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선배가 먼저 대시하고 난 도망다니고.
그런데 싫지가 않았고요.
그러다가 또 만나자고 하면 만나고..
2년을 넘게 사귄것도 아니고 안 사귄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선배말고 다른 남자한테 눈길한번 주질 않으니
선배도 이 관계가 사귀는 관계라고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저 역시 이 심란한 상황( 가정상황이 매우 심란해서 아무도 사귈 생각을 못했어요)이
혹시라도 정리가 되면 이 선배랑 정식으로 사귀고 싶다는 생각은 막연히 했었구요..
그만큼 정말 마음이 따뜻한 선배였어요.
심지어 내가 힘든 가정사가 있기는 하지만 절대 이야기를 안 하니까...
혼자서 무슨일일까 고민고민하다가 혹시 여자로써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을 당하고 있냐고까지 물었어요.
다 받아줄수 있다고 ..이야기 해보라고..같이 해결하자고..25살짜리 대학생이 참 듬직했어요.
그 이후 김보은양사건 터지고 그 선배생각이 다시 나더라구요..
그런데 둘다 같은해 졸업을 했는데 전 정말 운좋게 괜찮은 곳에 취업을 했어요.
그 선배도 저랑 같은 계열의 훨씬 더 좋은 곳에 지원을 했는데 떨어졌구요.
( 전 제 실력보다 정말 운 좋게 합격했고, 그 선배는 당연히 합격하리라 예상했는데 떨어졌구요)
이후 선배가 절 피하더라구요.
애시당초 제대로 사귄 관계도 아니어서 그렇게 졸업을 했는데..
취업1년차에 너무 너무 힘든데...그때마다 그 선배 생각이 간절히 나더군요.
그런데 왠지 자격지심에 그 선배가 안 만나줄것 같고 차일피일 연락을 못 하다가
2년쯤 지났을때, 가정사도 서서이 정리가 되고 나도 사회인으로써 안정감도 생기고, 돈도 모으고 해서 그 선배한테 연락해서 이제 프로포즈를 좀 해볼까 하던차...
그 선배가 속도위반으로 결혼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배신감에 얼마나 속상했던지..게다가 속도위반이란게 더 충격적이었고요.
학교때 그 선배랑 나랑은 정식으로 사귄게 아니라 손한번만 잡은게 다였던지라...
(그런데 왜 그 선배도 나처럼 하염없이 날 기다릴거라고 생각을 했을까 싶기도 해요.)
1년후 저도 다른 남자 사귀고 결혼했고..
이후 쭉 서울에서만 치열하게 살고 있어요.
그런데
얼마전 알게되었어요.
그 선배가 남도 바닷가 근처에서 살고 있네요.
어업으로 사는 건 아니고..
전문직이니..나름 안정적으로 살거에요.
전 남편이랑 결혼후 시골에서 2년인가 잠깐 산 적있는데 한적한 주변을 정말 못 견뎠던 적이 있어요..
만약 그 선배랑 결혼했다면 나도 그 남도 바닷가근처에서 살텐데
그 삶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내가 잘 살았을까...
잘 살아주기를...
나도 잘 살테니..
그리고 대학시절 너무 고마웠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우연이라도 마주치지 않는게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