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제에는 인간의 노력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제 숙부님들 중 한분께서는 B형 간염 보균자십니다. 아주 예전에는 보균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취업이
제한 되는 그런 불이익도 있었습니다.
숙부님은 술이나 담배는 입에도 대질 않으십니다. 언제나 꾸준하게 운동을 하시고 간에는 부담스럽지 않게
보조제 보다 녹즙이나 건강즙 같은 걸 드십니다.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가 지양되는 지금과는 달리 예전만해도 남자가 술 담배를 못하면 사회 생활을
못한다는 소리를 했습니다. 실제로 남자들의 내밀한 대화는 죄다 술자리에서 나오는 법이였으니..
하지만 숙부님은 그럴수록 경조사 챙기는데 열과 성을 다하셨습니다.
술 한모금 안마시지만 늘 장례식장 밤 샘을 자처하셨고. 술에 취한 어르신들 운전해서 모셔다 드리곤 다시
장례식장으로 돌아오길 여러번..
그 믿음직한 모습에 여러 모임에서 늘 총무를 맡으셨구요 ㅎㅎ
술 담배 비용을 줄여 부조를 넉넉하게 하니 다들 정말 인정하지 않을수 없게끔 하셨습니다.
(물론. 숙부님도 사람인지라 가정사만큼은 어찌 못하시더군요.)
사람은 다 자기하기 나름이라는 소리를 합니다. 어렵고도 쉬운 말이지요.
숙부님이 아무리 노력을 했다고 한들 있던 간염을 없앨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최대한 발병을 늦추고 더 소중한 무엇들을 얻을수 있었다고 생각할수도 있을까요?
우리 숙부님. 본인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자기관리. 그것이 오히려 가족들에게는 답답하고 숨 막힐듯한
고통으로 다가왔다는 점이 참 아쉬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바꿔말하면 이미 가족의 인연은 정해져 있고. 자기관리 대신 그저 너그럽고 온화함만 있었다면
아마 지금쯤은 세상에 안계실지도 모를일입니다. 병구환으로 좋은 세상 얼마 못 누리고. 가산은 탕진하고
자식에게 빚만 물려주고 떠난 .. 아프지만 좋았던 아버지로 기억이 되었을수도.
인생이란게 그렇게 일장일단이 있는거 같습니다.
겨드랑이에서 땀이 많이나 없애는 수술을 하면. 꼭 생뚱맞게 다른 부분에서 땀이 난다고 하지요.
나오지 못해 막혀있는 것도 언젠간 아주 약한 부분에서 터져나오는 순간이 있을겁니다.
사주란 그런것. 에너지의 흐름, 순환, 역동성으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