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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 남편과 사는 이유

사랑이란 조회수 : 6,775
작성일 : 2018-05-08 16:07:01
남편과 오랜시간 절절하고 달달하게 연애하며 결국 떠들썩하게 결혼을 했어요. 

정말 결혼하면 엄청나게 행복할 줄 알았는데, 

하루하루 서로의 단점이 부각되고, 점점 서로 언성을 높이며 기분 상하는 일이 많아지더라구요. 

서로의 이기적인 면에 질리기도 하고,

정말 이 사람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아 결혼은 현실이구나. 하는 순간이 많아지고. 

가끔 부부싸움을 하다가 충격적으로 물건도 던지고 소리를 질렀어요. 그리고 짐을 싸서 나가겠다고 난리난리.

그러다가 아이가 생겼구요. 아이가 생기면 서로 더 행복할 줄 알았는데, 

아이 때문에 본래 예민한 남편 성격이 더 예민해지고 육아에 있어서 제게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어요. 

너도 초보 아빠고 나도 초보 엄마인데, 완벽주의자인 남편에게 제가 하는 모든 일이 성에 안차는 듯 보였어요. 

점점 집에서는 말이 없어지고 아이가 자고 자유시간이 생겨도, 혼자서 책을 읽거나 핸드폰을 보거나 

남편과 무언가를 같이 하는 일이 없어졌어요. 항상 무언가를 하다가 지적을 당하면 기분이 상하니까요. 

아이는 정말 예쁘지만 요즘 내 남편이 내가 알던 그 자상하고 배려심 깊고 부드러운 웃음을 띄고 

사랑스레 날 바라보던 그 남자가 맞나 싶어서 앞으로 남은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하니 앞 길이 깜깜했어요. 

어제는 저녁을 같이 먹다가 눈동자가 텅빈 표정으로 앉아있는데 남편이 그러더군요. 

- 우린 부부 같지 않은 것 같아. 우리가 함께 하는 게 대체 뭐야? 너가 하고 싶은 일이 뭐야?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어요 그리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대답을 했는데. 

- 난 그저 예전처럼 당신이랑 손을 잡고 나란히 걷고 싶을 뿐이야. 

남편 얼굴에 뭔가 스쳐지나가더니 갑자기 절 일으켜 세우더라구요. 

- 일어나, 내 손 잡고 걷자. 

정말 우스운 일이지만 아이를 재워놓고 그렇게 온 집안을 남편과 손을 잡고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걸어다녔어요.

순간 제 속안에 뭔가가 터지는 느낌이 나면서 눈물이 줄줄 흐르더라구요. 
  
예전에 남편과 연애시절 그냥 손만 잡고 걸어도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함께 더우나 추우나 유쾌했고 서로 즐거웠던 수많은 나날들이 스쳐지나갔어요. 

아직은 우리 사랑하고 있나보다-하고 포옹을 하고 그 자상했던 내 남자를 되찾았네요. 

내 남편과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어요. 사랑. 그 무엇도 아닌 사랑이요. 


하룻 저녁만에 이렇게 세상이 다시 회색에서 장밋빛으로 물들어 보여요. 

이렇게 또 혼자서 사랑타령 영화를 찍고 있다니 어디서는 오글거려 말도 못하지만 

익명의 힘을 빌려 살짝 글 써 봅니다. 

82님들은 남편분을 정말 사랑하시나요? 


IP : 121.160.xxx.74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ㅜㅜ
    '18.5.8 4:08 PM (118.223.xxx.155)

    왜 눈물나게 하고 그러세요 ㅠㅠ

    서로 알았으니 이제 쭉 달달할거에요 ^^;

  • 2. 와우
    '18.5.8 4:12 PM (218.149.xxx.99)

    소설같아요...중요한 순간에 남편분 센스 터지네요.
    보통은 넌 현실감각이 없니 복에 겨워 그런다 할수도 있을 텐데....
    연애하고 결혼은 정말 다르더라구요.

  • 3. ..
    '18.5.8 4:13 PM (115.23.xxx.135)

    맞아요!!
    바로 그거에요
    인생에서 젤 중요한게..

  • 4. 실감나네요.
    '18.5.8 4:26 PM (49.1.xxx.17)

    글만 읽어도 제 손까지 찌릿찌릿하네요~ 행복하세요~ ^^

  • 5. 저도
    '18.5.8 4:27 PM (125.177.xxx.106)

    남편한테 기대어 손잡고 따뜻한 체온을 느낄 때가 좋아요.

