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의 아저씨 짜투리인물분석 - 할머니편

쑥과마눌 조회수 : 4,010
작성일 : 2018-05-23 23:08:47

누가 보아도

할머니는 이지안에게 짐으로 보인다.


거동 못해,

말도 못해,

벌이 없어,

혼자 살기에도 버거운 이지안에게

얹혀 있는 커다란 짐


나의 아저씨 초반에

이지안이 달이 보고 싶다는 할머니의 말을 흘려 듣지 않고

쇼핑카트를 슬쩍 집으로 가져가

한줌밖에 안되는 할머니를 

한줌밖에 안되는 이지안이 끙끙거리며 태운다.

그리고, 그 할머니를 싣고

서울에도 저렇게 큰 달이 뜨나 싶게 

엄청시렵게 큰 달이 보이는 언덕에서 같이 보는 장면이 있다

영화 ET라고..

연식 오래된 사람들은 유년시절에 보았을..

그 영화에 나온 달장면이래로

내 가슴에 남아 있을 명장면이다.


그 할매를 다시 끌고 달동네 집으로 올라가려던 걸

이선균이 대신 업어주고

그런 이선균을 보고, 이지안이 선의를 느끼면서도 이런 말을 하지

부자들은 착하기 쉽다고..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화상들은 그 쉬운 걸 안하는 걸로 선택한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그렇게 커다란 달을 쳐다본 언덕배기에서

나는 과연 그 달을 보고 싶어 하던 사람이 할머니뿐이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후에 너덜너덜한 몸과 마음으로

집에 들어 온 이지안이

할머니가 누워 있는 이불을 끌어 

달이 잘 보이는 창가에다 데려다 주고,

따스한 물을 끓여 안겨 주고..

맛난 걸 보면 가격표때문에 망설이다 사다준다.


누군가를 케어하는 마음

나보다 약한 가족에게 뭔가를 주는 그 마음 어디엔가

내가 받고 싶었던 어떤 마음과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그 결핍되고 필요한 무언가를 

내 손으로 누군가에게 주는 것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채워간다


할머니가 있기에

텅빈 방안이 가득차고

차가운 방바닥이 신경쓰이고

뜨거운 물을 끓인다.


할머니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현자마냥

좋은 말..현명한 말..인생의 혜안에 가득 찬 말을 안해도

그저 바들바들 떨며

우리 강아지 불쌍해서 어떻하냐고.

내가 빨리 죽어야 하는데..하고 한탄만 하고 앉았어도.

할머니는 그 존재 자체로

집에 돌아 오는 이지안을 쳐다보는 눈빛만으로도

집 잃은 강아지마냥 거리를 헤맬 이지안을 불러들이고

할머니에게 베풀어지는 선의의 세례를 더불어 받으며

사람을 죽였었다는 낙인에 불도장을 더 할 수 있는 이지안의 타락을 막는다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누구에게는 할머니로..

누구에게는 엄마로..

대부분에게는 어린 자식으로..

사람들 다 하나씩 이런 존재를 키우며 산다


그런 거다.

나를 파멸에서 건저 내는 힘도

나를 타락에서 막아 내는 힘도

역설적이게도 

나를 죽도록 고생시키는 

연약하여 내가 지켜줄 수밖에 없는 

나를 사랑하고 아끼며 

내게 기댈 수 밖에

그 누군가로 나오는 거다.


IP : 72.219.xxx.187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
    '18.5.23 11:13 PM (112.152.xxx.220)

    짱~ 입니다!!!

  • 2.
    '18.5.23 11:15 PM (222.101.xxx.249)

    맞아요. 지안이한테 할머니는 그런 존재였겠죠.
    이 글을 읽으니 또 울컥합니다.
    원글님 진짜 짱 ;ㅁ;

  • 3. 저도요
    '18.5.23 11:18 PM (59.5.xxx.196)

    할머니가요
    지안이를 정말 예쁘게 안쓰럽게 봐주잖아요
    나한테 그런 마음 갖고 있는 사람한텐
    계산이 작동하지 않죠
    혈육이고요
    어릴 땐 사랑으로 키워줬겠고요...
    이해하지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4. 와우~
    '18.5.23 11:19 PM (59.11.xxx.17)

    그러네요~~ 읽으니 당연한걸 미처 보면서는 생각못했어요
    대단하셔요. 감사해요~~~

  • 5. 고고
    '18.5.23 11:26 PM (58.231.xxx.148)

    맞아요!

    울엄니가 제게 그려요.

  • 6.
    '18.5.23 11:54 PM (180.70.xxx.142) - 삭제된댓글

    공감 또 공감~

  • 7. 쑥과마눌
    '18.5.23 11:56 PM (72.219.xxx.187)

    ㄴ 쓰길 잘 했네요.
    패쓰할려다가, 그 놈의 달구경때문에 쓰게 된 글이거든요.
    확인은 안 해보았지만, 거기가 대학로 뒤에 낙산공원같았거든요.
    저희 친정집 근처.
    다음에 친정가면, 밤 늦게 그 공원에 가서, 그 달을 보리라..생각하며 쓴 글

    다들 감사~~

  • 8. ♡.♡
    '18.5.24 12:05 AM (112.185.xxx.238)

    좋은 평 잘 읽었어요~
    시간나시면 다른 인물평 부탁드려도 될까요?
    너무 재미나요~^^

  • 9. 제리맘
    '18.5.24 12:10 AM (1.225.xxx.86)

    원글님 짱~~~ 222
    드라마 안 본 사람인데도 눈물이 나네요
    작가하셔요~~~

  • 10. 우와~~~
    '18.5.24 12:22 AM (125.183.xxx.15)

    필력 대단하시네요.
    그 동그란 달에 그런 많은 사연이 있었군요.
    박동훈 이지안 잘 지내고 있겠죠?

