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조 부장판사가 설명한 주요 무죄 사유를 소개한다.
법원 "위력 행사로 볼 수 있을 지 의문"
재판부는 "피해자(김지은 전 정무비서)가 전임 수행비서 신 모 씨에게 성폭행 피해 사실을 호소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전임 수행비서가 들었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며 "진술만으로 공소 사실이 충분히 뒷받침된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피해자가 러시아에서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 식당을 찾으려 애쓴 점, 귀국 후 안 전 지사가 다니던 미용실을 찾아가 미용사로부터 머리 손질을 받은 점 등은 김지은 씨의 성폭행 주장을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지은 씨 주장에 따르더라도 간음행위 전 단계에서 안 전 지사의 신체 접촉은 맥주를 든 피해자를 포옹한 것이고, 언어적으로도 '외롭다. 안아달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며 "이를 위력의 행사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판단했다.
법원 "저항없이 응했다"
2017년 8월 강남의 한 호텔에서 있었던 두 번째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김지은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안 전 지사가 김지은 씨에게 "씻고 오라"고 했는데, 시간과 장소 및 당시 상황 등을 볼 때 그 의미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별다른 반문이나 저항 없이 이에 응한 것을 볼 때 성폭행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지난해 9월 있었던 세 번째 건에도 재판부는 같은 결론을 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당시 전직 수행비서 신 모 씨에게 김지은 씨가 이미 피해 사실을 호소한 상황에서 신씨가 안 전 지사의 객실에 들어가지 말라고 조언했음에도 김 씨가 객실에 들어갔던 사실을 지적했다.
결정적 판단 근거로 삼은 문자 메시지
재판부는 판단의 근거로 김지은 씨가 지인과의 상시적인 대화에서 지속해서 안 전 지사를 지지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사실을 지적했다.
지난해 9월 김지은 씨는 지인에게 "지사님 말고는 아무것도 절 위로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다.
또 11월에는 지인에게 "사장님(안 전 지사를 지칭) 때문에 참는다, 너무 행복하게 일했다"고 했다. 12월에는 "큰 하늘(안 전 지사를 지칭)이 나를 지탱해주니까 그거 믿고 가면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을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단지 간음 피해를 잊고 수행비서의 일로써 안 전 지사를 열심히 수행하려 한 것뿐이라는 김지은 씨의 주장에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은 왜 삭제했나"
올해 2월 25일 서울 마포의 오피스텔에서의 네 번째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의문을 표했다.
재판부는 "당시 안 전 지사와 김지은 씨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는, 피해자가 간음 이후 증거를 모으고 고소 준비에 들어가게 되므로 주요한 증거일 것인데 모두 삭제된 정황 등을 볼 때 피해자의 진술에 의문 가는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지은 씨는 이 시점에 이미 미투 운동을 상세하게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실제로 안 전 지사와 미투운동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오피스텔 문을 열고 나가는 등의 최소한 회피와 저항도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종합해보면, 위력에 의한 간음의 상황에서 안 전 지사가 어떠한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김지은 씨가 이에 제압을 당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볼만한 사정은 드러나지 않았다"며 결론 내렸다.
나아가 재판부는 "운전 비서와의 갈등 상황에서도 김지은 씨는 성적 자기 결정권을 스스로 행사할 수 없었던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