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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브라를 찾아서

광년이 조회수 : 3,696
작성일 : 2018-05-11 05:33:23
첫 브라는 국민학교 5학년 혹은 6학년 초? 첫 생리가 5학년 9월이었으니까 그 뒤의 가까운 어느 때였던 것 같다. 티셔츠를 입으면 뾰족하게 솟는 게 신경쓰여서 엄마한테 말했더니 주니어 브라를 사줬던 것 같다. 와이어는 없었고 앞에 뽕도 없었지만 젖꼭지 정도는 가려줘서 외형적으로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와이어가 들어가고 뽕도 있는 브라를 엄마가 사다주는 대로 하고 다녔다. 잘 때도 하고 잤는데 지금 생각하면 마냥 신기하다. 그때는 신과 같았던 엄마가 으레 맞는 걸 사줬겠거니 철썩같이 믿었지만 후에 알고보니 우리 엄마는 제대로 된 브라를 해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속옷 가게 점원에게 물어봐서 대충 맞춰 사오셨는데 나는 그걸 믿어 의심치 않고 주구장창 했던 것.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집을 들어서기 전부터 브라의 호크를 풀기 시작했다. 당연히 집에 오자마자 벗어던졌고 나갈 때만 마지 못해 했다. 브라를 안 하고 살 수 없을까 생각하긴 했지만 몸통은 남들보다 굵은 편이고 가슴은 작은 편이다 보니 브라 없이 옷을 입으면 태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몇 년 전 와이어 자국이 멍처럼 남아서 사라지지 않는 걸 보고 충격 먹고 가지고 있는 브라의 와이어를 빼버렸다. 쿡쿡 찌르는 쇠꼬챙이만 없어도 살 것 같았다. 그래서 새로 사는 브라는 당연히 노와이어브라로! 허나 이것도 잠시. 얼마지 않아 알게 됐다. 나는 와이어 뿐만 아니라 가슴둘레를 압박하는 것도 오지게 싫어한다는 것을. 그리하여 젖꼭지를 가려주고 뾰족가슴임을 표시내지 않으면서 와이어 없이 가슴둘레도 압박하지 않는 편안한 브라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와이어만 없는 브라를 이것저것 사 보았다. 대체로 스포츠 브라였다. 그때만해도 지금처럼 노와이어 브라가 많지 않았다. 스포츠 브라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말 그대로 스포츠를 위한 브라라 가슴을 엄청 압박하고 옷을 입으면 남자 가슴처럼 보여서 원하는 태가 나지 않는다.(안그래도 남자라고 오해받을 때가 있는데 굳이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ㅠㅠ) 모양도 편안함도 만족할 수 없었다. 이것저것 찾아 헤매다가 젖꼭지에 붙이는 패치를 사 보았다. 젖꼭지가 도드라 지지 않을 뿐 살찐 남자의 가슴 같아서 싫었다. ㅠㅠ 두루 찾아보다가 심리스 어쩌고 하는 브라를 추천 받아서 샀으나 재질이 나와 맞지 않아서 할 수가 없었다. 간지럽고 두드러기 나고...ㅠㅠ 레이스 속옷을 입으면 간지럽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레이스가 없는 것도 그럴 수 있다니. 심지어 가슴둘레의 압박에서 자유롭지도 않았다. 나는 어쩔 수 없나보다 체념하며 여름에는 대충 걸치고 다니고 겨울에는 옷이 두꺼우니까 아예 안 하면서 살기를 몇 년. 여름에도 더는 못 해먹겠다 싶어서 다시 찾아 헤매다가 '다소고시'를 알게 됐다. 그곳에서 추천받은 것은 다른 브라였지만 나는 브라 런닝에 꽂혔다. 그 즈음 내 몸이 엄청 차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꼭 런닝을 챙겨 입을 때라 겸사겸사 좋았던 것 같다. 추천받은 브라를 사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샀던 브라런닝이 나에게 잘 맞았다. 가격도 참 착했다. 칠천원도 안 했던 것 같은데... 디자인은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어차피 속옷이니까 편하면 됐지 하면서 잘 입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 브라런닝은 낡아갔다. 다시 사려고 보니 같은 모델은 없었다. 그렇다면 다른 브라런니을 사지 뭐. 브라런닝이 내 취향임을 확신하고 다른 브랜드의 브라런닝을 샀는데 이게 뭐야? 내가 입던 브라런닝은 가슴둘레의 조임이 거의 없이 앞에 브라패드만 각각 꽂는 타입이었는데 이것들은 죄다 가슴둘레에 짱짱한 밴드가 있었다.
