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말도 예쁘게 하던 제 아이가 그립네요.
이젠 엄마가 하는 말에 눈을 부릅뜨고 목에 핏대 세우며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고...
학원 숙제도 셔틀시간 임박할때까지 하는가 하면,
소설책을 읽고 있길래 숙제 다 했냐고 하면 다 했다고 하더니 내신외우는 숙제 통과못해서 학원에서 남아
당연히 셔틀까지 놓치니 버스타고 집에 와 밥 먹으려고 하면 11시고...
학원 안 가는 날은 학교 숙제든 학원 숙제든 집에서 뒹굴뒹굴 놀다가 꼭 밤12시 다 되가는 때에 숙제한다고 펼치고...
그런데 꼭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숙제를 하네요.
누가 보면 노래공부 하는줄 알거예요. 가수 지망생요. 열심히 득음의 고지에 도전하는 가수 지망생요.
대체 뇌가 동시작용을 할 수 있냐고요.
한가지에 집중하기도 힘드니 몰입해서 빨리 끝내고 자라 해도 본인은 그게 더 잘 된다니 말이 되냐고요.
입으로 노래를 부른다는건 지 뇌가 노래를 인지해서 두 가지 일을 하라고 하는건데 뭔 숙제에 몰입을 하는거냐고요.
이어폰 빼고 하라고 했더니 난리난리를 치며 눈에서 레이저를 쏘며 대들고 한마디도 지질 않네요.
본인 말대로 그게 집중이 더 잘 된다고 하면 왜 성적은 바닥인지...
겉 멋만 들어서 왜 자기는 똥꼬반바지 안 사주고 무릎반바지만 사 주냐고하고요.
바쁜 등교시간에 화장실 거울 보느라 나올 생각을 안 하고..
머리카락을 세수하기 전에 한번 빗고, 세수하고 또한번 빗고, 교복입고 또또한번 빗고 하길래
제가 세수하면서 고개 숙이면 머리가 헝클어지니 세수를 한 후 빗든지 교복을 입고 빗든지 해라 해도
지가 알아서 한다고 귀찮다고 잔소리 말라고 큰 소리 쳐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가서 엄마 속 타는 것도 모르고요.
40kg도 안돼 빼빼 말라서 한약까지 지어먹이는 엄마 마음도 모르고요.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부모된 인격을 갖추지 못한 내가 부모가 된게 잘못된 시작점 이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어요.
딸아이 하나도 이렇게 감당을 못하고 있는데, 이 아이를 능가하는 아들을 또 하나 키우고 있어요.
남들은 자식 키우는 재미로 산다고들 하는데 저는 그 재미가 뭔지 모르겠어요.
진짜 조용히 저만 연기처럼 이 집에서 사라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