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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기대안하고 봤는데 버닝 굉장히 좋네요..

영화얘기 조회수 : 3,400
작성일 : 2018-07-30 17:20:17
평가가 호불호가 갈리고 악평도 있고 해서 기대 안하고 봤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한국 감독인데 버닝은 후기 비평이 갈려 밀양, 시 보다 못한가 보다.. 했는데요
보고 나니 밀양이나 시 처럼 친절한 나레이티브가 아니라 저는 훨씬 더 좋았습니다.
이 감독이 소설가 출신이라 이야기 구성 탁월한건 익히 알았지만 영화적으로도 가장 진화된 작품 같아요.
특히 후반부 영상과 음악과 대사 없이 장면전환 만으로 쪼아드는 긴장감.. 너무 처연하고 허무하고 오싹하구요

이창동 감독님 영화는 오아시스 박하사탕보다 밀양 시를 더 좋아했는데.. 버닝은 더 세련되고 감각적이고 현대적으로 진화하면서 나레이티브뿐 아니라 시네마적인 요소에서도 아주 탁월하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 같아서 저에게는 버닝이 이 감독님 최고 영화라는데 주저함 없네요.

두번 봤는데 아마 몇 번 더 봐야 할 것 같고 볼때 마다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게 되는 영화 일 것 같고요.

유아인 스티븐연의 연기는 그 자체고 너무나 훌륭하고 더 좋을 수 없고.. 여주 살짝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전반을 미스테리하게 아주 잘 리드 한 것 같고(연기 처음이라든데 그냥 해미라는 사람 그 자체가 아닐까 싶은 연기..)

예술영화쪽에 가까워 그런가 당시 관객수가 많이 안들었다는데 상당히 아쉽게 느껴지네요.. 너무 좋은 작품이 묻혔다는 느낌.

원작 따라가는 영화 잘 없는데 이 영화는 반대로 영화가 원작을 훨씬 시적이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더 잘 확장시켰다는 느낌입니다.

사족: 오늘 뉴스에서 제주도 캠핑간 30대 여성이 실종됐다 나오는데.. 영화에선 은유적 표현이긴 해도 한국의 많은 실종 사건중 유독 여성이 많은가.. 좀 많이 오싹한 부분이였네요. 


IP : 175.213.xxx.37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위즈덤레이디
    '18.7.30 5:24 PM (219.248.xxx.134)

    정말 은유가 돋보이는 영화였어요. 그 강한 문학성이 흥행 실패 원인이 되었다 생각이 들 정도로.

  • 2. 반가워요
    '18.7.30 5:26 PM (218.236.xxx.115) - 삭제된댓글

    저도 버닝보고 와서 잔상이 한참 가더라고요.
    영화라기보다는 책 한권 제대로 읽고난 느낌...
    유아인은 말할 것도 없고, 다들 무리없이 연기잘 하더군요.
    미스테리한 스토리구성도 그 스토리가 주는 사회적인 의미와 질문도 참 좋았어요.
    안타까운 흥행기록이지만 서술해 가는 과정이 물 흐르듯이 잔잔해서 영화적인 재미를 찾는 관객들에겐 어필하지 못한 듯 해요.

  • 3. 하루키
    '18.7.30 5:32 PM (1.229.xxx.197)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소설 읽어보고 비교도 해보며 봤어요 영화가 훨씬 좋았구요 저도 은유적인 표현이 맘에 들었어요 여배우 살짝 아쉬운면이 저도 있었구요 유아인 정말 대단한 배우구나 새삼 깨달았어요

  • 4. 원글니이
    '18.7.30 5:35 PM (220.73.xxx.75)

    평론가 수준으로 쓰셨네요
    빨리 봐야겠단 생각이 들게 하는

  • 5. 원글
    '18.7.30 5:40 PM (175.213.xxx.37) - 삭제된댓글

    네 정말 은유적표현이 전체를 관통하는게 너무도 시적이고 물흐르듯 세련되고 소설을 영화한 한 작품임에도 원작의 기에 절대 밀리지 않고 더 확장시키는.. 감독님의 감성 지성 감각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좋았던 씬은 종수가 여명을 뒤로한채 새벽마다 태워진 비닐하우스가 있는지 확인하러 숨차게 동네를 뛰어다니는 씬들..정말 영화의 함축적 의미를 잘 나타내주고 종수의 어둡고 절박한 현실을 통해 전해오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좌표 잃은 고립무원의 심정.. 분노와 절박함에 차서 숨이 차오르게 뛰는 종수 뒤로 새때가 날고 동네 농부의 반갑지 않은 인사만이 현실임을 일깨워 주지만 종수에게는 너무나 써리얼한 이 곳..
    그밖에도 너무나 나누고 싶어지는 장면들 나레이티브가 많은 영화였던 것 같아요.. 영상미와 음악과 뜨거운 공기 종수의 어눌한 표정.. 계속 잔상이 남는 영화고.. 혼자 감상하기에는 벅찬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게 만드는 그런 영화같습니다.