숨막혀!
몰랐으면 모를까 알면서 다시 그딴 걸 입을 수는 없었다. 이것저것 되는대로 사보았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다시 다소고시로 돌아갔다. 다른 브라런닝을 울며 겨자먹기로 사 입었다.(처음에 샀던 것의 디자인이 그나마 내 취향 나머지는 죄다 할머니 속옷같이 생겼다. ㅠㅠ)
그러다 브라 안 좋아하는 친구가 거의 안 한 것 같다고 하나 추천해줬다. 나에게도 맞길 바라며 사보았지만 잘라서 붙인 부분의 모서리가 나를 자꾸 찌르고 가슴의 모양도 나와 맞지 않았다. 나는 몸통이 넓은 편이고 가슴은 작은 편이라 양쪽 가슴 사이가 넓은데 이 브라는 그것에 대한 배려가 하나도 없었다. 하긴 그 점은 다른 브라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는 가슴이 좁은 여자만 있는건지, 와이어건 노와이어건 죄다 끌어모아 놓기만 해서 가슴에 옷을 맞춰 입는 게 아니라 옷에 가슴을 껴 넣는 것 같았다.
역시 안 되는구나. 디자인은 포기하고 그냥 입어야겠다 생각했는데 팟캐스트 '거침없는 해장상담소' 67화 이렇게까지 불편할 일인가를 듣다가 '네추럴미'의 라이트브라를 알게 됐다. 사실 처음 안 것은 아니다. 한참 끈 없는 브라에 관심이 많을 때 실리콘 브라 사서 했다가 가슴에 땀띠나서 개고생(내 땀에 알레르기 반응을 하는 게 아닐까 싶을만큼 땀을 바로 씻어내지 않으면 두드러기 처럼 솟아나고 간지럽다. 그런데 그 부위가 가슴이다보니...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한 이후로 붙이는 브라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한 후 기억에서 지워버렸는데(실리콘 브라와는 다른 방식의 붙이는 브라지만 그때는 다 싫었다.) 한 패널이 몇 년 째 잘 하고 있다길래 혹 해서 시켜 보았다. 설명대로라면 붙는 느낌의 옷 아무데나 껴 넣기만 하면 되니까 지금 하고 있는 브라런닝보다 훨씬 자유로울 것 같았다. 실제로 해본 결과 촉감이 조금 낯설고 처음에 제대로 착용하지 않으면 가슴이 위로 가거나 아래로 가거나 혹은 양쪽의 위치가 다르게 될 수도 있겠다 싶지만 생각보다 고정력도 좋고 실리콘 브라와는 다르게 살에 붙는 건 아니라서 땀이 차지도 않았다.
여전히 제일 편안한 것은 다소고시의 브라런닝(캡 내장형 말고 캡을 탈부착할 수 있는 모델)이지만 디자인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라이트브라도 좋은 것 같다.
일반적인 체형이거나 아무거나 입어도 불편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지만 가슴이 자유분방하게 좌우로 흩어져 있고 작은 압박에도 불편함을 느끼는 편인지라 속옷 때문에 불편을 겪은 시간이 길어서 장황하게 써보았다. 내 방황이 한 명에게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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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쓴 글을 그대로 긁어와서 반말이라 죄송합니다. ^^;;
찾아오는 사람도 별로 없는 블로그보다는 이곳에 올리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아서 올려봅니다.
다른 분들은 저처럼 찾아헤매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더 편안한 브라가 있다면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안 입고도 당당할 수 있는 세상이 온 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구요.