    저도 또 다른 인물평 기다릴게요~~~

  • 11. 쑥과마눌
    '18.5.24 12:25 AM (72.219.xxx.187)

    ㄴ 이미 다른 인물들은 다 건드렸어요.
    안 건드린 인물들이 몇 안 남을 정도로..

    쑥과마눌..마늘 말고, 마눌..입니다
    그리 검색하시길..

  • 12. ...
    '18.5.24 12:27 AM (59.15.xxx.189)

    멋진글이네요!!!!
    쑥과 마눌님 필력 대단하세요.
    근래 읽었던 어떤 글보다 좋으네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13. ㅠㅠ
    '18.5.24 12:45 AM (211.44.xxx.57)

    자식때문에 산다는 말의 진짜 의미

  • 14. ...
    '18.5.24 4:16 AM (92.108.xxx.194) - 삭제된댓글

    원글님 아빠얘기 전엔 눈물이 날 뻔 했는데..
    사족이 조금 아쉽네요.

  • 15. 쑥과마눌
    '18.5.24 4:36 AM (72.219.xxx.187)

    ㄴ 윗님, 감사해요
    쓰면서 속으로 같은 생각을 했어지요.
    단백하게 빼는 걸로~

  • 16. 맞아요.
    '18.5.24 6:14 AM (110.13.xxx.164)

    맞아요. 아이낳은건 고통이지만 그 고통으로 인해 존재감을 느끼고 때로는 살아야 할 이유도 되고...
    재미없는 천국대신 시련 유한함이 셋트인 현생을 살아내는 이유.

  • 17. 근데
    '18.5.24 7:04 AM (1.234.xxx.114)

    지안이 할머니는 외할머니예오 ?친할머니예요?

  • 18. ...
    '18.5.24 7:48 AM (119.197.xxx.28)

    할머니가 짐이긴 하지만 지안이 살아가는 이유였죠.. 지안이 어릴적 지안이가 할머니의 살아가는 이유였던것처럼...
    할머니없었음, 지안이 더 망가지던가 자살했을듯...

  • 19. 동감해요
    '18.5.24 8:11 AM (199.66.xxx.95)

    저도 내가 구원해줬다고 생각한 존재들이
    사실은 나를 구원해준거라고 자주 생각합니다

  • 20. .....
    '18.5.24 8:14 AM (180.65.xxx.57)

    공감....
    지안아....

  • 21. ....
    '18.5.24 9:34 AM (125.176.xxx.3)

    맞아요 저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어요 ㅜㅜ

  • 22. ㅇㅇ
    '20.6.21 7:35 PM (128.134.xxx.29)

    좋은 글이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28744 이만하면 저소득층 9 상도 중도 .. 2018/07/03 3,475
828743 교보문고 배송 진짜 짜증나네요. 5 rww 2018/07/03 1,893
828742 자외선차단제가 안들어간 쿠션이나 비비?? 헬렐레 2018/07/03 629
828741 도대체 얼마나 찌질하면 오줌똥싸는 몰카를 찍나요? 9 .... 2018/07/03 3,553
828740 금융종합과세 기준 천만원이요 15 ..... 2018/07/03 2,895
828739 대안언론 후원탈퇴 어떻게 하나요?. 8 후원금 2018/07/03 661
828738 이석증 진단을 받았어요. 7 ㅡ.ㅡ 2018/07/03 3,108
828737 열무김치 담글때 열무 6cm로 잘라요? 아님 뿌리채 담가요? 12 헷갈려 2018/07/03 1,650
828736 통돌이세탁기 가격이 100만원이 넘어가나요?@@ 12 세탁기 2018/07/03 4,225
828735 40대 후반 남편 영양제 뭐 챙겨주세요? 5 ... 2018/07/03 2,888
828734 일요일 새벽에 저는 무엇을 했을까요???? 10 기억 2018/07/03 4,470
828733 문재인대통령 친위조직 부엉이회는 무엇인가? 51 marco 2018/07/03 3,567
828732 세식구 이상태에서 젤 큰 저축액은 얼마가 좋을까요 7 ... 2018/07/03 1,896
828731 친정모임은 늘 서먹해서 제가 자리를 자꾸 안만들게되네요 2 ㅇㅇ 2018/07/03 2,299
828730 이정미 전 재판관 “자한당 비대위원장? 제 이름 안 오르내렸으면.. 8 모욕 2018/07/03 2,480
828729 결혼식 참여로 올라오시는 시어머니 21 며느리 2018/07/03 19,113
828728 ADHD 유발자, 프탈레이트 2 예방 2018/07/03 2,831
828727 식재료 주문 괜찮은 곳 공유하고 싶어요 1 2018/07/03 846
828726 백반토론에 나온 낙지송 원래 있는 노래였네요 4 ... 2018/07/03 802
828725 11살.. 8살.. 오누이 보고 있으면.. 정말 마음 속에 행복.. 19 ... 2018/07/03 5,763
828724 박삼구 회장 딸 박세진씨 전업주부서 금호리조트 상무로 5 2018/07/03 5,190
828723 해외가족여행 어디로. 7 . 2018/07/03 2,628
828722 (저장)경기도의회 지역구별 의원 연락처 목록 7 08혜경궁 2018/07/03 532
828721 무선욕실 청소기 사용해신분 계신가요 1 욕실 2018/07/03 1,479
828720 운동을 열심히 하니 6 헬스 2018/07/03 4,6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