  • 6. 원글
    '18.7.30 5:42 PM (175.213.xxx.37)

    네 정말 은유적표현이 전체를 관통하는게 너무도 시적이고 물흐르듯 세련되고 소설을 영화한 한 작품임에도 원작의 기에 절대 밀리지 않고 더 확장시키는.. 감독님의 감성 지성 감각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좋았던 씬은 종수가 여명을 뒤로한채 새벽마다 태워진 비닐하우스가 있는지 확인하러 숨차게 동네를 뛰어다니는 씬들..정말 영화의 함축적 의미를 잘 나타내주고 종수의 어둡고 절박한 현실을 통해 전해오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좌표 잃은 고립무원의 심정.. 분노와 절박함에 숨이 차오르게 뛰는 종수 뒤로 새때가 날고 동네 농부의 반갑지 않은 인사만이 현실임을 일깨워 주지만 종수에게는 너무나 써리얼한 이 곳..
    그밖에도 너무나 나누고 싶어지는 장면들 나레이티브가 많은 영화였던 것 같아요.. 영상미와 음악과 뜨거운 공기 종수의 어눌한 표정.. 계속 잔상이 남는 영화고.. 혼자 감상하기에는 벅찬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게 만드는 그런 영화같습니다.

  • 7. 혹시
    '18.7.30 5:53 PM (61.74.xxx.243)

    잔인한 부분은 없나요.. 잔인한거 잘 못봐서ㅠ

  • 8. ...
    '18.7.30 5:58 PM (121.190.xxx.139)

    칸에서 올해 상 탄 '어느 가족'도 봤는데
    개인적으론 버닝이 훨씬 괜찮더라구요.

  • 9.
    '18.7.30 5:59 PM (1.218.xxx.103)

    이창동감독님팬이라 안그래도 보고싶었는데 바로 실행할수있게 만드시네요 ^^

  • 10. 덧붙여
    '18.7.30 6:18 PM (175.213.xxx.37)

    영화 보고 나니 칸에서 상을 못받은게 솔직히 이해가 잘 되지 않았어요.. 일본 the shoplifter라는 영화가 대상이였다는데 수긍할 수 없구요.. 어쨌든 칸이든 어디든 영화제에 주요 작품상을 받을 만한 가치가 차고 넘치는 영화라는데는 이견이 없네요. 종수는 지식인의 분노 허무 무기력으로 벤은 가진자의 극도의 이기심과 냉담함 유미주의를.. 해미는 혼돈과 유약함 존재감없음으로 대표되는 우리 시대의 표상들을 영화적으로 아주 잘 그려냈다고 봅니다. 보실분은 꼭 최소 두번 이상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 11. ㅇㅇ
    '18.7.30 6:28 PM (175.223.xxx.94)

    전 버닝보고 너무 많이 실망해서 원글님이 어느 부분에서 김덩받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세련된 원작을 참 상투적으로 풀었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지만 프랑스에서 평점 높은 게 이해가 안갈 정도.

  • 12. 공감
    '18.7.30 6:32 PM (1.238.xxx.192)

    원글님이 느꼈던 많은 부분들 깊이 공감합니다.
    혹 인상 깊었던 다른 영화도 있다면 원글님 감상 읽고 싶어요

  • 13. 공감
    '18.7.30 6:35 PM (1.238.xxx.192)

    버닝 이야깃거리가 많은 영화죠.
    영화를 본 지 좀 오래되어 장면들이 많이 잊혀졌지만 감독의 섬세한 장면 연출이 대단하다고 느끼며 봤어요.

  • 14.
    '18.7.30 6:37 PM (118.34.xxx.205)

    원글님글보니 보고싶어지네요

  • 15. ㅇㅇ
    '18.7.30 6:41 PM (175.223.xxx.94)

    저로서는 종수가 굳이 파주의 그런 시골집에서 사는 것도, 중간에 대북방송 나오며 살짝 의미 부여하는 것도, 해미 친구가 나와서 여자는 이래저래서 힘들다 어쩌다 하는 것도, 종수가 해미 집에 가서 툭하면 자위하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자연스럽거나 날카롭지 않고 관념적이고 위악적이었어요.

