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먼저 미국이 이번 캔슬의 원인으로 든 북한의 마지막 성명이 무엇인지를 봅시다.
북한은 미국의 펜스 부통령이 리비야 모델을 다시 한번 언급하자,
북한은 리비야가 아니다. 펜스는 그것도 모르는 멍청이냐라고 비난했습니다.
(정확한 펜스의 워딩은, 북한이 만족할 만한 딜을 내놓지 못할 경우 북한은 리비야처럼 될 것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There was some talk about the Libyan model last week, and you know, as the President made clear, this will only end like the Libyan model ended if Kim Jong Un doesn't make a deal," Pence said Monday.
펜스가 이 발언을 하자 북한이 다시 발끈해서 펜스를 욕했습니다.
그러나 톤 다운을 시켰죠.
미국 비난하되 트럼프는 노 터치…북한 최선희, 펜스만 때렸다 - 중앙일보, 2018. 5. 24
2. 이 건을 두고 트럼프가 노발대발해서 정상회담을 캔슬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되고,
트럼프식 블러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왜 트럼프는 이런 블러핑을 쳤는가.
제가 엊그제 설명드렸습니다만,
트럼프는 전과를 확대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트럼프의 미국내 정치 상황과 연관이 있습니다.
트럼프는 지금 국내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언론들과 적대관계이기 때문에, 이리로 가도 욕먹고, 저리로 가도 욕먹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언론들이 뭐라고 하든 부인할 수 없는 확고한 업적 -북한 비핵화- 을 쌓아서 미국 시민들에게 어필해서 중간선거에 승리하려는 것입니다.
어저께인가 CNN에서 전문가라는 사람이 나와서 그랬죠.
'트럼프가 정말로 북한 비핵화에 성공한다면 미국 시민들이 길거리에 나와 호산나 (구세주)를 외치며 환영할 일이라고. 그러나 그런 일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트럼프를 반대하는 이들도 북한 비핵화가 큰 업적이라는 것은 부정못합니다. 다만 그 일이 일어나지 않게 되기를 바라는 거지요. 하지만 트럼프는 그걸 하려 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언론들이 여기에 재뿌리는 방법은 무엇이냐.
회담을 해도 안한 것처럼 만들어버리면 됩니다.
끊임없이 그 회담 결과물을 깎아내리고, 이것은 승리가 아니라 패전이며, 북한에게 내준 것이고, 북한은 핵무기를 감춰두고 있을 가능성이 여전히 있으며... 이런 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미국 언론들은 실제로 이런 보도를 이미 하고 있습니다.
이 연장선상에서 나온 게 볼튼이 말했던 북한의 모든 시설에 대해 미국이 불시에 기습감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시기에 몇년간 이라는 제한이 없이 앞으로 영구적으로 그래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북한도 나라인데, 자국의 모든 군사시설이나 안보시설에 대해 미군이 영구적으로 불시에 들이닥쳐 조사해볼 수 있는 자유통행권을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나라는 없습니다. 있다면 전쟁에 져서 미국에게 점령당한 상태의 나라라면 그게 가능하겠죠. 독립국가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걸 거부한다면?
'그럼 북한은 공개를 안하고 있는 시설이 있다. 공개하지 않은 시설에 핵 무기를 감춰두고 있을 수 있다. 이것은 불완전한 핵 사찰이다' 라는 주장을 펴는 것이지요.
현재 일본 정부와 미국 언론들이 밀고 있는 프레임이 이겁니다. 여기에 맞장구 치고 있는 볼튼은 멍청한 것이고...
(현재 일본이 결코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엿먹고 나서 아베가 트럼프를 좋아할 수는 없는 거죠. 일본이 지금 내놓고 있는 제안들은 북미 회담의 허들을 높이는 것인데,
이게 겉으로 보면 미국이 이것도 요구하고, 저것도 요구해서 북한에 대한 요구사항을 늘려서 협상에서 더 강한 위치를 점유하게 해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 시민들에게 북한으로부터 여기까지 얻어낼 수 있다고 기대수준을 엄청나게 높여놔서 트럼프가 거둔 성과물이 낮아보이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볼튼은 지금 미국 언론과 일본 정부 손아귀에 놀아나고 있는 거죠. 헛 똑똑이라고 생각합니다.
