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가끔 평일 퇴근하고 와서 늦은 밤이나 주말 아침에 말없이 나가서 한참 있다가 들어오곤 했어요 .
문 소리 듣고 잠깐 어디 앞에 나갔나보다 하고 아이랑 있다보면
한 시간 정도 있다가 들어옵니다.
첨엔 어디가는지 말하고 나가라고 하고 넘어갔는데 자주 그러니까 너무 기분이 안좋은거에요.
꼭 의심해서가 아니라 집에 사람 있으면 나갈 때 가볍게라도 어디 갔다올게~ 하지 않나요?
처음엔 정말 슈퍼나 이런데 앞에 가는줄 알고 빨리 들어오겠지 하는 마음에 안물어봤는데
점심 차려놓고 아이랑 기다리고 있으면 진짜 한참 걸려서야 들어오니까 너무 기분 나쁘더라구요 .
제가 어디갈땐 어디가는지 꼬박꼬박 물어보면서 ...
전화하면 통화중이거나 집앞인데 금방 들어 온대요.
그래서 한번은 엄청 화내면서 대체 왜 말없이 나가서 뭘하고 다니길래 이렇게 늦게 오냐 따졌더니
편의점 테이블 앞에서 음료수를 마시다가 시댁 전화와서 전화하느라 늦었다, 혹은
주차 자리가 별로 없어서 맘에 안드는데 세웠다가 아침에 자리날까봐 좋은 자리 있나 둘러봤다 이럽니다.
그랬더니 다음부터는 슈퍼 갔다온다고 말은 하고 나가는데 어김없이 늦게 들어오더라구요.
들어올때는 콜라 같은거 한 병씩 사들고 와요.
좋게 좋게 말해도 계속 그러길래 한번은 날잡고 엄청 뭐라고 했어요.
대체 왜 싫다는데 계속 하냐고. 왜 말없이 나가냐고.
알고봤더니 스포츠 토토하느라 나갔다 온거였다고, 제가 그런 류의 사행성있는 걸 정말 싫어하니
일부러 말안하고 나갔다왔다고 미안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큰 돈으로 하는거 아니고 소액이니 스트레스 풀이용으로 하되,
내가 정말 싫은건 말.안.하.고. 나가서 오.래 있는거니까 하러 갈때는 솔직히 말하고 나가라했어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말하고 나가길래 한동안 가만있었는데
어느날 주차하러 나간다고 하더니 또 두시간 정도 있다 들어와서 제가 카톡보내고 난리쳤더니
같은 단지 사는 형을 우연히 만나서 얘기하느라 늦었다는거에요.
전화걸어서 확인시켜준다는거 제가 누구만난게 문제가 아니라 중간에 그럼 전화라도 해서 알려줄 수 있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정말 미안하다고 너가 이렇게 싫어하는지 몰랐다고 다시는 안그러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리고 오늘일인데요.
오늘 아이랑 셋이서 보드게임하면서 놀고 있는데 계속 한 손으로는 스포츠 경기보더라구요.
그런데 또 주차 자리 확인하러 간다고 하더니 한시간입니다...
전화와서 지금 시계 몇시냐. 얘기하고 정말 넌 구제불능이다. 또 이러다니 믿을 수 없다고 얘기했더니 금방 오네요.
그랬더니 들어와서 솔직히 말할게...하더니 구겨진 종이 뭉치들을 보여줍니다.
토토하러 갔다가 경기까지 다 보고 들어왔다구요.
제가 경기보는거 싫어해서 말안했다구요.
이 말 믿어지세요? 저 보드게임할 때도 스포츠 보는거 뭐라 안했어요.
그리고 토토하는것가지고도 그 이후로 전혀 뭐라고 안했구요.
오히려 그 주제로 농담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오늘 갑자ㅣㄱ 토토하러 나가서 경기까지 보고 들어온다는 말이 ...
제가 지금 그걸 믿으라는거냐고 , 그럼 왜 거짓말했냐고 하니
저보고 계속 잘못했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이냐고 되려 큰소리 치네요.
그래서 제가 큰 잘못아닌데 왜 숨기고 나갔는지 자기 자신한테 물어보라했어요.
그게 별일 아니면 말하고 나가면 되지 왜 거짓말했냐고.
그랬더니 갑자기 자기 요즘 너무 힘들다고 죽고싶다고... 뻔한 레퍼토리 듣기 싫어서 됐다고 말 다 짤랐더니
그럼 저보고 어떻게 하자는거냐고 믿음이 없는데 어떻게 같이 사냐네요...
그동안 너랑 사는거 참... 하면서 말 흐리길래 진짜 어안이 벙벙했어요.
그래서 이 상황 만든게 누군데 지금 그러냐고. 그건 본인이 생각하라 했어요.
저 정말 말없이 나갔다가 늦게 들어오는거 하도 많이 당해서 노이로제 걸릴정도로 싫거든요.
여지껏 글 읽으니 뭔가 되게 한심한 백수가 토토하는거 같으시죠 ?
근데 좋은 대학/ 대학원나와서 대기업다니는 멀쩡한 30대 후반이에요...
회사에서 늦게 오고 일 힘들다길래 집에 오면 집안일 하나도 안시키고 제가 여섯살 애보면서 학원 파트타임 일해요.
오늘도 일찍 오라해서 장어 구워주고 했더니 어떻게 저럴수가 있는지 너무 배신감 느껴지네요.
게다가 엄청 빌다가 안되니 오히려 이래서 어떻게 살겠냐는 큰소리까지 ...
그게 뭐가 큰일이냐고 하는데 이젠 저는 그 일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제가 이렇게까지 싫어하고 난리치면 어려운 것도 아닌데 솔직히 말하고 나가면 될걸
끝까지 제 말을 귓등으로 흘려듣는 저 태도에요.
진짜 좀 잘지낸다 싶으면 저런식으로 사람 뒷목잡게 하네요 ...
제가 전에 엄청 화내면서 말로해서 안고쳐진다고, 실질적인 페널티가 있어야되니
한 번만 더그러면 카드로 50만원 쓰겠다했는데 내일 오십만원 긁겠다고 하니 돈 없다고 봐달라네요;;
진짜 긁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어요. 돈 없는거 아는데 ㅠ 아 짜증나네요 정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