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네가 뭐가 바쁘냐고 비아냥대는 엄마.

^^ 조회수 : 2,679
작성일 : 2018-06-21 23:13:46
  부모님말씀 잘 듣는 그런 딸이 저예요. 
어렸을때부터 얌전하고, 부모님말씀 잘 듣고, 말썽안부리고, 위험한 행동 안 하고, 심부름 잘하고, 자기주관은 없고, 시키는대로 공부하고, 머리는 나쁘지않았는지 공부는 곧잘하는... 그런 딸로 자랐어요.   
화목한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살았고요,  부모님이 아시는 분께 소개받아서 만난 남편과 결혼해서 아이낳고 그런대로 잘 살고있어요.  ( 집하나 겨우 있는 그런 소시민이예요.)  아빠는 가부잘적이고 이기적인 분이시고, 엄마는 전업주부세요. 
 남동생을 위하는 집안 분위기가 있지만, 그냥 지냈어요. 저도 남동생을 싫어하진 않았으니까요. 

 남매가 다 결혼한 뒤부터, 엄마가  ' 네 남동생이 엄마에게 얼마나 잘하는지 아니? ' 하시면서 남동생이 얼마나 잘 해드렸는지  자랑하세요. 끝에는 너도 좀 잘 해라~라는 뉘앙스가 있죠.  저는 속으로는 '남동생은 어렸을때부터 대접받은 게있으니, 부모님께 잘 하는거고,  그에비해 나는 대접받기는 커녕, 남동생 밥 차려주고,  간식 만들어주고, 운동화 빨아주고 등~ 남동생에게 거의 식모역할을 하고 살았는데, 뭘 더 하라고? '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요. 
 제 친구들도, 제게 ' 너희집처럼 아들을 위하는 집은 처음이다.  시험공부하는 너보고, 남동생 저녁 차려줘야하니 집에 빨리오라고 하는 엄마는 처음 들어본다.' 이런 말을 하곤했어요. 
  제가 결혼하기 직전에 집이 망해서, 지금까지 가난하세요. (순전히 아빠잘못.), 저 결혼할때 부모님께 뭐 받은것도 없어요. 그래도, 서운하게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엄마는 지금도 아들은 어려워하시고,  제게는 본인이 젊었을적에 시집살이를 하셨던 하소연을 하곤 하세요.  그런것도 그냥 들어드리며 지냈어요. ( 제 성격이 착하긴한데, 현명하진 않아요. 그 대신 열심히 노력하는 성격이에요.)

 그런데,  어제 엄마가 제게 전화를 하셨느데, 제가 강의받는 중이어서, 전화를 받지못했어요.  문자로 지금은 바빠서 통화가 곤란하다고, 나중에 전화드리겠다고 했죠.  그런데,  그 강의가 계속되는 중에 전화를 한번 더 하셨어요. 못 받았죠. 그리고, 강의가 끝나고, 제가  복도로 나가서 전화를 드렸더니!!!  " 너, 지금 뭐하는거니? 왜 전화 안 받니?" 라며 완전 화가 나셔서 말씀하시는 거에요.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아니라, 화가 난 목소리요.  제가 바쁘다고 문자드렸잖아요. 라고 말하며 설명하려는데, 제 말을 끊고, 엄마가 " 네가 뭐가 바쁘냐? "라며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 말이 제게는 '네까짓게 바쁠게 뭐가 있냐? 바빠도, 내 전화는 받아야지!" 이렇게 들렸어요. 제가 순간 진심 기분이 나빠져서, 지금 바쁘다고 했잖아요.  점심 좀 먹고 한숨돌리고나서 전화드릴께요.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이때 생전 처음으로  엄마가 저를 무시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심증만 있다가, 증거를 발견한 느낌? 정말 생전 처음으로 진지하게 엄마에게 기분이 나빴어요. 
그런데, 엄마도 제가 기분나빠한다는걸 느끼셨는지,  (미리 선수치려고?)   제 남편에게 전화하셔서(근무시간중인데요.) ' 얘가 어디 아프냐? 내 전화를 안 받고, 바쁘다고만 한다. 너무 걱정된다.'라는 식으로  완전 딸을 걱정하는 엄마모드로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여태껏 엄마말씀 잘 듣는 딸로 잘만 지내온 제가, 지금은 왜 이렇게 엄마에게 화가나고, 무시당하는 느낌을 새삼스레 받고 하는건지... 여태껏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다가 말이에요.  엄마가 아들을 위한다는 걸  이미 잘 알고있었는데도, 어제 엄마의 그 전화를 받고, 왜 갑자기 터진건지 모르겠어요.  
 제 엄마는 좋은 분이세요. 열심히 사시는 분이고요.  본인의 부모님께 효도하고,  딸인 저도 사랑으로 잘 키워주셨어요. 단지,  아들딸을 차별하신것뿐이예요. 그런데,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는것뿐이죠. 이만하면, 잘 키웠다 라고, '나는 할만큼 했다.'라고 스스로 만족하시는 분인거죠.   본인이 자랐을때는 아들딸 차별이 더 심했으니, 본인이 차별한건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어쨌든, 저는 지금은 엄마에게 너무 화가나서...  
 스트레스받아서, 오늘 백화점가서, 마침 여름옷 50% 세일하길래, 여름남방하나사고(6만원), 시계하나 사고(7만원) 왔어요.  결혼 한 다음에, 이렇게 백화점에서 남편거 아이거 안 사고, 제껏만 사온적이... 처음인거같아요.  그런데, 백화점 다녀왔더니, 스트레스가 좀 풀리네요.  전 너무 단순한가봐요... 
 어찌... 결말이..너무 허무해서, 죄송하네요.^^;;;
IP : 125.176.xxx.139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ㅎ
    '18.6.21 11:32 PM (211.245.xxx.178)