실무는 폼페이오와 CIA, 국무부가 하고 있는 데, 왜 볼튼만 계속 인터뷰했겠습니까. 볼튼은 자기가 매일같이 언론에 나오니까 신나서 떠들어댔지만 실제로는 북미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강화시키고 있었던 게 아니라, 트럼프를 향한 덫을 놓고 있었던 언론들에게 이용당한 겁니다)
일단 이런 언론보도를 접하는 미국 국민로서는 귀가 좀 솔깃합니다.
미국 시민들로서는 더, 더, 더를 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죠.
트럼프가 좀 더 강하게 북한을 밀어붙여서 더 얻어낼 수록 트럼프의 성과가 인정되고,
트럼프가 북한과 타협하여 중간 정도 지점에서 합의가 나올 경우, 트럼프가 합의에 급급해 북한에게 굴복했다는 언론들의 프레임이 시민들사이에서 설득력을 얻을 것입니다.
3. 이런 국내 사정때문에, 트럼프는 충분한 성과물을 얻어내야만 합니다.
얻지 못하면 미국 언론들이 전방위적으로 펴고 있는 프레임 공격에 무너집니다.
트럼프가 리비야 모델을 안한다고 기자회견 했던 것만으로도, 트럼프가 북한의 이간책에 말려들어 자신의 보좌관을 스스로 쳐냈다 라고 미 언론들이 신나서 보도를 했습니다.
우리나라 언론들에서는 '볼튼 해고 임박' 이라고 전망을 했지만, 저는 그리 보지 않습니다.
볼튼이 맘에 안들어도 해고하는 순간, 북한의 이간책에 말려든 트럼프 라는 미국내 기사가 수없이 쏟아질 겁니다.
(이번 맥스 썬더 훈련에 있어서 국방부가 사전에 신경을 못쓴 불찰이었다 라는 국내 지적이 나오고 실제로 송영무가 급히 B-52전개를 우회시켰지만, 문대통령이 송영무 장관에게 경고를 하거나 하지 않잖아요. 하면 북한의 압박에 굴복하는 꼴이 됩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펜스가 또 리비아 모델을 이야기했지만, 트럼프가 펜스에게 주의를 준다면, 트럼프는 보스로서 자기 사람을 보호하지 못하고 북한의 압박에 굴복했다는 비난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트럼프는 자기 사람을 감싸야 합니다.
그러니 이 기회에 핑계삼아 북미 회담 캔슬이라는 블러핑을 한 번 쳐보는 거지요.
4. 블러핑이 아니라 진짜이면 어떻게 하나. 라는 불안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걱정마십시오. 그렇게 하면 트럼프는 정치적으로 자살 하는 것입니다.
재선 못합니다.
이란 핵 합의 딜을 파기시킨 상태에서,
북한 핵 건도 해결을 못하면 트럼프는 재선이 불가능합니다.
전쟁으로 해결을 하려들면 어쩌지? 라는 불안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안된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지원없이 미국 혼자서 전쟁 못합니다.
둘째, 판이 여기까지 왔는 데 중국이 미국 편 안듭니다. 북한은 인질들을 석방하고 핵 실험장을 폭파시켰습니다. 중국은 북한은 이만큼 성의를 보였는 데, 미국은 왜 성의를 안보이나 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지금 판 깬다고 해서 미국 편 안듭니다.
셋째, 트럼프가 회담 캔슬을 발표한 시점이 아주 약삽한 데,
펜스가 저 발언하고, 북한이 비난 성명 발표하고,
그런다음 우리나라 문대통령과 트럼프가 만나서 정상회담을 하고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그리고나서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폭파하고 나자,
트럼프가 회담 캔슬 발표한 겁니다.
받아먹을 거 다 받아먹고 나서 판 깨겠다고 하는 거죠.
북한 입장으로서는 풍계리 폭파하고 나서 몇 시간만에 회담 깨겠다는 통보를 받았으니 황당할 겁니다.
트럼프가 풍계리 폭파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왜 전쟁이 없다는 증거가 되는가.
전쟁할 거면 그냥 미 폭격기로 가서 폭파해버리면 됩니다.
미군은 적대국이 하는 말을 믿지 않으며, 자기 손으로 직접 부수고 확인사살 하는 게 미국 스타일입니다.
북한 행동을 기다리고 있을 필요가 없죠. 북한이 비난 성명 내놨을 때, 바로 받아치고 전쟁 준비로 들어가면 되는 겁니다. 풍계리도 원자로도 북한 군사시설물도 일제히 전면 폭격으로 다 부수는 게 미국 스타일이지, 여기는 빼놓고 저기는 하고... 이런 식으로 하지 않습니다.
트럼프식 엿먹이기 협상술입니다.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