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 입장 시간인 10시가 가까워진 시간에는 그야말로 발 디딜 틈조차 없는 북새통으로 변했다. 수시박람회에서 만난 학부모들의 말을 그대로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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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 입사관이 생기부를 보더니 너무 부실하다고, 특히 진로 관련 활동이 너무 없어서 애매하다고 그러네요. 고등학생이 뭐 얼마나 진로에 확신이 있다고 관련 활동을 열심히 하고 그걸 생기부에까지 올리고 그러겠어요. 다른 집 애들은 정말 그런 걸 다 혼자 하는 건지…. 우리 애 문제일 수도 있지만 사실 애 학교가 생기부 잘 안 써주는 학교로 유명해요. 그런 얘기를 하니 입사관이 ‘모든 학교를 우리가 어떻게 다 아느냐, 그런 거 관심 없다’ 그러네요. 엄마가 무지해서 학교도 잘못 선택하고, 진로활동도 안 도와줘서 애가 원하는 학교와 과에 지원도 못 하는 것은 아닌지, 그냥 자괴감만 듭니다.
D : 담임 선생님과 수시 상담을 했는데 잘 모르신다는 느낌을 받아서 답답해 와봤어요. 여기서 상담받고 대충 결정은 했지만 그래도 대치동 유명한 컨설팅 업체에 제가 정한 6장이 맞는 선택인지 물어보려고 예약을 잡았습니다. 1회 1시간 상담료가 50만원이라는데, 그것도 안 하면 애한테 미안할 것 같아서요.
E : 아이가 의대 지망하는데…. 3년 동안 죽을 듯이 공부해 내신 따고 비교과활동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의학논문 하나 없는 이런 생기부로는…” 이러네요. “이걸 애가 혼자 다 한 게 과연 맞을까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생기부가 수두룩하다”며 “학종 대신 논술이나 정시를 고민해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지금 멘붕입니다.
학부모들 얘기를 들을수록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 속 엄마 김혜자의 대사가 떠올랐다. “넌 엄마 없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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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이 아닌 통로를 조금만 더 열어달라는 학부모들의 오랜 외침은 언제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학생으로 살기에도 힘들지만, 학부모로 살기에도 힘든 대한민국 학종공화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