 프로그램에 이번에 나온 토굴에 갇혀있는 여인인가 보세요.
    아버지의 사회성 장애로 인해 두 자녀가 고통을 받고 학습되어 정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 이야기더라고요.게다가 어머니는 그 아이들을 사랑하기 보다는(제가 느끼기에는) 판단하고 비난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지 못해서 자녀들이 크게 상처를 받고 같이 안 살더라고요. 아직 방영중이라 결론이 어찌 날지 모르지만, 부모가 그래서 정말 중요한거 같아요. 물론 이 경우는 정도가 아주 심한 경우이긴 하지만요.
    부모가 아이에게는 전부라는 말. 그 말은 아마도 아이가 커가면서 세상을 배우지만 부모의 영향은 평생가기 때문에 그런거 같아요. 지금 님처럼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은 상식적인 것, 정상적인 생각과 부모님의 생각이 매우 다르다는 걸 알지만 양육자와의 감정, 영향 이런 것들이 혼란하게 섞여있어서 사리판단이 되어도 정서적 지지가 부족한거 잖아요.
    이런 정서적 지지를 그 누구와도 나눌수 없고(친구들과 나누기에도 버겁죠. 결국 약점이 되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수도 없이 하니까요) 정말 외로운거 같아요.
    좋은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어느정도 상쇄되긴 하지만 걔중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섞여있어서 더 삶이 힘들어지기도 하죠.
    그래도 긍정적인건 정상이라는 범주를 우리가 안다는 거고, 나이가 들어갈 수록 정상적이지 않았던 부모님또한 상처받은 인간들 중 하나였다는 생각에 연민이 생긴다는 거죠. 죽어도 이해는 안 되지만서도요.

  • 3. ...
    '18.9.3 10:49 AM (125.177.xxx.43)

    죄송하지만 엄마는 정신적 문제가 있었고 님은 이용당한거에요
    영리한 동생들은 다 알고 엄마 피해다녔는데
    다 잊고 님만 생각하세요

  • 4. 자존감
    '18.9.3 11:25 AM (222.120.xxx.44)

    없는 사람들 특징이 , 자신뿐 아니라 자식까지 희생시키려드는 것 같더군요. 개인의 희생 , 절대적 복종을 중요시하는 종교도 있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종교처럼 개인의 깨달음 해탈을 중요시 하는 종교도 있어요.
    어머님의 관점에서는 순결을 잃은 여자와 한쪽 눈이 안보이는 사람이 비슷한 조건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네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속한 자식도 같은 취급을해요. 돌아가신분은 본인의 뜻대로 사시다 가신 것이니, 원글님은 원글님 뜻대로 사시면 됩니다. 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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