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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무서웠던 초등학교때의 산수들.

삼계탕어쩔까 조회수 : 3,245
작성일 : 2018-08-15 13:43:49

3개월간 비어있던 옆집에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가족들이 며칠전에 이사를 왔어요.

그 부모님 나이는 저와 비슷한 사십대중반인데 늦게 결혼을 해서 이제 열살된 딸아이 한명만 두고 계시네요.


그 딸아이가 수학을 유난히 못해서, 방학때 이주동안 학교에서 운영하는 멘토링수업에 출석해야 했대요.

오름차순,내림차순 개념이 있는 덧셈,뺄셈.

거기에 나눗셈, 곱셈.


저도 사실은 초등학교때 유난히 수학을 못했어요. 그땐

산수라고 하잖아요.


그 산수시간만 되면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고, 겁나고..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러 다니고, 꾸러 다니는 것이었어요.


늘 술만 마시고 전혀 일을 하려고 하지않았던 아빠를 대신해서 엄마가 공장으로, 식당으로, 남의집 가정부로

열심히 일을 하러 다녀야 했는데 늘 엄마는, 월세내고 쌀사고 아빠에게 돈을 뜯기면 늘 남는 돈이 없다고 푸념이었어요.

그리고, 일수쟁이가 늘 우리집을 찾아왔었어요.

어릴때부터도, 아마 학교들어가기전부터 저는 돈을 꾼다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으면서 컸어요.

골목어귀에 들어설때부터 이미 일수쟁이들이 진을 치고 서있는 장면들을 많이 보면서 컸기때문에 돈을 빌린다,꾼다

라는 말이 참 싫었어요.


입에 풀칠하기도 바쁘고 늘 헛헛한 그 어린시절,

저는 안타깝게도 산수에 대한 개념도 없어서 저절로 공부못하는 아이로 자라났어요.

모두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운동장에 붉은 노을이 지고 바람이 살풋이 부는 그 저녁에

저는 선생님이 추려낸 공부못하는 서너명의 아이들과 함께 무릎꿇고 앉아 혼나기도 하고,

나머지공부도 해야 했어요.

저의 초등학교 생활을 되돌아보면, 늘 그렇게 쓸쓸한 교실풍경과 이해안되는 숫자들을 두고 나머지공부해야 했던

일들이 늘 생각나요.

나눗셈의 나머지처럼, 전 그렇게 늘 뒤처져 남는 아이였거든요.

선생님이 세자리숫자들을 짚단처럼 묶어놓고 옆집에서 꿔온다고 알려주면 저절로 신경질이 났어요.


옆집에서 빌려주지를 않는데 어떻게 빌리지?

나중엔 어떻게 갚을까


그런데, 중학생인 우리 큰애도

옆집아이처럼 열살무렵이었어요.

그개념을 알려주는데 우리 애도 빌리러 다니는것은 구차하고 싫대요.

저를 닮아 그런지, 우리애도 수학개념이 전혀 없었거든요.

어쨌든, 그 개념을 어렵게 어렵게 학원다니고 문제집을 풀고 하면서 알았는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공약수,공배수의 개념이 또..


초등저학년무렵부터 우리 아이도 가끔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 못올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나머지공부라는 말은 쓰지않는다고는 해요.

혼자서 남아있다가 오는 아이,표정 참 어둡고 힘들어보이더라구요.

그무렵에, 선생님이 제게 남겨주시던 문자.

수학공부를 더 하고 갈거니까 좀 늦을거라는 문자.


학원을 다니는데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던 딸아이의 수학실력.

방학인데도 이주나 학교에 다녀오느라 아침 8시30분전에 엘리베이터를 타야했던 옆집아이.

저는 누구보다 그 심정을 잘알지요.


그리고 전 지금도 수학이 무서워요.

아무래도 전 태생적으로 수학을 못하나봐요.

초등학교 시절 내내, 공부못하는 아이로 크면서 늘 나머지공부로 점철되었던 그시절.

지금은 빛바랜 추억이지만, 그 시절이 이렇게 무사히 가주어서 참 감사해요.

IP : 220.89.xxx.63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너공주님
    '18.8.15 1:48 PM (211.243.xxx.111)

    글이 예뻐요 글쓰기 재능에 다 몰아 주신걸로

  • 2. 지혜를모아
    '18.8.15 1:50 PM (223.38.xxx.150)

    산수는 못하셨는지 몰라도 국어는 잘하신거죠?
    글을 너무 맛깔나게 쓰시네요
    나머지공부까지 하시던 원글님 지금은 어찌사시는지요?
    잘살고 계실거같기는 하지만 궁금하네요

  • 3. 숫자 개념은 약해도
    '18.8.15 1:51 PM (118.42.xxx.65) - 삭제된댓글

    글을 참 공감가게 잘 쓰시네요.
    책 읽기는 좋아하셨던 듯 해요.

  • 4. 원글
    '18.8.15 1:53 PM (220.89.xxx.63)

    그때 선생님들 엄청 무서웠던것 아시죠
    갑자기 고개가 옆으로 돌아가도록 따귀때리고, 검정색 출석부로 머리내리치고
    손바닥 때리고,

    그 없는실력으로 여상들어가서 주산자격증 2급 따느라 힘들었네요.

