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진료실 풍경]
심각한 표정으로 보호자가 묻는다.
"선생님 우리 아지(가명)가 가끔 숨 쉬는 게 이상해요."
"어떻게 쉬는데요?"
"음 그게.. 그러니까...(입을 벌렸다 다물었다하면서)허~억 허~억"
진지한 상황인데 옆에 있던 동행한 분께서 큭큭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흉내를 내던 보호자도 웃음이 터졌다.
동물이 아픈 양상을 동물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없는데다가 그렇다고 딱히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울 때는 결국 그걸 흉내를 내야만할 때가 있다.
때론 그게 너무 리얼해서 서로가 민망해 진다. 그래도 우리는 늘 진지하다.
나도 진지하게 답변했다.
“혹시 (입을 벌리고) 꺽~꺽~하면서 소리내나요?”
“어 비슷한데 그렇게까지 크게는 하지 않아요. 그냥 (다시 입을 벌리고)컥~컥~ 뭐 이렇게 요.”
“흥분할 때 주로 그러나요?”
“아 네.. 흥분하면 그래요.”
“아 그게 기도를 구성하고 있는 연골조직이 약해 기도가 좁아지면서 생기는....”
다음 진료...
“우리 밍키가 목에 뭐가 걸렸나 봐요. 자주 캑캑거려요. 그러다 뭘 뱉어내기도 해요”
“혹시 (입을 벌리고) 캑~캑~ 이렇게 하나요? 아니면 (배를 쥐어짜듯 인상을 쓰며)우~억 우~억 이렇게 하나요?”
“맞아요. 캑 ~ 캑~ 그렇게 해요.”
“아 그게 뭐가 걸린 게 아니라 기침입니다.”
오늘도 동물병원 진료실에는 보호자와 수의사의 진지한 성대모사 대결이 한창이다.
다음 보호자는 걷는 모습을 흉내 낼 준비를 하고 있다.
덧말_수의과대학에 동물모사학 과목신설을 진지하게 검토바란다. 이거 졸업하고 나서 배우려니 많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