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마늘을 사려고 계속 벼르고 있었어요.
작년에 마늘을 한접 사서 뒷베란다에 매달아놓고 1년 가까이 얼마나 잘 먹었는지...
설이 지나도 멀쩡하더라구요. 방부제 뿌린것도 아닌게 설이 지나니까 뿌리가 초록색으로 자라더군요.
어쨌든 또 그런 좋은 마늘을 구할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 다녀봐도 썩 맘에 와닿는 마늘이 없더라구요.
그러다 동네 식자재마트를 지나가는데 의성 마늘과 그냥 저장 마늘이라고 써놓고 마늘을 한무더기 쌓아놓았더라구요.
마늘을 사려고 보고 있는데 갑자리 어떤 할머니가 지팡이 비슷하게 생긴 의료기에 몸을 의지한채
저에게 다가왔어요
"마늘 살거야?" 90은 가까워 보이는 할머니였어요. 힘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제게 묻더군요.
원래 그냥 못들은척하거나 가버리는데 왠지 할머니에게 친절하고 싶었어요.
"네" 하며 웃으며 답하니까 할머니가 궁시렁 거리더군요.
며느리가 마늘을 사왔는데 맘에 안든다. 만원만 더 주면 훨씬 좋은거 사는데 하면서 궁시렁 궁시렁 하더니 ...
제가 고민하는걸로 보셨는지 의성마늘이 훨씬 더 좋다며 만원 더 주고 이런걸 사 그러더라구요.
이 마늘은 정말 달콤하면서도 매콤하면서도 맛있는 마늘이다 하면서 할머니랩을 하시더라구요.
힘없는 노인네의 랩같은 궁시렁거림이 왠지 측은하게 느껴질 무렵 할머니가 갑자기 지팡이를 내팽개치시며
마늘 자루를 버쩍 들으셨어요. 한접짜리 뿌리도 자르지 않은 마늘 자루를 두세자루 드시더니
이게 제일 좋은 것들이야 하시더라구요. 그리고는 다시 지팡이를 집어 들고 사라지셨어요.
할머니가 고른 마늘중에 한자루를 사서 집에 와서 자르는데 진짜 마늘이 짱짱하면서 너무 좋은거에요.
역시 할머니들의 연륜은 무시할수 없는거 같아요. ㅋㅋㅋㅋ
저의 마늘 구입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