  • 5. 샬랄라
    '18.8.15 1:53 PM (125.176.xxx.243)

    전 산수 수학 정말 잘했어요
    그런데 국어 완전 꽝

    님 글 쓰시는 것 보니 부럽네요

  • 6. 샬랄라
    '18.8.15 1:57 PM (125.176.xxx.243)

    전 주산 국민학교 5학년 때 1급 이었어요
    그런데 국어는 통지표가 사라질 때 까지 절 괴롭혔고

    아직도 괴롭히고 있어요

  • 7. 8765
    '18.8.15 1:57 PM (211.177.xxx.159)

    글쓰기실력으로 몰아받으셨나봐요
    옆집에서 빌려주지않는데 어떻게 빌리지? 왜케 웃기죠

  • 8. 이해해요
    '18.8.15 2:04 PM (222.98.xxx.159)

    학교 졸업하고 공부 안해도 돼서 넘넘 좋아요.

  • 9. ...
    '18.8.15 2:16 PM (210.178.xxx.192)

    수학 좀 못하면 어때요? 글을 이렇게나 잘 쓰시는데요. 작가하셔도 될 듯 해요.

  • 10. ...
    '18.8.15 2:17 PM (221.151.xxx.207) - 삭제된댓글

    글이 예뻐요 글쓰기 재능에 다 몰아 주신걸로2222222222222

  • 11. ㆍㆍㆍ
    '18.8.15 2:23 PM (210.178.xxx.192)

    그 시절 선생님들 진짜 무서웠지요. 인간쓰레기들. 싸다구날리는건 기본이었지요. 산수 수학 들어있는 날이 맞는 날이었지요ㅠㅠ 그 어린애들 수학 좀 못 풀었다고 가뜩이나 기죽어있는데 줘패기나하고. 지금쯤 60 70대 되었을텐데 지들 손자손녀도 팰라나요?

  • 12. 버드나무
    '18.8.15 2:26 PM (182.221.xxx.247) - 삭제된댓글

    전 반대였어요

    아들이라는 이유로 이쁨받던 막내. 똑똑한 언니 사이에

    공부도 못해 . 이런 집에서 저런애가..

    지금도 기억나요 울엄마가 했던 .. 그래도 얼굴은 괜찮으니 고등끝나면 결혼시켜 버려야지.

    중3.때 수학을 보면서 처음으로 가슴이 뛰었어요

    수학선생님이 말했어요 "수업시간에 눈이 빛나는걸 보니 넌 공부를 잘하겠구나"

    그때 쏴해지면서 웃던 반아이들.

    전 그때부터 수학이 주는 매력에 빠져. 수학문제는 틀린적이 고등까지 없어요

    지금까지도 수학의 정석이 저에게는 추억이에요 . 처음으로 가진 내책.

  • 13. 계산만잘하면..
    '18.8.15 2:27 PM (175.193.xxx.206)

    계산만 잘하면 뭐하나요? 초등수학이 연산이 많아 그렇지 사실 연산이 다가 아니고 진짜 수학 잘하는 분들 아주 단순한 계산 못하는거 보면 뭔가 거꾸로 가는듯 해요.
    글솜씨가 좋으시네요. 회화처럼 그려져요.

    사람은 다 제각기 어울리는 재능은 한가지씩 주셨다는말이 와닿네요.

  • 14. ...
    '18.8.15 2:58 PM (125.177.xxx.43)

    중등까진 타고난거 상관없어요
    물론 잘하고 못하는 차인 있지만
    어릴때부터 수 개념 공부 시키면 되는데 내버려두니 그런거죠
    아이 힘들게 하지 말고 과외나 공부방이라도 보내세요

  • 15. 저도
    '18.8.15 3:33 PM (112.166.xxx.17)

    수포자였는데. 중등까진 어찌어찌 따라가다 고등땐
    머리속이 하얘지고 ㅠ 제 아이들이 저 닮을까봐 벌써 미안해요

  • 16. ..
    '18.8.15 4:07 PM (1.227.xxx.227)

    에구 참 제맘이 다 짠하네요
    담담한 수필같은글이 어릴적 곱하기를 못외워서 내내 애먹던 저도 생각나고 눈시울이붉어져요

  • 17. 원글
    '18.8.15 4:44 PM (121.184.xxx.215)

    우리애가 열살일때 역시 헤매길래 저도선생님께 배운대로 옆집에서~~그런식으로 알려줬더니
    엄마 난 옆집가서 돈빌리는거 챙피하고 자존심상해
    안할래
    그때 어린시절 생각도 나고 웃음도 나고
    그럼 친구한테 빌리면?
    했더니 친구들끼리 돈거래하는거 아니라고 어른들이
    그러던데 결국 분통터지고 답답하고 어쩔수없이 학원의 힘을 빌렸어요

  • 18. 근데요
    '18.8.15 7:40 PM (39.125.xxx.203)

    그래도 그땐 학력 미달인 아이들 모아
    방과후에 지도도 했군요.
    지금은 어림도 없는 일!

  • 19. 룰룰
    '18.8.16 3:22 AM (175.223.xxx.248)

    옆집에서 빌려주지를 않는데 어떻게 빌리지?

    전 이부분에서 울컥하는데요..;

    비슷하게 산수수학 못해서 공부에 주눅들었던 사람으로서
    아이들중에도 날닮아 수개념이 없는 아이가 나오지않을까 걱정하는 입장에서 너무 공감하며 읽었네요
    누구나 잘하는 게 딱 하나씩은 있는법인데 말이죠..
    우리애들 세대부턴 저희가 잘하는 것 각자 잘찾아서 자신감 충만하게 살았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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