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는 경쟁이 싫어요

저는 조회수 : 2,589
작성일 : 2018-07-10 00:40:11

현재 나이 43세

지방 어느 작은 도시의 소수 직렬 공무원입니다.


공무원의 꽃은 사무관이라고 합니다. 5급이죠. 이 5급이 행정 고시 패스한 사람들이 시작하는 단계이고

저처럼 하급 공무원에게는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단계이기도 합니다.


저는 인원수가 많은 행정직이 아니라

완전 소수 직렬이에요.


저는 사회성이 아주 부족한 사람이에요. 윗사람한테 잘하는 것도, 모든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는 술 자리도,

아부하는 것도 싫어요.

그냥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는게 좋아요.

하지만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고, 업무를 새롭게 발굴해서 신규 사업을 하는 건 가끔 연말에 특이사항 발표 때나

좋은 일이지, 제 인생에 큰 플러스는 되지 않더라고요.


그냥 일개미처럼 사는거죠.


저희 승진 티오는 한 자리입니다.

이 한 자리를 누가 선점하느냐에 이번 7월 인사에 아주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서로 시청의 그 자리를 가겠다고 2명이 난리를 피워 내년 1월 인사로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을 하면 어디인지 알 것 같아 상세 내용은 생략 할게요.


시청의 자리를 탐내는 사람은 저 포함 3명입니다.

두 사람은 남자이고, 저 혼자 여자에요.

경력도 호봉도 제가 제일 높아요.

그런데 그 두 남자는 항상 저를 빼놓고 ^^ 승진 대상자를 자신들만 생각해요.


심지어 저희 셋 중 둘은 동갑이랍니다.

제일 늦게 들어오신 분이 저보다 4살이 많고,  저 다음에 들어온 사람이 저와 동갑이에요.


제가 생각했을 때 업무 역량은 셋이 비슷비슷해요.

공무원 일이라는게 큰 실수만 안하면 비교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없거든요.


나이가 제일 많은 분은 나이가 제일 많지만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열심히 로비를 하고요.

두번째로 늦게 들어온 사람은 저한테까지 밀리면 아예 승진을 못하고, 늦게 들어온 사람보다 1년이나 일찍 들어왔는데 밀릴 수 없다며 제일 열심히 움직여요.


저와 친한 사람들도 저에게 왜 인사 상담을 안하느냐, 네가 제일 먼저 들어왔는데 네 자리를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

닥달 아닌 닥달을 하고, 옆에서 추임새를 놓습니다.


저는 그런 로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나이가 43세나 먹고도 말이죠.


저는 일반 회사에 다니다가 시험을 봐 공무원이 된 케이스에요.

피라미드 구조에서 사무관 승진을 위해 일이 아닌 다른 것에 신경을 쓰고 한다는 것이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가끔은 제 밥그릇도 못 찾는 바보 같기도 해요.

제가 가장 듣기 싫은 건 옆에서 하는 비교에요.


밀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너도 가서 인사 팀장이랑 총무과장 만나봐. 줄 없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요.


마치 게임하듯, 사람을 장기판의 장기 두듯 훈수하는 사람들이요.


이런 사람들로 마음의 평화가 깨지고, 가끔 이렇게 바람 부는 날에는 마음이 답답해 잠을 못 자요.


승진 못하면 나는 낙오자 같고


이런 바보 같은 생각도 들고요.


자는 아이 바라보며, 우리 아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남편 무탈하고 부모님 건강하고 이런 건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자꾸만 큰 걸 바라고, 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걱정하는 제 자신이 바보 같아요.


경쟁 못하는 제 경쟁력 없음에 한숨도 나오고요.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은 밤 입니다.


IP : 1.246.xxx.167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8.7.10 12:43 AM (218.149.xxx.156)

    세상사 쉽지 않네요..
    공무원은 순서대로 진급하는 줄 알았는데....
    꼭 승진하세요...

  • 2. ...
    '18.7.10 12:44 AM (39.121.xxx.103)

    경쟁 즐기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요?
    살려고 경쟁하는거죠.
    그래도 원글은 경쟁에서 져도 살아남는 공무원이네요.
    대기업은 경쟁에서 지면 죽어요.

  • 3. 아이가 우선이라 생각해요
    '18.7.10 12:55 AM (112.170.xxx.54)

    저희엄마도
    평교사로정년퇴직 하셨어요.
    경쟁적으로 승진에 목메던 어떤 분은 아이 둘 남기고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다며
    엄마가 그분 너무 아깝다 하셨던거 기억나요.
    마음편히 건강하게 아이 잘키우며 일하시는게 좋죠
    가늘고 길게...
    그러려고 공무원 시험보신것 아니었어요?

