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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소설보다 시를 좋아하시는 분

조회수 : 1,270
작성일 : 2018-05-24 06:00:20
시의 매력은 뭔가요?
좋아하는 시 한 편 추천해주세요..
IP : 110.70.xxx.224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8.5.24 6:49 AM (117.111.xxx.140)

    조 병화님 들꽃처럼
    흘러가는 세상일은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
    나름의 해석으로 좋아한답니다

  • 2. ..
    '18.5.24 7:06 AM (121.139.xxx.169)

    정지우 시인의
    걱정인형

    걱정은 자주 넘어졌던 곳에 묻혀있다
    색색의 고민을 덧댄 천조각 같은 날씨를
    걸어 나온 계단은 자꾸 허벅지가 보이죠 라는
    내용인데 길어서 다 적지는 못하겠네요

    뭔가 내게 와 닿는 남다른 의미가 좋더군요

  • 3. ...
    '18.5.24 7:31 AM (72.80.xxx.152)

    영혼의 인간

    공격은 1차원 선의 세계이다.
    무지몽매 달려가 어느 끝에 다다르면 공격은 완성되고 파괴만 남는다.
    그리고 세계는 닫힌다.

    그리움은 2차원 면의 세계이다.
    견딜 수 없는 갈망으로 천지를 두루 헤맬 때
    그리움의 아득한 넓이는 완성된다.

    슬픔은 3차원 입체의 세계이다.
    그리움의 아득한 넓이를 가진 사람이
    생을 온전히 지고 위를 향해 꿈으로 솟구치다가도
    수직으로 떨어져 고통의 구덩이에 빠지면
    그의 생은 마침내 3차원 입체를 가지게 된다.
    사람다워 보이기 시작한다.

    꿈을 가진 사람은
    시간과 공간 이동이 가능한 4차원의 세계로 갈 수 있다.
    나열된 3차원의 세계들을 연속적으로 관통하는 것은
    꿈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인간의 삶은 꿈을 통해 과거든 미래든
    다른 세계로 이동한다.
    그리고 이동에는 반드시 영혼이 동행하게 된다.
    영혼의 인간은 그렇게 탄생한다.


    김주대 시집 『그리움의 넓이』에서

  • 4. ...
    '18.5.24 7:33 AM (72.80.xxx.152) - 삭제된댓글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송경동





    어느 날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 하지 않겠느냐고 찾아왔다

    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오?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

    싸늘하고 비릿한 막 하나가 쳐지는 것을 보았다

    허둥대며 그가 말했다

    조국해방전선에 함께 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과 함께 하지 않았다



    십수 년이 지난 요즈음

    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고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

    걷어차인 좌판과 목 잘린 구두,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

    대답한다 수많은 파문을 자신 안에 새기고도

    말 없는 저 강물에게 지도 받고 있다고





    송경동 시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 5. ...
    '18.5.24 7:34 AM (72.80.xxx.152)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어느 날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 하지 않겠느냐고 찾아왔다

    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오?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

    싸늘하고 비릿한 막 하나가 쳐지는 것을 보았다

    허둥대며 그가 말했다

    조국해방전선에 함께 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과 함께 하지 않았다



    십수 년이 지난 요즈음

    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고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

    걷어차인 좌판과 목 잘린 구두,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

    대답한다 수많은 파문을 자신 안에 새기고도

    말 없는 저 강물에게 지도 받고 있다고


    송경동 시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 6. ...
    '18.5.24 7:38 AM (72.80.xxx.152) - 삭제된댓글

    해제


    갈 곳이 없다

    사람이 북적대는 터미날에

    그림처럼 앉아서

    한철 걸망 무게에

    등이 저려오는 고독함으로

    맥없이 시간을 버는 오후

    혼자 사는 일에 아직도 서툰 오늘

    떠나가는 버스처럼 쓸쓸하다.


    원담스님 시집... 2007, 개미

  • 7. ...
    '18.5.24 7:40 AM (72.80.xxx.152)

    해제


    갈 곳이 없다

    사람이 북적대는 터미날에

    그림처럼 앉아서

    한철 걸망 무게에

    등이 저려오는 고독함으로

    맥없이 시간을 버는 오후

    혼자 사는 일에 아직도 서툰 오늘

    떠나가는 버스처럼 쓸쓸하다.


    원담스님 시집... "살구나무경" 2007, 개미

  • 8. 정호승 시인
    '18.5.24 7:53 AM (39.7.xxx.138)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9. ............
    '18.5.24 7:54 AM (121.131.xxx.215) - 삭제된댓글

    사무엘 울만의 삶을 위한 명시 ― 청춘Youth!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7&cn=0&num=1221831&page=3&searchType...


    “이니스프리Innisfree의 호도湖島” ― 『예이츠』의 명시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7&cn=0&num=1505860&page=2&searchType...


    중국 최고의 명시 감상 ― 도연명의 『귀거래사』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7&cn=0&num=1343184&page=2&searchType...

  • 10. ㅇㅇ
    '18.5.24 8:03 AM (116.121.xxx.18)

    추천한 시들 저장합니다

  • 11. ...
    '18.5.24 8:07 AM (72.80.xxx.152)

    목숨의 노래



    너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작았다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다



    그래서 너를 두곤

    목숨을 걸었다



    목숨의 처음과 끝

    천국에서 지옥까지 가고 싶었다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문정희

  • 12. 댓글 중에서
    '18.5.24 8:31 AM (58.236.xxx.104)

    정호승 시인 -수선화에게
    문정희 시인--목숨의 노래
    너무 좋아서 나중에 찿아봐야 겠어요.^^

  • 13. ...
    '18.5.24 9:02 AM (210.97.xxx.179)

    오~ 좋아요.
    감사합니다.

  • 14. ..
    '18.5.24 9:09 AM (123.212.xxx.146) - 삭제된댓글

    그 함축된 단어를 좋아해요
    전 소월 한용운의 시를 좋아해요

  • 15.
    '18.5.24 9:23 AM (125.178.xxx.37)

    댓글 시들 넘 좋으네요..저장,
    판 까신 원글 님께도 감사를...

    소설과는 다른...
    함축된 의미를..
    읽는자의 또 다른 시각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암튼,짧은 시간에 감동도 받고..
    여운은 길어요..
    곱씹어 볼 수도 있고요...

  • 16. 의문
    '18.5.24 9:24 AM (118.36.xxx.183)

    문정희 시인은 한계령에서 폭설에 갇히고 싶다.
    이시도 그렇고 어떻게 저렇게 절절하게
    시를 쓸까요?
    실제로 이혼한걸로 아는데
    연애를 많이 해봤을까요?

  • 17. ..
    '18.5.24 10:18 AM (112.217.xxx.251)

    좋은시 정말 많네요..
    저도 요즘 시집 궁굼해서 두리번 거리고 있었거든요
    감사합니다

  • 18. ....
    '18.5.24 11:55 AM (210.105.xxx.216)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시를 잊은 당신에게)에 소개되었던 시들 검색해보세요. 몰랐던 시들이 많았는데 참 좋더라구요.

  • 19. ..
    '18.5.24 6:23 PM (14.58.xxx.31)

    좋은 시 저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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