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얼마전 82에서 제가 찾아드린 시인데 너무 좋아서요

나눔 조회수 : 1,098
작성일 : 2018-06-20 10:12:53
처음 당신을 알게 된 게 언제부터였던가요. 이젠 기억조차 까마득하군요. 당신을 처음 알았을 때, 당신이라는 분이 세상에 계시는 것만 해도 얼마나 즐거웠는지요. 여러 날 밤잠을 설치며 당신에게 드리는 긴 편지를 썼지요.

처음 당신이 나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전갈이 왔을 때,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득히 밀려오는 기쁨에 온몸이 떨립니다. 당신은 나의 눈이었고, 나의 눈 속에서 당신은 푸른빛 도는 날개를 곧추세우며 막 솟아올랐습니다.

그래요, 그때만큼 지금 내 가슴은 뜨겁지 않아요. 오랜 세월, 당신을 사랑하기에는 내가 얼마나 허술한 사내인가를 뼈저리게 알았고, 당신의 사랑에 값할 만큼 미더운 사내가 되고 싶어 몸부림했지요. 그리하여 어느덧 당신은 내게 ‘사랑하는 분’이 아니라, ‘사랑해야 할 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젠 아시겠지요. 왜 내가 자꾸만 당신을 떠나려 하는지를 , 사랑의 의무는 사랑의 소실에 다름아니며, 사랑의 습관은 사랑의 모독일 테지요. 오, 아름다운 당신, 나날이 나는 잔인한 사랑의 습관 속에서 당신의 푸른 깃털을 도려내고 있었어요.

다시 한번 당신이 한껏 날개를 치며 솟아오르는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내가 당신을 떠남으로써만…… 당신을 사랑합니다.

- 이성복 남해금산 중
IP : 211.194.xxx.56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8.6.20 10:15 AM (121.152.xxx.203)

    이성복 시 느낌이 전혀 아니라
    이름 읽고 놀랐지만 아름다운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2. ㄴㄴ
    '18.6.20 11:01 AM (211.46.xxx.61)

    인간의 감정은 다 비슷한가봅니다...
    시인도 시를 쓸때의 감정이 보통사람과 같은걸 보니...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29375 버스정류장에서 정신이상자 같은사람이.. 9 ... 2018/07/03 3,955
829374 미용실 염색 망했어요 13 ... 2018/07/03 4,847
829373 납새미 먹고 싶어요. 13 맛나 2018/07/03 2,925
829372 무지개떴어요 3 아기사자 2018/07/03 837
829371 달달한거 한입 넣자마자 후회하는 이 단순함 6 ... 2018/07/03 1,432
829370 최근에 미국에서 오신분? (생수 질문) 4 aaaa 2018/07/03 1,182
829369 수학학원 같은 선생님께 5년 반 8 파랑 2018/07/03 1,964
829368 팩스보내면 발신번호가 바로 뜨나요? ... 2018/07/03 410
829367 몰래 알바하는데 모른척하고 있어요 10 .. 2018/07/03 5,954
829366 관자구이 맛이 원래 이런가요?(급질) 8 구리구리 2018/07/03 2,991
829365 배고파 죽겠어요 ㅠㅠㅠㅠ 7 다이어트 2018/07/03 1,814
829364 좀 전에 지워진 글이요 2 .. 2018/07/03 1,105
829363 이재명이 왜 엄청난 광고비를 뿌렸을까 두 가지 관점 27 이병철페북 2018/07/03 2,749
829362 저희 사무실건물에서 누가 투신했대요 9 명복을 빕니.. 2018/07/03 7,309
829361 눈가 알러지때문에 너무 괴로워요ㅠㅠ 20 dd 2018/07/03 7,597
829360 헬스장 사물함 4 열받아라 2018/07/03 1,294
829359 청담골에서 식사 해본 분 계신가요? 7 한식집 2018/07/03 1,443
829358 항상 양이 맞질 않아서요 6 화장품 2018/07/03 1,643
829357 서울에 인테리어 부분공사 잘하는곳 있나요? 3 ㅇㅇ 2018/07/03 940
829356 2040년, 국내 체류 외국인 700만명 시대? 4 미래를위해 2018/07/03 693
829355 자기집에 온 사람에게 뭔가를 꼭 챙겨 줘야하는 사람 25 두루미 2018/07/03 6,216
829354 남자 예물시계 뭘로 하시나요? 12 우리아가 2018/07/03 4,531
829353 김빙삼옹 트위터 ㅋㅋ 6 ㅇㅇ 2018/07/03 2,519
829352 강아지 산책시킬 때 길고양이 조심하세요 ㅜ ㅜ 24 ㅇㅇ 2018/07/03 9,479
829351 도움좀 부탁드릴게요 2 어느 병원으.. 2018/07/03 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