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文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관심이 없든 2018년의 우리는 빚을 졌다

강추기사 조회수 : 2,006
작성일 : 2018-04-28 23:36:59


이데일리에 이런 기자가 있군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


文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관심이 없든 2018년의 우리는 빚을 졌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895년 12월 28일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 ‘열차의 도착’을 상영했을 때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의하면 관객들은 다가오는 열차에 놀라 몸을 숨겼다고 한다. 그 만큼 충격적으로 다가온 50초짜리 영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소동은 현대 영화의 기원이 됐다. 처음 접한 것에 대한 호기심과 경외, 관객들은 몸을 가만 둘 수 없었다.


2018년 4월27일 2018 남북 정상회담 특별취재팀에 포함된 기자는 도저히 한 줄 기사도 쓸 수 없던 시간이 있었다.

오후4시41분. 킨텍스에 마련된 대형 프레스센터 대형 영상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월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판문점 도보다리 위를 걷고 있었다. 그리고 도보다리 한켠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들리는 것은 새소리였고 보이는 것은 김 위원장의 표정, 그리고 문 대통령의 뒷모습과 손짓이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농이 오갔다. 육중한 김 위원장이 돌아가기에 길이 가파른 것 아니냐, 사진·영상 취재단이 너무 영상을 가린다, 실 없는 소리로 영상을 지켜봤다. 5분, 10분 가볍게 환담으로 끝날 것 같던 숲속 벤치 회담은 10분, 20분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상기된 것 같았던 김 위원장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때로는 웃음도 보였고 때로는 긴히 질문을 던졌다.

새소리가 그득했지만 실제로는 무성영화였다. 김 위원장의 표정에 오롯이 의지해 대화 내용을 추론해야 했다. 환담이었을까, 대담이었을까, 소통이었을까. 노신사의 손짓과 젊은이의 표정, 그리고 새소리로 구성된 30분의 불친절한 영화. 여기에 한반도의 미래가 담겼다. 처음보는 호기심과 경외, 몸을 가만히 둘 수밖에 없었다.

밀담이었지만 영상이 송출된 전세계에 이보다 뚜렷하게 메시지를 던질 수는 있는 방법은 달리 없었다. 3000여 취재진이 몰렸던 메인프레스센터에 기자는 운 좋게 가운데쯤에 자리했다. 그리고 기자의 오른편 쪽에는 외신들을 배려한 자리가 있었다. 그들의 표정을 확인했다. 우리 모두 새소리만을 들을 수 있을 뿐이었지만 받은 메시지는 동일했다.

이 장면이 처음 준비에 돌입한 것은 지난해 7월6일이다. 당시 기자는 2진으로 청와대에 출입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을 따라 독일에 간 1진 선배를 보좌해 한국에서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늦은 오후 투덜대며 기사 작성을 도왔다. 예의 누구나 예상했던 ‘신 베를린 선언’으로 명명된 대북 메시지가 나왔다. 당시 북한은 우리의 적십자회담과 군사회담에 반응조차 없던 때였다.


40여일쯤 뒤 문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또 대북 메시지를 내놨다.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은 안 된다.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 높아지는 북핵 위기로 미국에서 ‘선제 타격론’이 뜨겁던 때였다. 이에 대해서 확실하게 선을 그었던 발언이다.


그리고 그해 12월20일 청와대 기자단이 황당해했던 미국 NBC 단독 인터뷰가 나왔다. 문 대통령이 KTX 경강선 시승 행사중 대통령 전용고속열차에서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 기간 중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연기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사실 황당한 것은 청와대 기자단만이 아니었다. 미국도 그랬다. 기자가 외교·통일부로 출입처를 옮기고 나서 외교 소식통으로부터 당시 문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과 합의가 전혀 되지 않았었던 것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들었다. 상대적으로 대화파였던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 역시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던 바 있다.


전술한 세 가지 장면은 북한이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장면들이다. 정권 교체 뒤 달라진 대북 전략을 공표했고, 전쟁의 가능성을 일축했으며, 그 실천적 방안으로 한미 군사훈련의 연기·축소를 결단했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경제발전이 시급하게 된 북한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렇게 힘들게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섭외’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연출하지 못했던 배석자 없는 야외 오픈 밀담을 성사시켜냈다. 대화 내용을 아는 사람은 전세계에 단 둘뿐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아직까지도 ‘열린 결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대로 시간만이 답일(only time will tell)지도 모른다.


다만 2018년 4월 27일, 북측의 지도자가 처음으로 남측에 발을 디뎠던 때가 1953년 정전 협정 이후 한반도에 전쟁이 터질 가능성이 가장 낮았던 날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문 대통령의 개인기다. 2018년 한반도는 그에게 빚을 졌다.