    죄송해요. 막줄땜에 웃었어요.
    잘했어요.쇼핑도 잘했고 여기에 떨어놓은것도 잘했어요.
    ㅎㅎ
    막줄보니 정말 순한분이시네요.. ㅎ
    저도 백화점 쇼핑 좋아합니다.
    기분풀고 엄마한테 화나면 화내세요~~
    우리딸도 원글님 버금가게 순한 아인데 대학들어가서 귀가가 늦길래 혼냈더니 거센 반항을 하더라구요...
    ㅠ 제가 숙였어요. 순한애도 감정 표현해야 엄마도 조심하게 되더라구요~~

  • 2. ㅇㅇ
    '18.6.21 11:34 PM (218.152.xxx.112)

    길어서 글이 안읽히네요

  • 3. 글 잘 읽혀요.
    '18.6.21 11:41 PM (1.233.xxx.247) - 삭제된댓글

    저희 남편과 시어머니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남편은 시어머니께 굉장히 공손해요.
    모자 느낌이 아니라 시모-며느리 느낌이랄까요.
    그거 사실 본인이 더 *랄 하면 어머니가 꼬리내리는 건데...
    심성이 착해서 그런지 몇십년간 그런 관계가 기본값이어서 그런지
    어머니가 전화해서(아들이 아무 잘못없는데 본인이 오해한 경우) 소리질러도 아무소리도 못하고 깽..하더라구요. 어머니 왜 화를 내세요... 이게 제일 센 멘트임..
    이제 둘이 통화하면 저는 딴 방으로 가요.
    저라면 아예 차단할텐데...할 정도로 당해도 암 말 못하더라구요..

  • 4. 엄마어떤타입인지
    '18.6.21 11:42 PM (124.49.xxx.61)

    알것같아요. 저도 저리 만만히 보는 엄마싫네요

  • 5. ^^
    '18.6.21 11:47 PM (125.176.xxx.139)

    언젠가 엄마와 같이 둘이서 백화점에 간었는데, 그때 매장 직원이 저희모녀를 보고, ' 어머, 며느리 옷 사주시게요? 사이가 좋으신가봐요~ 보기 좋네요~" 라고 말한적도 있어요. 제 엄마가 " 아뇨, 친 엄마고, 딸이예요." 라고 말했을때.. 그 직원의 당황한 모습이 기억나네요.

  • 6. 극존칭 쓰시네요
    '18.6.21 11:52 PM (218.159.xxx.99) - 삭제된댓글

    보통의 모녀모드가 아니라 직원이 당황한듯요...

