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지난간 세월 시댁이랑 남편한테 섭섭한건 꺼낼 필요도 없겠지요...
그런데 요즘 자꾸 서글픈 생각이 드네요..
자꾸 조그만 걸로 앞으로 계속 어떻게 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지나간 그 험한 세월 시댁살이도 다 견디고 살았는데
이제와서 왜 그런건지를 모르겠어요.
남편이 어머님이 삼시세끼 새밥 해먹여 키웠어요.
넌 공부만 해라. 이런 스탈이죠.
결혼해보니 형광등 하나를 갈줄 모르더라구요.
살다보니..자기는 양반 금손이고
저는 미련곰탱이 더럽고 힘든 일은 다 제 차지네요.
집에서 못하나 박아주질 않구요.
남편 직업상 1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녀야하는데
어쩌다 보니 아파트 텃밭을 얻게 되었는데
이 곳에서 제 유일한 낙이 텃밭이 되었어요.
타지에서의 외로움을 비롯해서 이런저런 일들
모두 이 작은 텃밭하나 일구는 낙으로 살고 있는데
여기 텃밭들은 다 아버님들이 물주고 심고 잡초뽑고 하는데
저만 맨날 올라와있어요.
남편 기다리다가는 1년 다지나가도 모종도 하나 못심을 것 같아서
전부 다 해놓고 비닐까지 씌워놓고 남편기다리다가
퇴비 한포대만 뿌려달랬더니 냄새난다고 난리를 칩니다.
안그래도 다른 집들보다 한참을 늦었는데
비오는날이라도 씨를 뿌려야겠다 싶어서 바람막이를 입고 가있는데
자기만 우산을 쓰고 서있습니다.
그러고선 다됐다고 내려가는데...혼자서 우산을 쓰고 내려가네요..
그 일 이후로..그게 그렇게 섭섭하더니
오늘은 대파를 너무 많이 사서 대파를 심고 있는데
혼자 심심하니까 같이 올라가자 했더니
죽어도 싫다더라구요..그럼 알았다 하고 혼자 심고 있는데
또 올라왔더라구요. 그런데 대파가 너무 많아서 한참을 심어야겠더라구요.
그런데도 빤히 쳐다만 보고 있어요..
결국엔 다른 아버님이 구멍을 뚫어주시고 전 심고 있었네요..
그런데 내려오니까 정말 너무 화가 나는거에요..
전 남편이랑 이 낯선 타지에서 그냥 같이 있고 싶고
얘기거리 나누면서 소소한 추억을 나누고 싶었어요.
그런데 1년에 딱 한번 이맘때쯤 퇴비한포대 뿌려주고
토마토 지주 한 5개 박아준거 가지고도 온갖 불만을 다 토로하고
이딴거 뭐하러 하냐고 제 유일한 낙을 비웃습니다.
하지만 제일 잘먹는건 남편이에요..그리고 저희 아이들..
전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사람만나고 공부하고 다 해봤지만
아무잡념이 없어지는 이 텃밭이 유일한 낙인데...
전 지금까지 남편이 한다하면 제가 싫어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잘하라고 밀어주고 싶었고
남편이 웃고 좋아하면 저도 행복했거든요..
그런데 저희 남편은 이런 저의 행복도 몰라주고..
제가 남편한테 지금까지 살면서 부탁이라곤
이런거 1년에 한두번 고작 부탁한것 밖에 없느데
그게 그렇게도 하기 싫은 일이었을까요.
그리고 자기는 금손인냥 아무것도 안하고
우산도 안씌워주고..정말 내가 남편에게 이것 밖에 안되는구나 싶어서 너무 슬픕니다.
암만 퇴비가 더러워도 그거 먹고 우리 애들이 맛있는 채소먹고 하는데
그거 생각하면 힘만 있다면 저는 100포대도 뿌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자기 자식 똥도 냄새 난다고 똥기저귀 한 번을 안 갈아주던 것도 생각나고
내가 아파누워 똥오줌도 못가리면 어쩔랑가..
앞으로 같이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남편에게 섭섭한게 이상한걸까요ㅜㅜ
지금 맘이 너무 아프니까 댓글은 살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