김영환 (kyh1030@edaily.co.kr)


http://m.news.naver.com/memoRankingRead.nhn?oid=018&aid=0004090561&sid1=100&d...
IP : 123.99.xxx.224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너무
    '18.4.28 11:37 PM (123.99.xxx.224)

    좋은 기사여서 끌어올렸습니다.

  • 2. ㅇㅇ
    '18.4.28 11:39 PM (124.50.xxx.16) - 삭제된댓글

    기자 글이 차분해서 일단 좋네요~
    김성주 누나 글은 감정조절도 못하는 완전 ㅆㄺ 글.

  • 3. 저는 좋아하고
    '18.4.28 11:40 PM (1.231.xxx.187)

    찍었고

    그리고 빚도 졌네요

  • 4. 다음
    '18.4.28 11:41 PM (61.73.xxx.9)

    댓글도 많이 달렸더라고요
    다들 느끼는 건 같나봐요

  • 5. 그러네요
    '18.4.28 11:41 PM (115.136.xxx.33)

    좋은글이네요

  • 6. 이 글의
    '18.4.28 11:42 PM (211.201.xxx.173)

    댓글도 보셨어요? 기사만큼 댓글도 정말 뭉클하더라구요.
    빚진만큼 끝까지 지켜드려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봅니다.

  • 7. ㅇㅇ
    '18.4.28 11:43 PM (124.50.xxx.16) - 삭제된댓글

    글 넘 좋아요~
    몇번이나 읽고.. 위에서 한번 읽어보고...
    아래부터 다시 읽어보고....간만에 읽어보는 좋은 기사.

  • 8. 김영환기자
    '18.4.28 11:47 PM (175.126.xxx.46) - 삭제된댓글

    이데일리의 김영환 기자 기억해야겠어요.
    멋진기사네요.

  • 9. ㅌㅌ
    '18.4.29 12:45 AM (36.38.xxx.72)

    멋진글들이 마구마구 쏟아지네요
    한국에 산다는게 감격스러운 날입니다

  • 10. 김영환기자님
    '18.4.29 11:26 AM (125.132.xxx.27) - 삭제된댓글

    기억할께요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05678 잔디가 벗겨졌는데 때장 어떻게 하나요? 2 산소에 2018/04/29 1,278
805677 기미가 너무 심해졌어요. 얼굴이 점박이네요. 8 도와주세요 2018/04/29 6,111
805676 이글을 읽으니 우리가 마냥 감상에 젖을 때만은 아닌거같아요 9 .. 2018/04/29 2,616
805675 러시아 웃김 7 ........ 2018/04/29 3,002
805674 힐러리-남북통일을 원하지 않는다.통일되면 한국 위상이 커져 부담.. 15 힐러리 2018/04/29 3,878
805673 작년이맘때쯤 이니와 문꿀오소리들.jpgif 18 벌써1년.문.. 2018/04/29 2,921
805672 신병교육대 사용 물품 보내려구요 3 입대 이주차.. 2018/04/29 981
805671 북한 사진 기자. 1 비키라우 2018/04/29 1,378
805670 ㄴㅏ의 아저씨 중에서 ..질문있어요 3 2018/04/29 1,819
805669 민주당사 앞 4 일베아웃 2018/04/29 1,174
805668 사람 고쳐쓰는거 아니라더니 38 참나 2018/04/29 22,574
805667 CNBC “철강 관세 한국은 영구 면제 추진” 8 ㅇㅇ 2018/04/29 2,421
805666 가볍고 저렴한 노트북 추천부탁드려요. 4 apple3.. 2018/04/29 1,855
805665 미씨유에스에이에 올라온 글...딱 제맘 입니다. 꼭 읽어주세요... 6 (펌글) 2018/04/29 6,177
805664 어디다 지금 물어볼곳이 없어서...(당뇨인) 8 어휴 2018/04/29 2,127
805663 통일비용 계산해서 퍼뜨린 나라는 일본이었다 17 나쁜 2018/04/29 3,113
805662 美 철강 등 관세 유예 연장 가능…韓은 영구적 면제(상보) 4 이니으니 2018/04/29 1,581
805661 지나치게 미국 찬양하고 일본좋아하는 사람중에 4 질문 2018/04/29 1,412
805660 한민고 보내신분 계신가요? 5 ... 2018/04/29 3,288
805659 헐..너무 무서운 댓글,, 펑 합니다. 23 두근 두근 2018/04/29 16,184
805658 닭백숙할건데 부재료가 없어요ㅠㅜ 10 2018/04/29 1,843
805657 정우성 그날바다.노개런티로 참여한이유ㅜ 5 ㅇㅇ 2018/04/29 2,542
805656 질염에 좋다는 유산균 먹고 변비 걸려보신분 7 2018/04/29 4,955
805655 기 라는게 정말 있을까요 11 궁금하다 2018/04/29 3,224
805654 울샴푸로 오리털패딩 빨아도 될까요? 1 옷정리 2018/04/29 2,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