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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외국에서 집 반반

망고 조회수 : 1,784
작성일 : 2018-07-28 22:01:35
요즘 집 반반 이슈가 핫하네요.
저는 북미에 살고 있는데 한국이랑 실정이 맞진 않겠지만 그래도 제 얘기 나눠봐요.

전 남편이랑 먼저 동거 3년하고 2년째에 프로포즈 받고 결혼식 올렸어요. 솔직히 저는 여기 산지 오래고 여기 문화에서 자란 터라 결혼식이 딱히 필요하다 생각 안했고 동거하면서 결혼 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았어요. 여기는 어차피 사실혼이나 동거나 취급 똑같으니까요. 그래서 동거 1년 후 같이 집도 샀구요. 그 전엔 월세 아파트에 살았죠.

집 살 때 다운 페이먼트라는게 필요하고 그 후에 20년 넘게 달달이 대출 값 내는걸 모기지라고 하는데 그 다운 페이먼트가 보통 집값의 20%에요. 저는 의사 변호사는 아니지만 여기서 소위 전문직이라 불리는 직업이었고 남편 만나기 전엔 돈 모으는 재미로 살았기 때문에 혼자서도 다 낼 수 있을 만큼 모아뒀었죠. 남편은 전형적으로 모은 돈 하나 없이 삶을 즐기다가 저 만나고 부터 모으기 시작해서 한 6%있었어요. 뭐 유흥에 즐기고 이런게 아니라 부양할 가족도 없겠다 대출도 없겠다 해서 6개월 일하고 6개월 여행하고 이러던 타입. ㅡ.ㅡ;;;

그래서 결혼할 때 제가 16% 남편이 4% 냈어요. 명의는 50% 공동으로 했구요. 여기는 제가 알기론 지분 딱 정확히 설정해놓지 않으면 누가 얼마나 돈을 냈던지간에 반반 나누는걸로 알고 있어요. 사실혼이든 결혼이든 간에요.
그만큼 저는 남편을 사랑했고 믿었던거죠. 그런 생각 하기도 싫지만 나중에 혹여 헤어지게 된다더라도 제가 더 냈지만 반반 나눠줘도 상관없을만큼요.
남편은 제가 필요 없다고 했지만 그 후로 계속 목돈이 생길 때 마다 제가 더 낸 부분을 갚아 나갔어요.
"여자가 이래야지" 하는 부분 전혀 없는 남편이 웃기게도 "남자는 이래야지" 하는 부분이 있더군요. 군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그런가 가부장적인 면이 있긴 한데 좋은 면에서 가부장적이에요. 남편이 휴가 안되고 제가 휴가 될때 혼자 해외여행 다녀와도 오케이, 일 싫어서 그만두고 집에 있어도 오케이, 제가 좀 더 일찍 끝나 집에 일찍 와도 쌓여있는 집안일이나 저녁을 준비 안했어도 화내는거 하나 없어요. 그건 "제 일"이 아니고 "우리 일"이니까요. 제가 청소기 돌리기 시작하면 알아서 설거지 시작하죠. 대신 고집이 센 부분이 저는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돈으로 살아도 괜찮지만 남편은 안된다네요. 남편은 제가 벌어둔 돈 많은거 알고 있지만 절대 제 돈 신세 안 지려고 해요. 전 직장 일로 힘들어서 제가 관두라고 내가 너 먹여살릴수 있으니 관두고 이직준비하라고 할 때도 죽어라 말 안듣더니 다른 곳 알아 놓고서 관두더군요.

전 솔직히 반반 이런거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저희가 반반 하고 있긴 하지만 딱 센트까지 떨어지는 반반 하는건 아니고 모기지 처럼 달달이 얼마 나올지 아는것만 정확히 반반하고 다른것 음식이라던가 전기세 이런건 그냥 너가 한번 내가 한번 이런식으로 돌아가면서 내고 있어요. 저희 월급(2주급)도 각각 개인 통장에서 관리하고요.

물론 다들 저희 같이 반반 하거나 개인 통장 관리하거나 그런건 아니에요. 중요한건 반반를 하든 누가 백퍼센트 다 내든 개인통장을 하든 공동통장을 하든 아무 상관이 없다는거죠. 그건 그냥 부부마다 선호하는 방식에 따라서 할 뿐이지 결혼 생활이나 서로에게의 책임감이나 부담 하는것 그런게 달라지진 않아오.