  • 6. ..
    '18.5.8 4:28 PM (116.127.xxx.250)

    부럽네요 사랑이 잇는 멋진 부부~~

  • 7. ...
    '18.5.8 4:28 PM (202.20.xxx.210)

    남편분이 정말 좋은 분이에요,
    저는 아기를 낳았는데 우울증이 오면서 아기도 보기 싫고 그러면서 남편도 정말 싫고 그랬어요.
    어떤 사람들은 아기 낳고 너무 행복하다던데 저는 너무 불행해서 아기 남편한테 키우라고 보내고 이혼하고 혼자 살고 싶었거든요.

    근데 그 때 신랑이 입주시터를 구하고 저보고 예전과 같이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운동하고 니 생활에 집중하라고, 어느순간 아기가 예뻐보이고 자기가 보고 싶으면 그 때 다시 열심히 보고 예뻐하면 된다고.. 그랬어요.
    진짜 회사에 복귀하고 정신없이 내 생활에 적응하다 보니까 어느순간 아이도 예뻐보이고 신랑이랑 밤에 영화도 보러다니고 그러니까 다시 연애 하던 때 처럼 딱 그랬어요.
    사람이.. 정말 힘든시기가 있더라구요. 그 시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서 참 인생은 많이 달라져요.

  • 8. ㅁㅁ
    '18.5.8 4:38 PM (39.7.xxx.59) - 삭제된댓글

    그렇게 사그라져가는 불씨에 숯도 더얹어주고
    부채질도 해주고 그래가며 사는게 부부입니다

  • 9. ....
    '18.5.8 4:45 PM (119.69.xxx.115)

    정말로 사랑했던 부부이고 앞으로도 사랑많이 하실 부부에요 ㅠㅠ 늘 행복하세요 ㅠ

  • 10. 11
    '18.5.8 4:53 PM (121.162.xxx.197)

    아 눈물 줄줄 ㅜㅜ
    원글님 말을 나무 이쁘게 하셨네요
    악의가 있을법한데 순수하게

  • 11. ㅇㅇㅎ
    '18.5.8 4:55 PM (112.237.xxx.156)

    돌쟁이 아기 키워요. 오늘 아기가 열나고 울고 보채서 전 아침에 빵쪼가리 한개먹고 지금까지 쫄쫄 굶어가며 아기 돌보고 있어요. 애가 제 몸에서 안 떨어질려고 해서 아무것도 못 하구요. 아기 걱정만 하고 아기가 아픈데 제탓이라는 남편땜에 너무 짜증나요.

  • 12. 맞아요
    '18.5.8 5:03 PM (211.111.xxx.30)

    사랑.
    사랑때문에 결혼했죠...
    윗님도 그렇고 아이 어릴땐 진짜 아이 하나로만도 힘드니까요....
    밉다가도 또 금새 좋아지는게 칼로 물베기 부부인가봐요
    아이때문에 미루던 부부관계도 좋은 시간 보내고 금새 좋아지기도 하구요...
    원글님 글을 참 로맨틱하게 잘 쓰시네요
    갑자기 제 다리 베고 누워자는 아이 바라보다 남편이 급 보고싶네요^^

  • 13. ...
    '18.5.8 5:11 PM (115.140.xxx.229)

    늘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세요~~~♡♡♡

  • 14. 산울림의
    '18.5.8 5:12 PM (61.101.xxx.49)

    기타가 있는 수필이라는 음반이 있어요. 그중에
    그래 걷자와 초야 라는 노래. 남편분과 함께 들어보시길 권해요.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는건, 마치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말인것 같아요. 변화하고 성장하고 성숙해져야 하지요. 남편과 손잡고 저녁 산책 할때마다 한쪽씩 이어폰 나눠끼고 음악 들으며 숲을 걸으면, 삶에 대한 어떤 회의도
    저만치 달아나곤 합니다. 저희도 그렇게 연애를 했으니까요.

  • 15. 원글이
    '18.5.8 5:31 PM (121.160.xxx.74)

    너무 추상적이고 시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정말 사랑이 인생의 전부네요.
    어제의 서울과 오늘의 서울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오늘은 세수하고 거울을 보는 제 얼굴도, 집을 나서는 제 발걸음도 너무나 밝고 가볍고 달리보여요.
    역시 여자는 사랑과 관심을 먹고사는 동물 인가 봅니다...
    경제적으로 아주 풍족한 생활은 아니지만 인생의 동반자를 만났으니 행복이 달리 있나 싶네요...
    행복과 사랑, 가까이 있을때는 모르다가 멀어지니 그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어요.
    윗님 추천해주신 음반 남편과 꼭 들어볼께요.

