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을 제가 처음엔 못 알아봤어요.
나이든 얼굴이 예전하고 넘 달리 느끼했고, 무엇보다 제 기억으로는 성추행 할 사람으로 보진 않았거든요.
보도에 따르면 기자를 대상으로 또 동료 여교수를 대상으로 했다니 굵직한 것만 2회네요.
이쯤되면 드러나지 않은 추행도 있을거 같은데 교수직을 이용해서 성추행을 하다니 정말 못된 넘이죠.
아주 예전에 제가 미국에서 유학할 때 그 사람 몇 번 봤거든요.
저하고는 전공이 같은 것도 아니라서 자주 볼 일은 없었지만 오다가다 보기도 했고
그 지역의 교수집에 함께 초대되어서 오래 이야기 나눈 적도 있어요.
당시엔 미국에서 공부하던 한국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았기에
여러 모임에서 종종 본적 있어요.
그때만 해도 좀 겸손한 편이었고,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사회적으로 어눌한 편이라고 할 수 있고 전혀 갑질을 할거 같지는 않은 사람이었어요
어쨌건 성추행을 여러차례 하는 괴물로 진화할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어요.
그 당시에 부인도 함께 와 있었던으로 기억하는데
부인도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이었고요.
오랜 세월이 지나서 제가 예전에 알던 그 사람이
이렇게 괴물로 진화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왜 사람이 그렇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니
아마도 서울대 교수로 있으면서 굵직한 보직을 거치다보니
갑질을 해도 다들 굽신굽신 하니 그게 체질화 되고
결국엔 과대망상적인 생각으로 자기가 황제라도 된 듯 행동하게 되었나 봅니다.
2차대전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이 유태인 학살을 주도해서
사람들은 그가 포악한 사람일 것이라 추정하였지만
재판과정에서 알고보니 나치 친위대원 장교인 아이히만은 지극히 평범하고 가정적인 사람일 뿐이며
단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심리를 보고 사람들이 경악했다고 한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악의 평범성,
즉 평범한 사람도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기술적으로 임하면서
양심의 가책 없이 쉽게 반인륜적인 일을 행할 수 있다는 뜻이죠.
총장후보가 여태 교수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 자체가 반인륜적인 일은 아니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귄위를 이용하여 갑질을 하여도 이것이 통하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체질화 된 거같아요.
결과적으로 성추행등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하고서도 자기가 뭘 했는지도 모르게 된 거 아닌가 합니다.
사람이란 참 약한 존재라는 생각도 드네요.
어떤 사람이든 견제받지 않을 때, 또는 작은 권력이라도 쥐게 되는 상황에
자기도 모르게 악마로 진화할 수 있다는 거,
그래서 세상엔 건강한 견제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모든 권력은 철저히 부패한다는 말을 새겨봅니다.
결국 악이란 이렇게 평범한 것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