한국에선 그러잖아요. 시댁에서 하도 원하는게 많고 남자들이 여자들한테서 원하는게 하도 많아서 아내노릇 며느리 도리 하려면 반반이아니라 집하나 받고 시작해야 억울하지 않겠다고요. 아니면 반대로 내 자신을 위해서 떳떳하게 큰 소리 칠 수 있도록 반반 하고 결혼하겠다고요.
전 그게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해요. 아내 노릇, 며느리 도리,한 사람으로서의 발언권 이런건 돈을 얼마나 냈는지 상관없이 누구든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있는 사회에선 물론 다문화 적으로 어우러져있어 개개인의 가정은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딱히 며느리 도리라던가 아내 노릇 이런거 없어요. 대신 아내 남편 모두 공동의 결혼한 사람으로서의 의무가 있고 거의 없지만 시부모님이나 장인어른 장모님께 당신들 자식의 배우자가 된 사람으로써 할 의무가 있는거죠.

반반 결혼 반대자의 대부분이 얘기하는 부분이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인걸로 알아요.
그것도 사회문제죠.
여긴 임신하면 보통 엄마가 1년 유급 출산휴가를 받아요. 남편도 몇주 받죠. 유급이라고 하지만 원래 받던 월급 전체 받는건 아니고 반 보다 조금 더 받아요. 대신 사회적으로 이게 시스템이 셋업돼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손해보는건 새로 1년 계약직 뽑아서 그 사람 대체 하는 동안 트레이닝 시키고 이 정도 밖에 없어요. 휴가기간동안 돈은 정부에서 주거든요. 물론 월급 받을 때 마다 얼마씩 떼어가서 만든 기관에서 주는거지많요.

그리고 여기는 워킹맘이라거나 워킹 대디 이런 말을 잘 안써요. 오히려 전업주부를 뜻하는 SAHM SAHD(stay at home mom/dad) 이런 단어를 더 쓰죠. 왜냐면 여기는 그 만큼 맞벌이가 생활화 되어있고 남녀불문 전업주부가 많지 않아서에요.
왜 그럴까요? 여기 부모들은 애들보다 자기 커리어가 중요해서? 물론 그런 것도 있겠죠. 하지만 여기는 사회적 시스템 구조가 가족들을 위해서 잘 되어있어서 그래요.
임산부가 일년후에 돌아와 자기 자리 없어질것 두려워 할 필요없고 남편이 휴가 몇주 쓴다고 엄마도 아니면서 왜 출산휴가를 쓰냐는 말 들을 필요 없죠. 소위 말하는 9to5일이라면 7시부터 3시로 탄력 근무 가능하니 엄마든 아빠든 상관없이 데이케어나 학교에 애들 픽업 하러 가고요. 무슨 일 있을 땐 아빠나 엄마나 가능한 사람이 당일 휴가 내고 일처리 하거나 자택근무합니다. 물론 이게 모두가 가능한게 아닌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사회 인식이 그런다는거에요. 아이는 엄마 책임이 아니라 부부 공동 책임이라는거. 부모 뿐만 아니라 동료들 상사들 그리고 회사 전체에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거죠.

한국에서 아무리 반반이네 뭐네 하고 싸워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한 남자들은 항상 여자들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없다 어깨가 무겁지 않다 내가 항상 밖에서 희생해서 먹여살린다 이런 생각을 하거나 여자들은 항상 남자들은 집에서 손하나 까딱 안하고 시집에선 나를 부려먹으려고만 한다. 애들도 다 책임인데 나는 경단녀만 되고 만다. 이렇게 서로 반반 하는건 억울하다고 생각하겠죠.

남편 얘기 들어보면 여기도 한 40년 전에는 한국이랑 비슷했다고 해요. 여자가 어딜! 이러기도 했고 아이는 당연히 엄마가 돌봐야지 이런 생각도 굳건했고요. 하지만 여기도 시간이 지나 바뀌었으니 한국도 언젠간 바뀌지 않을까요. 멀리서 보면서 여혐 남혐 심해지는걸 항상 느끼는데 정말 안타까워요.
모두 다 그냥 하루 아침에 마인드셋을 바꿀 수 있는것도 아닐테고 더 젊은 사람들이 바뀌는게 최선일텐데 뭔가 서로에게 최악으로 치닫고있는 상황 같네요.

