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대학 졸업하고 서울로 취업하면서 상경했죠.
당시에는 지금처럼 막 취업이 어렵지는 않았고 눈높이 좀 낮추고 전공 좀 괜찮고 자격증도 좀 있고 하면
들어갈 만한 곳도 꽤 있었어요.
당시 제 부서에 꽤 오랫동안 같이 근무하고 친하게 지내던 여직원들을 얼마전에 만나고 너무 흥미로워서요..
모두가 저처럼 지방출신에 다들 고만고만한 학벌이고요..결혼도 비슷하게 만났고요..
제가 첫애 낳고 집을 나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쯤의 상황으로 돌아가 볼게요..
그때가 막 서울 집값이 요동을 치던 2001년도였고...
1번
당시 40대 초중반. 초등고학년 아이를 뒀어요..남편이랑 사내커플이었고..
그런데 그 전에 청약도 넣어보고.. 직장 근처에 집을 샀지만 손해보고 팔았단 이야기를 얼추 들었어요..
당시 그 집에 간 적이 있는데...1층에 커다란 식당이 있는 상가주택이었고..꽤 넓었어요..한 30평대 아파트...
넓은 집에 직장도 가깝고 전세금도 아주 저렴하고 좋다고 만족하더라구요..
그리고 지금은 집값이 너무 올라서 관망해야 할 시기이다..뭐 이런 말씀을 하셨던것 같아요..
그리고 1년후에 사직하시고 요리 꽃꽂이 배우러 다닌다고 하셨어요...
2번
당시 30대 후반. 초등입학하는 아이를 뒀어요..사기결혼 비슷하게 해서 남편이 당시 백수였구요..
아주 부잣집 아들이고 사업하는거 물려받는걸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그런데 집은 평수는 작아도 근처 아파트를 얻어서 살았어요..
남편이 결혼할때 시댁에서 전세금은 받아왔나 보더라구요..
그런데 당시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인 재건축아파트를 친정에서 사줘서..달달히 목돈이 친정으로 들어가니
남는 돈으로 극빈자처럼 산다고 하더라구요...난 재건축아파트가 뭔지도 모를 시절이라..왜 살지도 않고 목돈이 막 나가지? 이랬던 기억이 나네요TT.
3번..
나보다 한살 어린 후배였는데요..
저처럼 지방에서 농사짓는 집 딸이었어요..
사실 이 후배 때문에 이 글을 써보게 된건데..
당시 우리 팀장님이 승진겸 타부서로 가시면서 우리를 집으로 초대했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밖에서 외식하기보다는 집으로 초대도 많이 하는 분위기였죠.
근데 저는 그때 대단지 아파트라는 걸 태어나서 처음 와봤네요..
지방 고만고만한데 살다가..직장 근처 허름한 빌라 얻어서 동료랑 살다가 결혼해서 다른 허름한 빌라 얻어 살때라..
와..대단지 아파트가 멋지더라구요..조경도 훌륭하구..
무엇보다도 그 팀장님 집이 지금 기억에 40평대 후반은 되었던 것 같아요..
완전히 별천지구나 하고 돌아왔는데..
다음날 이 후배가 막 흥분해서 하는 말이..어제 갔던 팀장님 집에 10억이 넘는다며,,,와 와 이러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더라구요..
저는 그 후배가 가격까지 알아본것이 놀랍고...그 10억이란 단어도 그냥 딴세상 단어같아서 사실 놀라왔지만 그 후배가 어짜피 못 올라갈 나무를 바라보면서 왜 흥분하고 놀라지? 어짜피 못 올라갈 나무인데? 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그리고 다음해에 저도 사직을 했는데...
몇일전 우연히 2번 3번을 만났어요..
1번은 여전히 그 동네에서 산다고 하네요...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동네 자체가 내세울만한 아파트가 없고 대부분 허름한 연립이나 빌라가 많은 지역이에요.
2번은 그 재건축 아파트가 몇년후 재건축 되어 잘 살고 있다고 하고..현재 15억이 넘는다고 하구요..
3번이 놀랍게도 팀장님의 그 아파트에 살고 있더군요. 물론 평수는 그 보다는 작구요..여기도 요새 재건축 말 나오면서 엄청 올랐더라구요..
이거 보고 오는데...
미래의 모습을 보려면 현재의 나를 보라는 말이 맞구나 싶더라구요..
저는 당시 강북에 20평대 샀고 다시 모아 30평대 사고...조만간 40평대 갈까 고민중이에요..
그 정도 돈은 모았거든요..40평대가 덜 오르기도 했구요..
결국 나도 내 그릇대로 살고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