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그 엄니
위성유
느그 엄니 같은 그런 사람
이 시상 천지에 없을 것인께
느그 엄니한테 잘 하그라잉
봄이면 느그 엄니는
남의 비닐하우스에 딸기를 따면서 땀으로 샤워를 했어야
여름이면 느그 엄니는
한나절은 고추 따러 밭에서 살고
한나절은 까슬까슬한 보리수염에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당께
가을이면 느그 엄니는
논둑길에 앉아 깔을 베고 피를 뽑고
떨어진 벼 이삭 하나라도 주우려고 허리가 성할 날이 없었어야
겨울이면 느그 엄니는
바닷바람 쬐며 미역 공장에 미역 따러 줄기차게 다녔당께
알제 한 푼이라도 벌라고
죽도록 고생만 하고 산 느그 엄니
느그 엄니는야
시방 팔순 줄에도 서울 사는 지 새끼들
뭐 하나라도 먹이려고 기억자 된 허리로
텃밭 일궈 옥찌시도 가지도 심었어야
느그들이 엄니 속을 알면 잘 해야제
느그 엄니한테 잘 하그라잉
느그 엄니 인생은 애당초 없었당께
느그들이 느그 엄니 인생이었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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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께서 두번째 시집을 내셨어요,
선물받은 시집과 퇴근길을 함께 하다 몇 편의 시 앞에서 눈물 지으며 잡으로 돌아왔네요.
저는 서울 사람인지라 울 엄마는 시와 같은 어머니의 삶은 아니었지만,
마음만은 우리 엄마도 저러시지 싶고, 한편으로서는 엄마로서의 내 모습도 생각해 보고...
출판된 시집을 제가 샀었어야 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작가에게 선물로 받고
우선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주변 분들에게 작가의 시 한편 소개하는 일인거 같아
잠들기 전 살짝.. 작가의 시 한편 내려 놓고 갑니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