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전화 드렸더니 오늘이 결혼기념일인데 아빠한테 얘기해봤자 나만 서운하니 너한테 얘기한다.
엄마가 아빠한테 자장면 먹자 그러면 되지.
아빠 오늘 복지관에서 수업 있어.
그럼 저녁에 드시면 되지. 맛있는 거 먹고 같이 축하하면 되지. 엄마, 축하해!
그래!
오늘 아침 엄마와 나눈 대화에요.
아버지가 82세, 엄마는 78세신데 여전히 아빠는 나쁜 남자, 엄마는 여전히 아빠 해바라기 그러시네요.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 그래도 치아 안 좋으신 아버지 뭘 좀 해드리면 잘 드실까 궁리하는 천상 여자
울 엄마가 좀 착한 남자 만나셨음 얼마나 좋으셨을까 안타까운 마음 반. 그래도 일평생 가장 노릇 소홀히
안 하신 아버지 집에서라도 갑질하고 싶으신가, 울 아버지는 왜 이렇게 성찰이라는 게 안 되시는 건가
안타까운 마음만 온전히... 그렇네요.
저는 결혼한 지 이제 11년인데 부부간의 대화 패턴은 한 번 만들어지면 잘 안 바뀌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한 번 바닥을 보면 더 나빠지기는 어렵지 않은 터라 제가 만나는 사람 중 남편 대할 때 가장 조심스럽게
고마우면 고맙다 온 마음으로 표현하며 살려고 노력하죠. 남편이 워낙 좋은 사람이라 저를 사나워지지
않게, 서운하지 않게 해줘서 그게 가장 고맙습니다. 더 고마운 건 서운하다 말할 때 그런 걸로 쪼잔하게
서운하냐 타박하지 않고 깜짝 놀라며 미안하다 해주는 점이구요.
오늘 저녁엔 친정 가서 맛난 저녁 사드리고 아버지 참교육 좀 시켜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모두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