    원작에서 해미가 신비로운 젊은 여성이었다면 영화의 해미는 창녀 혹은 아무 생각없이 사는 여자의 애매한 지점으로 설정해놓은 것도 실소가 나왔네요. 종수나 벤과 달리 해미의 내면은 없어요.

    청춘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청춘들은 방황한다, 혼란스럽다 정도의 관념만으로 접근한 느낌이었거든요.
    은유라면 날카로움이 있어야 되는데 너무 뻔해서.

  • 16. 오늘
    '18.7.30 6:47 PM (211.177.xxx.138)

    종수의 아버지가 분노 조절 장애도 이유가 있지요. 중동 열사의 나라에서 벌어온 돈을 강남의 부동산 아파트에 투자했으면 부자가 되었을텐데 생산성있는 농촌에 투자하여 가난해진 아버지. 이유있는 분노지요. 사회에 대한 분노.

  • 17. 윗님
    '18.7.30 6:48 PM (1.238.xxx.192)

    아~ 윗님의 감상평도 날카롭네요.
    지적하신 부분들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쯤 내가 몸 담고 살아가는 사회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 지 엿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 18. ..
    '18.7.30 6:50 PM (14.40.xxx.105) - 삭제된댓글

    해미가 창녀라니.. 좀 심하신데요.

  • 19. ..
    '18.7.30 8:14 PM (211.194.xxx.132) - 삭제된댓글

    저도 버닝 너어어어어무 좋았어요. 영화의 미장센이 정말 좋아서 극장에서 못본게 너무 아쉬웠고 음악도 좋았어요. 스티븐 연은 그야말로 도도하고 놈팽이스러운 검은머리 외국인 그 자체였고 유아인은 아....그 역할을 유아인 말고 누가 할 수 있었을까요? 캐스팅도 너무 맘에 들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유아인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해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에 대한 설전도 많던데 저에겐 그런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어요. 무엇이 어떻게 되어 누가 무슨 행동을 했든 말든 그냥 영화 자체가 너무 멋졌어요. 다시 보고 싶은데 헤아나오지 못할까봐 망설이고 있는 중입니다.

  • 20. 덧붙여
    '18.7.30 8:15 PM (175.213.xxx.37)

    종수의 시골집은 주인공의 분노의 태생을 유추해 낼 수 있는 공간같고요. 종수 아버지는 실패한 인생으로 종수의 분노는 아버지의 분노로 부터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이잖아요. 종수의 자위행위는.. 벤이라는 유미적이고 가진자의 놀음에 완벽히 대비된 지점을 그렸다고 봤어요. 연정을 품던 해미는 벤이라는 개츠비의 유희 놀음에 초대되었고.. 멀고 우뚝솓은 남산타워에서 하루 잠시 빛이 반사할 뿐인 후미진 해미의 방은.. 종수의 상실과 분노가 얽힌채 혼자만의 유희를 허락하는 유일한 공간이고 종수의 고립된 스탠스를 표현하고요.

  • 21. ㅇㅇ
    '18.7.30 9:10 PM (175.223.xxx.94)

    그쵸. 원글님 설명하신 부분 다 그런 의미인 건 잘 알겠는데 그래서 뭐? 라는 생각이 든달까? ㅎㅎ
    그 감성 자체가 너무 낡았다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제 개인적 생각이고 원글님의 감동은 충분히 존중합니다. 전 그저 버닝을 재미있게 본 분들은 뭐가 좋았는지 궁금했어요.

  • 22. ...
    '18.7.30 9:39 PM (222.106.xxx.172)

    잘 만들기는 했는데 대작이 아니라 소품 같아서 칸느에서 상 못받은게 이해가 갔어요.

  • 23. ...
    '18.7.30 9:42 PM (175.213.xxx.37) - 삭제된댓글

    위에 말씀하신 것 처럼 클리쉐의 나열에 불과할 수 있을 주제와 소재들을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긴 러닝내내 끝까지 몰입 시키며 영화가 끝난후 한마디로 아름답다! 고 느끼게끔 한 건 분명 감독 역량이라 봅니다.
    위에 댓글대로 해석은 차치하도 영화 자체가 너무 멋지다는 말 진심 동감합니다.

  • 24. ㅇㅇ
    '19.9.20 9:54 PM (118.220.xxx.38)

    원글님에 동의해요.
    뭐 태어날때부터 벤같이 살은 사람들은 절대로 이해할수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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