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친구와 같이 일을 하게 되었어요
돈독한 사이였죠
친구가 하던 일에 제가 후발로 제안받고 들어갔으나 우리 직급은 같았고요
교육쪽 일이라 강의를 주로 하는데요
2일 간에 걸친 세미나에서
친구가 주강사였어요
친구가 다 강의를 짰죠. 일정도요.
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터라
일에 대한 통제권이 저에게 없었어요.
그런데 그 세미나실에
친구-통역사(외국에서의 세미나)-나 이렇게 나란히 청중을 마주 보고
같은 테이블에 앉았어요.
이틀 내내
아무 일도 주어지지 않았고
발언권도 없었어요.
그런데 청중은 마주 보고 있고 미치겠더군요
노트북 꺼내서 괜히 이거저거 타이핑 하는 척.. . ;;
게다가 통역사는 친구에게만 붙었고 저는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도 없었고
청중과 대화를 나눌 기회도 없었죠
반면, 친구는 주강사니 모든 포커스는 그에게...
친구는 성취감에 젖어 신나하는데
전 혼란스러웠어요.
그 일에서 돌아온 후, 우정은 이제 접어두고 일을 열심히 하자고 결심했어요.
내가 신참이라 실력이 부족한가 자책도 되었구요..
그 친구는 내가 했던 이야기를 토시하나 안틀리고 가져다 쓰더군요.
정작 내가 그 이야기 했을 때는 아무 피드백도 없었던 사람인데..
그런데, 그 이후에도 같은 일이 계속 되더군요
일이 시작되기 전, 아무 상의도 없이
모든 일정을 자기가 잡고
(이전까지 그 친구가 하던 일이니 당연히 그에게 컨택이 옵니다)
자기를 메인으로 놓고
저는 가방모찌처럼 가서 우두커니 앉아있다가만 오는 일이
계속되었지요.
컨택포인트를 나로 바꿀 생각도
우리에게 자신 말고 다른 스피커가 있다는 것도 전혀 알리지 않고요.
그게 단지
내가 수습기간이라 기한을 약속하고 벌어지는 일이었고
내가 경력과 지식이 쌓이는 것과 발맞추어 가는 것이었다면 달랐을거에요.
아무 언급도 없었고
내가 철저히 소외되고 자기는 철저히 주인공이 되는 일에 대해서
전혀 아무 문제의식이 없더군요
내가 그런 이야기를 꺼내도 공감 포인트가 전혀 없었어요.
'내 앞으로 강의가 들어온 것이니 내가 하겠다' 였어요.
-그 강의 내용은 혼자 쌓은 것이 아니라 공동작업의 결과였어요.
민망하리만치 우두커니, 청중이든, 주강사였던 내 친구였던 그 사람과도 아무 연결감 없이
저는 가방들고 왔다 갔다 기름값만 쓰다가
도저히 미래가 보이지 않아 그만두었습니다.
그 외에도 그 친구가 자기 직권으로 행했던
비윤리적인 일들이 쌓이고 쌓였지만요
인간적으로 환멸감이 들었던 것은
나의 절친이었던 사람이
다른 사람과의 공동작업을 자기가 쫙 빨아서 혼자 스포트라이트 받으며 경력을 쌓고
친구이자 동료라며 추켜세울 땐 언제고
나를 픽업하여 자기 옆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 만들던 것...
정말 내 평생에 이런 만남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매번 그런 강연 자리에 화석처럼 앉아있다가 아무와도 말할 기회조차 없이 세미나가 끝나면
혼란스러움과 스스로 병신같은 자괴감을 가득 안고 돌아왔어요
딱 왕따가 된 느낌이었요
나는 분명히 그 자리에 있었는데 완전 투명인간 취급당했거든요
물론, 내가 감정적인 인간이어서
이런 일에 감정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을지 몰라도
이 일에서부터 자신을 다시 찾고 안정되기까지
참 많은 노력이 필요했어요
이 일을 계기로 나는 나를 더 자세히 알았고
인간을 더 알게 되었고
관계에 대해, 일에 대해, 사회적 사귐에 대해 고민하고 배운게 많지만
정말 아팠어요.
성인이어도 이렇게 아프네요
그룹에서 투명인간이 된 느낌......
정말 버려진 느낌 그대로였습니다.
그리고 나를 그런 자리에 늘 몰아 넣고
완전히 모른 척 하다가
모든 쇼가 끝나고 나면
갑자기 친구모드로 바뀌어 아무렇지 않게 나를 대하는 그 사람이
내가 경험한 최악의 인간유형이었어요.
아주 사기꾼이었으면 첨부터 사귀지도 않았을텐데
악과 선이 절묘하게 섞인 존재 앞에서
정말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