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시즌 1 몇 화였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사도세자와 영조 얘기가 나온 편이었어요.
유년기에 작고 소소한 좋은 기억들이 많은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 힘든 시기가 와도 어려서 좋았던 기억이 행복으로 남아
고난을 잘 견뎌내고 살아나간다면서 각자 어려서 행복했던 기억들을 얘기했던 장면이 있었어요.
참 공감이 갔던 대목이었든요.. 일찍 아버지를 사고로 여의고, 그 뒤엔 매사 부정적이고, 냉정했던 어머니 밑에서
정신적으로 참 힘들었어요. 남편없이 자식 키우느라 너무 힘들었던 어머니를 이제는 이해하지만, 한편으론
원망하면서 크기도 했어요.
그때마다 겨우 8년간이었지만, 아버지가 주셨던 사랑의 기억으로 지금까지 제가 긍정적으로 살 수 있었던것 같아요.
엄마 안계실때 밥 차려주시면서 어린 동생들 무릎에 앉혀놓고 반찬 얹어주시고, 자식들 밥상에 흘린 밥, 반찬
아버지가 다 드시면서, '엄마가 해준 밥보다 아빠가 해준게 더 맛있지? ' 하시면서 웃던 아버지
한여름 어느 공원에 놀러가서 '00야...사진 찍어줄테니까 마음에 드는곳에 가봐...' 라며 사진찍어주시던 아버지
자식들이 떼쓰고 울어도 항상 웃으면서 달래고, 자상하게 타이르던 아버지 모습..꽃과 나무를 좋아하셔서
지금도 친정집 앨범에 보면 각종 꽃과 함게 사진 찍은 아버지 모습, 엄마 속옷까지 사서 챙겨주시고,
같이 살던 외할머니, 이모한테까지 늘 신경쓰고 잘해주셨어요.
아버지 사고로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 친구분들 20년 넘게 아버지 제사때마다 찾아오셨고, 외할머니는
세상에 니 아버지같은 사람은 없었다고...얼마나 사람들한테 잘하고...너 태어나자마자 하늘에서 떨어졌나..
맏딸이라고 이뻐해도 그렇게 이뻐할수가 없었다네요. 거기다 돈도 잘 버셔서 어머니는 정말 편하게 사셨대요..
아버지가 남긴 재산 사기당하고 장사 2번해서 다 실패후 단칸방에 살면서, 기초수급자로 살기도 했지만,
한 번도 좌절을 해보진 않았어요. 결혼해서도 고된 시집살이, 사업실패로 몇 억의 빚더미에 올라서 살아도
부정적으로 생각해본적도 없었고,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서 이겨내야겠단 생각으로 살았어요.
남편이 자살을 생각하고 있을때도 다독여가면서 사니, 남편이 이렇게 당차고 씩씩할줄 몰랐다고 하대요.
아마도..아버지가 어려서 저에게 보여주셨던 긍정적이고 밝은 기운이 제가 힘들때마다 버티게 해준 힘이었던것
같아요. 지금은 그 빚 다 갚고, 분가도 했고, 잘 살아가고 있어요.
오늘따라 아버지가 참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