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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이야기) 필스너 우르켈의 좋은 점

깍뚜기 조회수 : 2,506
작성일 : 2018-05-20 01:55:39
맥주 회사 알바아니고요. 
체코 양조장 상속녀는 더더욱 아닙니다 ㅎㅎ

20대에는 왜 그렇게 소주를 많이 마셨는지...
맥주래봤자 맛대가리 없는 학교 앞 생맥이었고, 
가끔 중국집 갔을 때 싸구려 빼갈.
막걸리는 곁들이는 안주만 맛있고, 저랑 좀 안 맞더라고요. 
물론 맛있게 만든 막걸리가 주는 진득한 즐거움이 있긴 하지만요. 
(포천 배상면주가에서 운영하는 박물관 좋더라고요. 입장료 내면 이 회사 주류를 무료 시음할 수 있어요) 

30대에는 와인의 맛도 조금 깨쳤습니다. 
와인은 역시 친구들과 도란도락 앉아서 대화하기엔 최적의 술인 것 같습니다. 
<신의 물방울>의 그 오글거리는 드립에 걸맞는 고급 와인은 별로 못 마셔봤지만, 
제 취향엔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의 칠레 와인이 가성비 젤로 좋더라고요. 
잔치의 백미는 술, 그 중에서도 흙과 태양과 포도의 콜라보인 포도주.
지저스가 잔치에 술이 떨어진 걸 못 참고 물로 포도주를 만들었다던 그 센스있는 기적 일화가
신약성서의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죠 ㅎㅎ

암튼 결국 나에게 맞는 술은 
지친 몸뚱아리와 너저분한 정신의 갈증을 가시게 해주며
도수가 세지 않아 1석 2조인 
맥주! 
맥주란 것을 30대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죠. 맥주는 노동자의 술인 것입니다. 

언젠가 <맥주와 철학>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맥주 애호가인 철학과 교수들이 자기가 어떻게 홈 브루잉을 하고,
연구년 핑계 삼아 독일 맥주 축제를 즐기로 갔으며,
에피쿠로스 학파가 말한 쾌락이 바로 맥주를 마실 때의 쾌락이 아니겠냐며 헛소리 작렬 ㅋㅋ
.... 재밌게 읽었습니다. 
또 다른 책에서는 중세 이후 유럽의 수도사들이 왜 그당시 렇게 맥주를 잘 맹글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결론은 기도하고 뭐하고 할 일이 없다 보니 ㅎㅎ 
당시 순례자들의 숙소가 되었던 수도원에서는 식사 때 시원한 수제 맥주를 제공했다고 합니다. 
벨기에 쉬메(Chimay - 자꾸 마무리로 마시는 일본 맥주같은 느낌?ㅋㅋ) 같은 훌륭한 맥주가 제공됐겠죠? 


사설이 길었는데, 
최근 20개월의 수유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다시 원래 대로 호모 비어쿠스(?)의 자세로 돌아와 
이 맥주, 저 맥주 탐닉하다 보니 
역시 맥주도 쌉쌀해야 제 맛이란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필스너 우르켈은 체코 필젠 쌉쌀한 맥주인데 
도수도 4.4 정도라 바람직하지 말입니다. 
향신료를 넣으면 소금간을 적게 해도 싱겁지 않게 느껴지듯이
쌉쌀한 맛이 세니까 도수가 약해도 빨리 취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필스너도 병맥과 캔맥의 맛의 차이가 크네요. 
알루미늄은 몸에도 안 좋다는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독일 옥토버페스트를 가보는 게 소원입니다 ^^

500 마시고 알딸딸해서 이제 자야겠어요. 

IP : 211.206.xxx.50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제가
    '18.5.20 2:02 AM (112.150.xxx.63)

    프라하 가서 생맥 마셔보고 병맥 캔맥이랑은 맛이 완전 달라서 깜짝놀랐었어요. 진짜맛있구요.
    완전싸고..레스토랑에서 시켜도 2천얼마정도더라구요..큰잔이

  • 2. 피오나
    '18.5.20 2:43 AM (58.225.xxx.176)

    자연드림 까페 필스너 생맥 맛있었는데 이젠 카페영업은 안 하더라고요ㅠ

  • 3. 00
    '18.5.20 7:30 AM (211.245.xxx.48)

    맥주와 철학 찾아 봐야겠네요.

    내일 저녁 한 캔의 쾌락 . 내일 한 캔입니다.

    저도 독일 꼭 가보고 싶어요. 호프집에 걸려있는 커다란 맥주집도요.

  • 4. ...
    '18.5.20 8:02 AM (220.120.xxx.60)

    플스너 병맥주도 편의점에서 팔았음 좋겠어요~
    (제가 사는 곳 편의점만 없는걸까요?)

    캔맥주를 유리컵에 담아 마셔보세요..
    같은 맛이라도 좀더 다르게 느껴지더라구요..

    맥주 좋아하면 데블스도어가면 좋아하실듯해요..

    전 스타필드 찜질방에서 맥주먹었는데 아침부터 마셨어도 그리마싰을수가 없었거든요..

  • 5. 필스너..
    '18.5.20 8:06 AM (58.239.xxx.137)

    얼마전 동유럽여행중 필스너 공장에서 갓 만든 맥주를 마셨었어요.
    그 이후로 남편은 필스너맥주 애호가가 되었구요.
    쌉쌀한 맛이 산뜻하더군요.

  • 6. beeeeer
    '18.5.20 8:08 AM (84.86.xxx.139)

    반갑네요. 저도 우르켈 좋아해요. 맥주는 다양한 잔에 마실 수 있지만 지인집에서 주석잔에 따라 마신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요.

  • 7. pivo
    '18.5.20 8:37 AM (182.230.xxx.199)

    원글님 반갑!
    저희집엔 쌀은 없어도 맥주 와인 커피 없이는 못 사는
    호모 드링커스 둘 서식 합니다.
    버로 어제,, 치맥 한다고 스텔라와 필스너를 차갑게 해 놨는데,
    아뿔싸! ABS!
    필스너 먼저 마시고 스텔라 마시니, 그 맛좋던 스텔라도 카스급으로 하향 평준화 시켜 버리던 필스너의 위력! 참고로 치킨은 걍 지극히 평범한 후라이드 였습니다.
    필스너 짱!
    필즌 밑 동네, 한국인들 많이 가는 체스키 클룸루프 부근 : 체스키 부데요비치에서 만드는 부드바—원조 버드와이져—는 더 bitter 한 맛이 끝내 줍니다.

  • 8. ...
    '18.5.20 10:47 AM (180.68.xxx.136) - 삭제된댓글

    재밌게 글 잘 봤어요.
    맛보다는 가성비였는데
    이젠 맛 따져 가며 마셔야겠어요.

  • 9. 저도 필스너!!
    '18.5.20 11:09 AM (39.116.xxx.164)

    레스토랑갔을때 잔맥주를 시켰는데 너~무 맛있어서
    뭐냐고 물어보니 필스너라더군요
    그때부터 필스너 제일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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