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비어있던 옆집에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가족들이 며칠전에 이사를 왔어요.
그 부모님 나이는 저와 비슷한 사십대중반인데 늦게 결혼을 해서 이제 열살된 딸아이 한명만 두고 계시네요.
그 딸아이가 수학을 유난히 못해서, 방학때 이주동안 학교에서 운영하는 멘토링수업에 출석해야 했대요.
오름차순,내림차순 개념이 있는 덧셈,뺄셈.
거기에 나눗셈, 곱셈.
저도 사실은 초등학교때 유난히 수학을 못했어요. 그땐
산수라고 하잖아요.
그 산수시간만 되면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고, 겁나고..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러 다니고, 꾸러 다니는 것이었어요.
늘 술만 마시고 전혀 일을 하려고 하지않았던 아빠를 대신해서 엄마가 공장으로, 식당으로, 남의집 가정부로
열심히 일을 하러 다녀야 했는데 늘 엄마는, 월세내고 쌀사고 아빠에게 돈을 뜯기면 늘 남는 돈이 없다고 푸념이었어요.
그리고, 일수쟁이가 늘 우리집을 찾아왔었어요.
어릴때부터도, 아마 학교들어가기전부터 저는 돈을 꾼다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으면서 컸어요.
골목어귀에 들어설때부터 이미 일수쟁이들이 진을 치고 서있는 장면들을 많이 보면서 컸기때문에 돈을 빌린다,꾼다
라는 말이 참 싫었어요.
입에 풀칠하기도 바쁘고 늘 헛헛한 그 어린시절,
저는 안타깝게도 산수에 대한 개념도 없어서 저절로 공부못하는 아이로 자라났어요.
모두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운동장에 붉은 노을이 지고 바람이 살풋이 부는 그 저녁에
저는 선생님이 추려낸 공부못하는 서너명의 아이들과 함께 무릎꿇고 앉아 혼나기도 하고,
나머지공부도 해야 했어요.
저의 초등학교 생활을 되돌아보면, 늘 그렇게 쓸쓸한 교실풍경과 이해안되는 숫자들을 두고 나머지공부해야 했던
일들이 늘 생각나요.
나눗셈의 나머지처럼, 전 그렇게 늘 뒤처져 남는 아이였거든요.
선생님이 세자리숫자들을 짚단처럼 묶어놓고 옆집에서 꿔온다고 알려주면 저절로 신경질이 났어요.
옆집에서 빌려주지를 않는데 어떻게 빌리지?
나중엔 어떻게 갚을까
그런데, 중학생인 우리 큰애도
옆집아이처럼 열살무렵이었어요.
그개념을 알려주는데 우리 애도 빌리러 다니는것은 구차하고 싫대요.
저를 닮아 그런지, 우리애도 수학개념이 전혀 없었거든요.
어쨌든, 그 개념을 어렵게 어렵게 학원다니고 문제집을 풀고 하면서 알았는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공약수,공배수의 개념이 또..
초등저학년무렵부터 우리 아이도 가끔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 못올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나머지공부라는 말은 쓰지않는다고는 해요.
혼자서 남아있다가 오는 아이,표정 참 어둡고 힘들어보이더라구요.
그무렵에, 선생님이 제게 남겨주시던 문자.
수학공부를 더 하고 갈거니까 좀 늦을거라는 문자.
학원을 다니는데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던 딸아이의 수학실력.
방학인데도 이주나 학교에 다녀오느라 아침 8시30분전에 엘리베이터를 타야했던 옆집아이.
저는 누구보다 그 심정을 잘알지요.
그리고 전 지금도 수학이 무서워요.
아무래도 전 태생적으로 수학을 못하나봐요.
초등학교 시절 내내, 공부못하는 아이로 크면서 늘 나머지공부로 점철되었던 그시절.
지금은 빛바랜 추억이지만, 그 시절이 이렇게 무사히 가주어서 참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