  • 16. 라일락84
    '18.5.8 5:58 PM (121.179.xxx.64)

    이거 레이몬드 카버의 미발표 단편인가요?

    완벽한 스토리텔링이에요 감동 ㅠㅠ

  • 17. ㅇㅇ
    '18.5.8 6:01 PM (218.38.xxx.15)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보다 열 배는 더 달달하고 예뻐요
    ㅠㅠㅠ부러워라....나도 그렇게 사랑했었는데...

  • 18. ᆞᆞᆞ
    '18.5.8 6:06 PM (59.28.xxx.164)

    건강안좋아 돈 벌수가 없어서 빌붙어 있음

  • 19. 아...
    '18.5.8 6:16 PM (118.218.xxx.23)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글이네요.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 20. 원글님,
    '18.5.8 6:49 PM (220.116.xxx.156)

    오늘 저녁 남편과 그 음반 들으면서 "남편, 춤 춰 줄래?"해서 남편 어깨에 머리기대고 서로 온기를 나눠 보세요. 잠깐이라도.
    영화가 별건가요. 사랑이 별 것 아닌 거 같으면서도 충만하면 온 심신이 편안해지죠.
    저는 한번씩 남편 양손 잡고 혹은 남편 발위에 내 발 올리고 입으로 딴딴딴 하며 무명의 춤을...잠깐 한10초, 길면 1,2분. 그걸로도 얼마나 좋은대요.
    미울 땐 남편 잠든 손을 살짝 잡으면 온기가 전해지며 미운 마음이 스르르 사라지고요.

  • 21. 부끄럽지만
    '18.5.8 7:15 PM (61.82.xxx.218)

    전 남편과의 섹스가 요즘 넘 행복해요. 결혼 19년차예요.
    태풍처럼 남편이 제 온몸을 휩쓸고(?) 지나간다고 해야할까요?
    신혼때도 좋았지만 애들 키우느라 정신 없이 살았는데 아이들 다 키워놓고 부부만의 시간이 많아지니 다시 둘이 뜨겁게 사랑하며 살고 있습니다.

  • 22. ...
    '18.5.8 9:49 PM (59.10.xxx.84)

    머요, 쳇
    이런 자랑은 돈 내고 하쇼!!

    결혼 전 그리 달달도 아니었고 지금도 내 팔자야.. 하며 살지만
    결혼해서 9년간 지겹게 싸우다가 부부상담도 오래 하는데 평행선만 달리던 끝에 상담 선생님이 그럽디다:
    출근해 다녀오면 서로 가볍게 포옹하며 인사하라고. 쑥스러워도 꼭 해보라고.

    신기한게 그리 하고나서부터 거짓말처럼 안 싸우고 삽니다 (진작 좀 갈쳐 주시지 상담선생님도 참.. ㅠ 상담비 수억 썼잖어요)
    해석은 아주 여러가지가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재미없을 것 같아 생략합니다

  • 23. 과연
    '18.5.8 10:56 PM (118.32.xxx.187)

    우리 부부에게도 다시 그런 날이 올까 싶네요...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려서...

  • 24. 그 손 놓지 마시길
    '18.5.8 11:34 PM (125.186.xxx.29) - 삭제된댓글

    윗분 쓰셨듯이
    가족이 남과 다른건,
    남을 가족으로 만드는 것도 스킨쉽.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손 잡고 걷기,
    아침에 가볍게 뽀뽀하기만 꾸준히 해도
    나와 내 가족의 삶이 행복해지는데

    보통 이걸 애 낳고 육아에 찌들때 혹은 돈벌이에 치일때 잊고 살고, 그러다 보니 어색하고, 그러다 멀어지고 하더라구요

    잊지 마시길
    행복하실겁니다 앞으로 더

  • 25. 좋다
    '18.5.9 12:01 AM (49.142.xxx.117)

    행복해지는 부부의 비결이네요

  • 26. ..
    '18.5.9 12:29 AM (59.6.xxx.219) - 삭제된댓글

    사랑했던 기억이 그래서 중요한가봐요..

  • 27. 내 남편과
    '18.5.11 12:07 AM (14.138.xxx.61)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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