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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티타임의 모녀

문득 조회수 : 5,103
작성일 : 2018-08-04 21:01:36

고 박완서 작가님 단편이었죠.


여공인 여주인공이  역시 남공인 남자와 만나 결혼을 했는데

알고보니 남자는 운동권 출신의 부잣집 아들로 위장취업을 한 것이었나...

스토리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납니다.

졸지에 부자집 사모님이 되어 딸집에 놀러온 엄마와 수다를 떠는데

엄마가 이런 말을 했어요.

"여자가 일이 있으면, 세상에 무서운게 없어."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암튼 이 문장이

제 마음에 콕 박혔죠.


당시 저는 시골의 작은 사무실에서 온종일 전화를 받는 일을 하고 있었어요.

90년대 중반이었는데 한달 월급이 30만원 남짓.

퇴근 후에는 밭일도 돕고 그랬는데

하루는 밭에서 일을 하다가 얼마전에 읽었던 이 문장이 떠오르면서,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구나,

아주 강력한 의지가 솟구치더군요.


암튼 그래서 저는 고향을 떠나 서울로 왔고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평생 할 만한 일을 찾았습니다.

딱히 잘 풀린건 아니지만 40대 중반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는 건

값진 일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또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제가 다니던 시골 교회에 도시의 어떤 사람이 와서 강연을 했어요.

강연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 나고 그 분이

2002년 월드컵이 결정된 뒤에, 이런 생각을 했대요.

당시만 해도 역시 90년대 중반이었는데 그 분이

2002년에 나는 어디서 월드컵을 보고 있을까, 그때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대로 살면 안되겠다 싶어서 유학을 떠날 결심을 했다고..


그때 저는 시골 교회의 낡은 나무의자에 앉아서 그 말을 들으면서

나도 2002년에는 이 시골마을의 작은 사무실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월드컵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이렇게 이 두개의 에피소드가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2002년에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들어가서 월드컵 관련자와 인터뷰를 했는데

경기장 잔디를 밟으면서 고향의 작은 예배당에 앉아 있던 저를 떠올렸어요.


어느새 2018년이잖아요.

요즘은 2030, 딱 12년 뒤에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그래야 그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게 될 테니까.


살면서 이런저런 어려운 점들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저를 잡고 이끌어 준건

역시 일이었어요.

박완서 선생님을 생전에 뵙지는 못했지만

그 분이 던져주신 한 줄이 제 인생의 지침이 되어주셨다고 고백해 봅니다.






IP : 175.114.xxx.210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8.8.4 9:04 PM (116.127.xxx.144)

    있을수있는 일이네요.
    저는 예전에 제가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들이 사는 지역을 방문한적이 있어요
    너무너무 좋아서, 그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는데
    저 지금 그 지역에 이사와서 살고있고, 직장도 다니고 있어요.....

    막연한 꿈 같은것도 이뤄지긴 하더라구요

  • 2. 가보세
    '18.8.4 9:05 PM (223.62.xxx.90)

    님께서 긍적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계셔서
    그말이 와닿고
    실행에도 옮겨진것 같아요.
    앞으로의 10년도 열심히 사실것 같아 부럽습니다.

  • 3. 그 한 줄을 읽고 길을 찾은
    '18.8.4 9:06 PM (211.247.xxx.95)

    원글님도 대단하시네요. 젊었을 때 시건방졌던 저는 ㅠㅠ

  • 4. ㅔ0
    '18.8.4 9:06 PM (14.40.xxx.74)

    님의 의지와 보석같은 자극이 만글어낸 멋진 인생이네요^^

  • 5. 그 단편이
    '18.8.4 9:07 PM (218.144.xxx.117) - 삭제된댓글

    그리 오래 됐었군요.

  • 6. 좋은글 이네요
    '18.8.4 9:07 PM (118.42.xxx.168) - 삭제된댓글

    저는 40대 중반인데
    수입 꾸준한 제일이 있으니 진짜 무서울게 없어요
    남편도 아이들에게도 존중받구요
    고마운 일이죠

  • 7.
    '18.8.4 9:11 PM (180.230.xxx.161)

    잘쓰시네요..
    무슨 단편 영화 한편 본 것 같은 느낌이에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
    그래서 결국 찾은 일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한데 여쭤보면 실례가 될까요?

  • 8. kimi
    '18.8.4 9:16 PM (110.9.xxx.56)

    글 잘쓰시네요2
    멋진 분 같아요. 님의 글도 제게 자극이 됩니다.
    저도 찾은 일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만..^^
    인터뷰를 했다는 내용과 글 솜씨를 봐서, 어찌되었건 ‘글’과 관련된 일 하시는 것 같아 보이네요

  • 9. 000
    '18.8.4 9:21 PM (2.122.xxx.47)

    전 80년대 중반 학번인데, 아빠가 그냥 집에서 취미생활하다가 시집가라고 강력하게 주장하셨어요.
    제친구들도 대부분 그냥있다가 시집갔구요.
    용돈같은거 받을때 어떤 압박도 없었고 대학졸업하고 돈 타쓰는거 하나도 부끄러운줄도 몰랐어요.
    취직한 친구가 자기네 회사에 직원구한다고 ,그래서 취업하고
    제 자신이 번 돈으로 저 자신의 경제를 꾸려가면서 느꼈어요.
    "인간독립의 시작은 경제적 독립에서 시작된다"

