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대한항공 갑질을 보면서 저는 생각나는 일이 있어요.
계속 곱씹으면서 우리 안의 갑질이랄까 갑질을 목격하는 인간의 도덕성이랄까를 생각하게 되네요.
갑질은 재벌만 하는 일이 아니에요.
10년쯤 전에 방글라데시에 살았던 대학 동창이 집에서 일하는 현지인 가정부를 쥐잡듯이 잡으며
온갖 화풀이를 다하는 것을 보고 기함했던 경험이 있지요.
게다가 가정부가 생활하는 곳도 극히 열악했어요.
집에 방이 남아 도는데도 가정부는 부엌에 딸린 헛간 같은,
화장실이 한가운데 뚫려 있는 공간에서 먹고 자면서 살더라구요.
해리포터가 사는 계단 아래 창고보다 못해 보이는. 방글라데시는 다 그렇게 한다고ㅠㅠ
악을 쓰는 동창에게 너 왜 그러냐고 대화를 시도했을 때
그녀 왈, 이 동네 애들은 게으르고 자존심이 없어서 이렇게 해줘야만 알아듣는다고,
현지 부잣집에서 일하는 가정부들은 다 강간당하고 맞는다는데 쟤는 그래도 자기 집에 와서 운이 좋은 거라고.
그때 끝까지 말리지 못하고 그냥 그 집을 떠났던 기억이 부끄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때 대학 동창의 양심을 내다 판 갑질을 끝내 말리지 못했던 것은
제 자신부터가 도덕적으로 단단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자란 제게 힘 있는 사람이 힘 없는 사람을 괴롭히고 부당하게 대하는 풍경은
그리 낯설고 이상한 풍경이 아니었고
또 제가 당하는 것도 아니라서 개입하면 동창과의 사이만 어색하고 불편해진다는 이기적 계산속도 들어서
말리는 척만 하다가 멈춘 것 같네요.
대한항공 갑질 사태를 보면서 그때의 일이 떠올라서 괴롭고, 자기반성도 하게 됐습니다.
나는 그때 방관자였다고, 그러면 안 됐다고요.
그래도 최근 몇 년 동안 이런저런 일을 보고 듣고 겪으면서
- 촛불도 들고 미투 운동도 하고 부당한 것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듣고 겪고 직접 경험하면서
저는 흐리멍텅했던 윤리 의식이 단단해진 느낌이에요.
앞으로는 어떤 부당한 일을 대할 때 구경꾼이 아니라 개입하는 사람으로 살겠다고 결심해봅니다.
인간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갑질을 내 일이 아니라고 방관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임을
선명하게 아는 사람으로 살겠다고,,,
여기에라도 끄적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