  • 7. ..
    '18.6.22 5:18 AM (118.36.xxx.21)

    결혼해서 내살림 주관하며 살다 보니 이제야 엄마의 휘두름이 눈에 보이나 보네요.
    싫고 기분이 안좋다는 표현을
    오늘처럼 조금씩 해보세요.
    엄마도 습관이 들어서 인지 못하고 딸을 대하게 되는 거니까요.

  • 8. ㅁㅁㅁㅁ
    '18.6.22 6:19 AM (161.142.xxx.244)

    원글 진짜 순하고 착하시네요
    저같음 자랄때부터 반항 엄청 했을것 같고
    지금도 제가 느끼기엔 좋은엄마 아닌것 같거든요

  • 9. 좋은엄마아니죠
    '18.6.22 8:39 AM (124.49.xxx.121)

    딸이 만만만 차별주의자일뿐
    게다가 순하기까지 했으니
    그런 여성들이 가부장적인 남자를 계속 양산하는것....

    감정쓰레기통에 살림밑천까지 담당하셨는데
    님이 순해서 그냥저냥 좋게좋게 지내셨나봐요
    지금부터라도 본인을 소중하게 생각하셨으면 좋겠고
    그때그때 감정표현하세요
    더 곪으면 진짜 터져요

    그런 엄마들이 아프면 꼭 딸 찾고 쯧....

  • 10. ^^
    '18.6.22 8:49 AM (125.176.xxx.139)

    아, 맞아요. 결혼해서 내살림 주관하며 살다보니 이제야 엄마의 휘두름이 눈에 보이는거 같아요.
    그런데, 눈에 보이기만하고, 이 상황을 잘 헤쳐나갈 현명함은 없어서... 힘드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25660 Srt정기권 이용하시는분들 계신가요? 1 Srt 2018/06/22 917
825659 딸 아이가 걱정되요..(층간소음 문제) 16 ... 2018/06/22 3,310
825658 김치값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데 무슨 방법없나요? 33 900 2018/06/22 4,858
825657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운명은 3 이 사람이 2018/06/22 948
825656 중학생 점 빼줘도 되지요? 3 랜치 2018/06/22 1,724
825655 정형외과 의사의 오진(?) ........ 2018/06/22 1,318
825654 어제 옷정리하면서 보니까 11 너무 많구나.. 2018/06/22 3,890
825653 드디어 몸무게 앞자리 숫자가... 2 다욧 2018/06/22 2,369
825652 금을 팔까요, 펀드를 해지할까요? ㅇㅇ 2018/06/22 647
825651 피쉬콜라겐 효과 2018/06/22 640
825650 영화대사 구할수 있는곳 2 영어 2018/06/22 377
825649 고 이재선씨도 성남시장 인수위 관련 지적하셨었네요. 4 ㅇㅇ 2018/06/22 743
825648 무슬림 강간 너무 무섭네요. ㅜㅜ 23 결사반대 2018/06/22 9,873
825647 만물상에 나오는 식물액자 어디서 팔까요 1 ** 2018/06/22 480
825646 싼옷을 사면 품이 드네요. ㅋㅋ 4 싼옷을 2018/06/22 2,915
825645 남자옷 이거 어때요?? 9 bb 2018/06/22 867
825644 푸훗님!! 샌들 사이트 찾아주신분. 3 감사인사 2018/06/22 936
825643 훈련소 수료식 15 군대 2018/06/22 1,895
825642 아이가 다쳐 보험청구할때 2 소심한 2018/06/22 666
825641 삼겹살 너무 비싸요 가계절약하려면 어떤고기 사야할지? 21 .. 2018/06/22 3,708
825640 강진 실종 여고생 너무 안타까워요. 14 ㅠㅠ 2018/06/22 6,397
825639 회원님들 좀 도와주세요...자궁근종... 6 근종 2018/06/22 1,525
825638 사람들이 저만 보면 여행을 같이 가재요 27 ㅎㅎㅎ 2018/06/22 3,964
825637 감기로 입맛을 잃은 4살 아가 뭘 해주면 좋을까요 9 다인 2018/06/22 1,138
825636 자소서 작성.. 중요한 몇 가지 57 ^^ 2018/06/22 5,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