  • 4. mama89
    '18.7.10 12:56 AM (211.41.xxx.74)

    ㅋㅋㅋㅋ대기업도 죽진않습니다..
    다만 본인들이 못버티구 나갈뿐이죠..
    그냥 모 안돼도 그만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면어떨까요
    저도 경쟁을 좋아하지않아요..
    사실 집에서 놀면모하나 생각하면 모든 일에 감사하고 여유롭게 처리할수 있게 되더라구요
    사람들이 눈이라는게 다있어서 승진에 그런것도 다 영향을 끼쳐요..

    모쪼록진짜 원글님 같은분이 승진하고 공무원사회가 좀 깨끗해졌으면합니다..ㅠㅠ

  • 5. 경쟁 안해도
    '18.7.10 1:57 AM (58.124.xxx.39)

    무능력해도 정년까지 죽 갈 수 있는 공무원이니
    얼마나 좋아요.
    그러려고 공무원 한 거 아닌가요..

  • 6. 진진
    '18.7.10 1:59 AM (121.190.xxx.131)

    얼마전 아인슈타인이 호텔직원에게 써주었다는 메모가 경매에서 높은 가격에.팔려서 화제가 되엇는데요.
    그 메모 내용이 이렇대요

    조용하고 검소하게 사는 삶이 성공을 위해 악착같이? 사는삶보다 훨씬 귀하고 소중하다...

    나이 60을 바라보니 고개가끄덕여 집니다

  • 7. 왜 흔들리세요?
    '18.7.10 9:07 AM (223.62.xxx.160)

    그들이야 경쟁에 목숨을 걸건 말건
    님 페이스대로 인생을 걸어가세요.
    경쟁은 갈 때 오르막이 올 때 내리막임을 모르는 어리석은 이들이나 하는 짓이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46878 수도권만 대한민국인가요? 태풍 글이 불편해서.. 21 ... 2018/08/24 4,061
846877 어제 베란다 창문닫고 있었던 황당한 일 7 황당함 2018/08/24 4,561
846876 전국 턔풍 예보해요 8 난씨 2018/08/24 2,250
846875 자랑) 전기요금 나왔어요 26 자랑 2018/08/24 3,616
846874 음소거중인데 나경원이 난리인가봐요 24 어머낫 2018/08/24 5,142
846873 이해찬 의원 2번째 탈당 진짜 이유(이해찬 블로그) 18 가짜뉴스 2018/08/24 907
846872 유방혹 및 암 잘보는 병원 어딜까요? 8 무사히. 2018/08/24 2,137
846871 낯선 여행지의 도서관은 왜 가시는건지요? 6 ... 2018/08/24 2,233
846870 일본 '시마론' 1천mm 물폭탄..하와이엔 26년 만에 대형 허.. 10 ..... 2018/08/24 3,785
846869 원조 프로탈당러 이해찬 40 탈당3번 2018/08/24 765
846868 지금언론보면 내일 imf올듯 7 ㄷㄴ 2018/08/24 1,470
846867 [동영상] 아파트 가격폭등 누구의 책임인가 3 속지말지 2018/08/24 1,320
846866 사드로 중단된 한중 경제협력 국장급 회의, 3년만에 재개 ㅇㅇ 2018/08/24 457
846865 어정쩡하게 서있다가 옆으로 자세를 좀 틀었는데 갑자기 3 ㄱㄴ 2018/08/24 1,476
846864 제주 혼자여행 다녀오고싶은데.. 15 zzz 2018/08/24 3,233
846863 유산상속시 아들,딸 or 첫째,둘째 따지나요..? 12 dd 2018/08/24 4,764
846862 쥐포 맛있게 굽는법 11 잠이 안와 2018/08/24 3,441
846861 애초에 똑같이 공평하기 쉽지않죠. 9 부부 2018/08/24 3,177
846860 서울대생들도 1학년때는 많이 노나요? 7 대학생 2018/08/24 2,734
846859 호프집 컵씻는 장면을 봤는데... 13 그냥 2018/08/24 7,671
846858 수도권 태풍 이대로 지나치려나요 8 ㅇㅇ 2018/08/24 4,412
846857 산후도우미 개인 컵 사용하시라고 말씀드려야할까요?ㅠㅠ 6 휴우 2018/08/24 4,651
846856 국기에 닭 그림 있는 나라 있지 않았나요 6 .. 2018/08/24 3,206
846855 민주당 대표 언제 발표하나요? 6 ㅌㅌ 2018/08/24 1,214
846854 미시경제학의 대가 이준구 교수의 글 "소득주도성장 정책.. 8 2018/08/24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