그냥 생각의 흐름대로 써내려갔더니 긴 글이 됐네요. 죄송해요 ㅠㅜ
IP : 99.224.xxx.1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예,
    '18.7.28 10:25 PM (175.209.xxx.57)

    이제 슬슬 다 바뀔 거예요.
    어차피 여자가 손해라서 남자가 더 해야 한다면
    여자가 손해인 결혼생활을 감수하겠다는 뜻이죠.
    애초에 공평하게 출발하면서 공평하게 살면 돼요.

  • 2. 직장맘
    '18.7.28 10:39 PM (121.159.xxx.203)

    과도기인거 같아요.

    우리 자식때는 아마 원글님과 같은 생각들이 지배적일거예요.
    물론 님 남편 같은 경우 좋은 케이스지만 아닌 경우도 많잖아요.

    철저하게 너는 너 나는 나 ....

    제 자식때는 아마 각자 월급 관리하게 될 거고 전업맘일 경우 자존심 상해서 직장 다니지 않을 수 없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되면 좋든 싫든 가사 육아 반반 할 수 밖에 없어요.

    40대 중반인 저 같은 경우도 남편이 어쩔 수 없이 가사 도울수 밖에 없거든요.
    같이 출근하고 같이 퇴근하는데 혼자 저녁 차리면 자기도 미안하고 나도 신경질 나서 막 시킬 수 밖에 없거든요.

    요즘 남자후배사원들 보면 월급 자기가 관리한다는 사람들 꽤 되거든요.
    또한 가사도 더 신경 쓰고요.

  • 3. 미국 나름이죠.
    '18.7.28 10:43 PM (68.129.xxx.197) - 삭제된댓글

    저 미국에서 20년 전에 출산휴가, 육아휴직 쓰고
    제 자리 치워서 복직 못했는데요 ^^
    네 제가 회사 고소해서 이길 수 있었어요. 하지만 대개들 회사상대로 고소하는 짓 못 합니다.
    그래봐야 길게 좋을게 없어서요.
    저 학벌 좋고, 포츈100위 안에 늘 들던 전세계에서 다 알아주는 회사에서 제 업무외의 일 챙겨주는 비서실 있는 직종이었습니다.
    9 to 5 한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고, 제 남편도 단 한번도 9 to 5 근무한 적이 없어요.
    제 남편은 남편 부하직원들도 다 비서 따로 있는 직급이고 언제나 24시간 회의시간 업무시간 따로 없이 산지 10년 넘어요.
    제 친구들, 남편 회사 사람들중 여자로 임원 된 사람들은
    자신이 아이를 가지지 않거나, 아이를 24시간 돌봐준 다른 사람이 존재하거나, 결혼을 안 한 경우
    셋 중 하나예요.
    원글님이 본 세상만 정답 아니예요.
    원글님 남편이랑 님의 관계도 수많은 샘플들 중 하나고요.

  • 4.
    '18.7.29 12:52 AM (38.75.xxx.87) - 삭제된댓글

    저도 미국 살기에 원글님 말씀 다 비슷하게 느껴져요. 제 미국 친구중 남편보다 돈 더 많이 버는 애들도 많고 서로 도우며 격려하며 잘 살아요.

    유독 한국에서 온 커플중 남편들이 가사일 불구자들이 보이는데 ... 처음에는 친구들이 게으른 남편욕 하길래 같이 동참, 그런데 보니까 아들들도 마찬가지로 접시가 딱 바로 앞에 있어야 숟가락 들 죠 ㅓ군요. .

    가만히 보니 엄마가 그렇게 길들인거였어요. 한국여성들이 가족애가 유난히 높고 더 잘하려고하다보니 혼자 후딱 해버리고 또 맛난거 많이 해주고 챙겨주고

    그건 좋지만 엄마들이 가족구성원들에게 너무 시중들며 잘해주기보다 독립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들어야해요. 이불개기, 방청소, 숟가락 놓기, 주엌 차리는거 돕고 설겆이 못해도 빈그릇 싱크대 가져오고 의자 집어 넣고 분리수거 돕는 등등 ..생활습관을 바로 잡아 줄 수 있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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