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로 와서 향수병 걸려가며 열심히 살았어요.
작은 회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때 월급 80만원.
안양에서 회사가 있는 서초 방배동까지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인덕원역을 지나
과천을 지나 사당역과 총신대사이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주택가 사이를 걸어 방배고개에 있는 회사에
출퇴근을 하곤 했었죠.
그때는 이수역이 없었던 때고
이제 막 그쪽이 공사 시작했던 때라 꽤 혼잡스럽긴 했어요.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첫 사회생활 하려니
향수병도 걸리고
회사 사이코 사수를 만나 성격도 많이 바뀌었죠
어떤 이는 제가 말을 못하는 장애가 있는 사람인 줄 알 정도로
그때 참 혹독한 사회생활을 견뎌내고 있었어요.
월급 80이었어도 40만원 이상은 항상 저축하면서
열심히 살았었죠.
첫 월급이었으니 나중에 조금씩 오르긴 했지만요.
그때 출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김광석씨 노래를
얼마나 듣고 다녔던지..
주택가 길을 걸어 방배고개를 올라갔던 기억.
겨울이면 오르막 길가에 언 살얼음때문에
발가락에 쥐나도록 힘주며 출퇴근하고
한여름 출근길
버스에서 내려 주택가 골목을 진입하려는 순간
한쪽 샌들의 끈이 떨어져 신을 신고 걸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결국 그냥 신발 벗어 들고
맨발로 주택가 골목을 걷고
회사에 출근했던 기억들.
(그때 차안에서 신기하게 쳐다보던 시선도 생생하네요.ㅎㅎ)
맞은편 기사식당 음식도 맛있었고
상가들 옆에 있던 "엄마손 식당"의 음식 맛도 참 좋았어요
거의 대놓고 점심을 먹던 곳이라
센스있던 중년의 식당 사장님께서
오후에 출출한 시간쯤 되면 가끔 한번씩 김밥을 싸서
맛보라고 가져다 주시곤 하셨죠.
맛 볼 정도의 양이 아니고 간식으로 먹을 정도로 많았어요.
널찍한 항아리 뚜껑에 예쁘게 썰어 담아다 주셨던 김밥.
회사가 있던 건물 건물주 할아버지는
6층 본인 사무실에서 창 밖을 구경하시다
제가 업무 보고 방배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면
큰소리로 저를 불러대셔서 좀 창피했던 기억.
왜그렇게 저를 반가워하시던지.
자주 은행업무를 봤던 바로 옆 제일은행.
창구 언니들과 친해져서
한 언니는 저에게 소개팅을 주선해서
소개팅도 하고
참 재미있는 시간들을 많이 보냈던 거 같은데
너무 너무 힘들었던 시간도 많았고
정말 정말 즐거웠던 시간도 많았던
20대 초년생 추억속에 장소들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겠죠.
그때 그곳들은 이미 사라졌거나
아파트가 들어섰거나...
가끔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던
김광석씨, 이문세씨의 노래가 나오면
스무살때의 나를 추억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