  • 10. ...
    '18.8.4 10:05 PM (125.188.xxx.225)

    아 원글도 댓글도 넘나 멋져요
    자극받고 갑니다
    저도 그런생각 종종했어요
    올림픽 개막식을 보며 다음올림픽은 내가 어디서 보고있을까
    이런생각이요 구체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계획해서 실천할래요
    정말 감사합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어요

  • 11. 맑은맘
    '18.8.4 10:35 PM (195.29.xxx.145)

    그 글을 읽고 인생의 지침으로 삼으신 원글님의 지혜에 박수를 보내요.

  • 12. 저도
    '18.8.4 11:07 PM (211.36.xxx.100) - 삭제된댓글

    내가 죽기전에 가장 해보고싶고 후회할 일이 뭔가
    생각 했어요. 40대가 시작될 때...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유학을 떠났어요.
    제가 어릴적부터 꿈꾸고, 많은 사람들이 가고싶어하는
    꿈의 대학교에 아이가 들어갔어요. 그게 벌써 몇년 전...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중요해요.
    아이들도 어느정도 키웠고 이젠 남은 인생에 대한
    또다른 생각을 해봐야할 것같아요.

  • 13. 저도
    '18.8.4 11:07 PM (211.36.xxx.100)

    내가 죽기전에 가장 해보고싶고 후회할 일이 뭔가
    생각 했어요. 40대가 시작될 때...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유학을 떠났어요.
    제가 어릴적부터 꿈꾸고, 많은 사람들이 가고싶어하는
    꿈의 대학교에 아이가 들어갔어요. 그게 벌써 몇년 전...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중요해요.
    아이들도 다 키웠고 이젠 남은 인생에 대한
    또다른 생각을 해봐야할 것같아요

  • 14. 원글
    '18.8.5 12:32 AM (175.114.xxx.210)

    2002년엔 기자로 일했고 지금도 언론사일을 하고있어요
    학창시절에 공부는 잘 못했지만 그래도 천천히 더디게 제인생의 지도를 그려온것같아요
    부모님이 너 하고픈대로 살아보라고 자유를 주신 덕분이기도하죠.
    지금은 또 다른 공부를 시작했는데 2030에는 아마 그방면의 삶을 살고있지않을까싶어요. 다른분들 글도 제게 좋은자극이 됩니다. 감사해요.

  • 15. 레인아
    '18.8.5 1:02 AM (121.129.xxx.202)

    이 글 잊지않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인생의 비밀을 알고있던 분 같아요
    그것을 몰랐던 저는 내 삶을 근사하게 꾸려나가지 못하고 있어요
    실은 주위에서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있지만
    전 제 인생이 하나도 충만하게 생각되질 않거든요
    내가 어떻게,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은 무언지 생각해봐야겠어요

  • 16. 저도
    '18.8.5 1:13 AM (211.108.xxx.9)

    과거의 한 순간이 결정지은 원글님의 미래와 그 인생이 너무나 멋지다고 느낍니다. 그 순간의 결심을 현실에서 구현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을까요.
    요즈음 너무 편안한지? 아님 나름 너무 치열하게 ㅎㅎ 살아와서인지? 미래나 내 꿈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네요..

  • 17.
    '18.8.5 7:37 AM (121.179.xxx.93)

    딸에게 읽어주고 싶은 글이네요 ^^

  • 18. 다케시즘
    '18.8.5 11:03 AM (122.36.xxx.18)

    아...전 이 단편 베스트셀러극장에서 봤어요.
    고등학교 때 봤으니까 거의 25년 전에 본 건데
    지금도 문득문득 기억이 나곤 하거든요.
    공부며 예체능이며 못하는 게 없었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 마치고 공장에서 일하다가
    고만고만한 집으로 시집간 재주많던 우리 큰언니,
    파출부 일을 나가며 네 자매를 키운 우리 엄마.
    전 이 드라마 보면서 슬펐던 기억이 나요.

  • 19. 2030년
    '18.8.5 4:18 PM (112.165.xxx.121)

    와, 생각해보지 않았던 2030년이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어요. 그간 얼마나 노력하셨을까요.
    저도 좋은 기운 받아서 화려하진 않아도 소중하게 제 삶 꾸려나가야지, 다짐합니다.

  • 20. 잠 안오는 미중부에서
    '18.8.6 5:26 PM (108.69.xxx.135) - 삭제된댓글

    잠안자고 있다가
    좋은글 읽고갑니다.
    간직하고싶은글이네요.
    딸에게도 아들에게도 읽어주어야겠어요.
    원글.댯글들 다 감사합니다.

  • 21. 잠 안오는 미중부에서
    '18.8.7 2:33 PM (216.80.xxx.221)

    잠안자고 있다가
    좋은글 읽고갑니다.
    간직하고싶은글이네요.
    딸에게도 아들에게도 읽어주어야겠어요.
    원글.댓글들 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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