IP : 121.129.xxx.182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8.5.11 7:19 AM (175.192.xxx.5) - 삭제된댓글

    박시한 셔츠나 원피스에도 착용가는할까요?

  • 2. ..
    '18.5.11 7:20 AM (175.192.xxx.5)

    박시한 셔츠나 원피스에도 착용가능할까요?

  • 3. ^^
    '18.5.11 7:58 AM (210.2.xxx.61)

    무인양품 제품도 좋아요.
    가슴 주위를 전혀 압박하지 않고
    캡부분이 따로 놀지 않음.
    가슴부분 패드 탈부착 형태는 빨 때마다 모양 잡아주는 것도 일인데 이건 그냥 빨기만 하면 돼서 더 편합니다요.

  • 4. ㅁㅁㅁㅁ
    '18.5.11 8:11 AM (119.70.xxx.206)

    줄바꿈 좀 해주시면...

  • 5. 브라
    '18.5.11 8:16 AM (121.138.xxx.91) - 삭제된댓글

    브라하나에 뭔 수필을 ...

  • 6. 좋은데
    '18.5.11 8:57 AM (1.227.xxx.175)

    넘 재밌게 읽었는데 윗댓글들에 원글님 의기소침하실까 로그인했어요. 이런 개인의 경험담 어디 가서 듣겠어요? 저도 유니클로 브라런닝이 압박해서 다른거 없나 하고 있었는데 유익한 정보였습니다.

  • 7.
    '18.5.11 9:13 AM (220.79.xxx.102)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어렸을때는 24시간 브라를 하고있다었죠. 오빠가 둘이라 저는 더 신경이 쓰였나봅니다. 그러다 결혼하고나서 드뎌 자유를 찾았습니다. 최소한 집에서라도 안하니 살것같네요. 외출할때만 벨트차듯이 하고다니죠.
    안그래도 와이어 있는게 불편했는데 꼭 찾아볼게요.
    고맙습니다...

  • 8. 브라를 찾아서
    '18.5.11 10:10 AM (70.69.xxx.111)

    네추럴미는 풍만한 가슴이나 처진 가슴 커버는 잘 안될 듯 한데요. ㅠㅠ
    다소고시 브라런닝은 풍만한 가슴도 될 것 같기는 한데
    처진가슴도 커버가 될가요?

  • 9. 브라
    '18.5.11 10:14 AM (59.15.xxx.218)

    유방이쳐진 사람은 정말 브라사는거 힘들어요 나이많은 아줌마인데요 내마음에드는 브라는
    아직도 못사봣어요 메이커 다뒤져도 보통브라만 있어요 수유브라는 너무크고

  • 10. 광년이
    '18.5.11 12:04 PM (121.129.xxx.182)

    박시한 옷은 네추럴미는 안 될 것 같아요. 안에 붙는 느낌의
    속옷을 입어야 할 듯.

    무인양품! 전 브라탑만 사봤는데 그건 별로여서 다시 도전하지 않았거든요. 다시 도전해보겠습니다.

    좋은데님 감사합니다. ^^ 위기소침은 아니지만 맘은 좀 상할 뻔 했어요. ㅎㅎㅎㅎ

    가슴둘레도 가슴모양도 다르니까 모두에게 잘 맞지는 않겠지만 푠한 브라 찾으시길 바랍니다.

    제가 찾은 브라는 모두 가슴이 크신 분은 그다지 안 편할 것 같아요. 커본 적이 없어서ㅠㅠ 잘 모르겠지만요. 잡아주거나 하는 기능 없이 그냥 앞가리개? 정도거든요.

    저도 엄마 때문에 찾아본 적 있는데 캡이 내장되어 있는 브라런닝(모양이 고장되어 있는)이 그나마 가슴을 담아줘서(?) 괜찮은 것 같더라구요.

  • 11. ㅁㅁ
    '18.5.11 4:19 PM (119.70.xxx.206)

    작은가슴은 상관없을까요?
    AA요 ㅜㅜ

  • 12. 광년이
    '18.5.12 2:47 AM (121.129.xxx.182)

    와이어가 모아주는 것처럼 모양이 나지는 않겠지만 편하게 입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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