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항암치료했는데 내일 퇴원해요.
연세도 많으니 하지 말라고 주변에서 다 말렸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항암치료를 시작했죠. 폐암 3기말.
본인도 싫다고 거부했으니 그냥 치료하지 말고 가시게 할걸 후회가 밀려오네요.
2년은 살수 있다더니만 6개월도 안됐는데 포기상태예요.
2주 전쯤 갑자기 호흡곤란이 와서 응급실로 가서 산소호흡기 꼽고 일주일넘게 중환자실 있다가
일반 병실로 온게 일주일이 넘네요. 매일 노란피,빨간피주사 맞느라 병원비도 장난 아니고
의사는 만날 좋아졌다 좋아졌다 하더니만 이젠 퇴원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하래요. 더이상 해줄게 없나봐요.
음식을 먹으면 기침을 하고 그러면 폐렴으로 오나봐요 폐암환자는. 기침후엔 열이 오르고 호흡곤란이 와요.
본인도 병원 싫다고 하고, 치료도 거부하는데 막상 호흡곤란 와서 거칠게 숨을 쉬면 엄마나 나나
어쩔줄 모르고 119만 찾게 되네요. 그러다 보면 또다시 적극치료로 들어가고 억지로 숨을 붙여놓고.
멀리 살고 있는 동생놈은 그냥 가시게 병원으로 모시지 말라는데 사람이라 헐떡거리며 죽어가는 모습은
차마 못보겠어요. 지난번 응급실에 갔을땐 거의 죽음 문턱까지 갔다고 의사가 그랬어요.
이럴 땐 처갓집 옆으로 이사가자고 꼬인 남편이 너무 미워요. 다들 멀리 떨어져 있어 엄마 대신 이런저런 뒷처리 할 사람은
나밖에 없거든요. 입퇴원 반복에 입원이나 퇴원이면 하루가 다 가고. 엄마는 끝도 없이 불러대고.
작년엔 시어머니 쓰러져 대소변 받아가며 병수발 들다 7개월만에 겨우 보내드렸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거든요.
아이들은 내가 없으면 공부도 안하고 놀기만 하고 작년초 어머니 쓰러졌을 때부터 아빠 항암치료이후
오늘까지 아이들의 성적은 바닥이고, 나는 나대로 심난하고 성질나고...수면제 없이는 잠못드는 밤이 계속이네요.
아빠 퇴원해서 집에 계시면 얼마 못견디실거예요. 고통스럽게 가시는거 엄마가 같이 보자고 전화할텐데 엄마도
불쌍하다 싶으면서도 속에서는 나도 우리 어머니때 다 겪었어. 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소리가 절로나네요.
아빠 괴로워 하는거 보고싶지 않아요. 엄마는 과정이라고 꾹 참고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본인도 못보면서.
아빠 가시면 엄마 신장이 다 망가져서 누군가의 보살핌이 있어야 하는데 신랑놈은 또 우리집에 모시쟤요. 아들만 셋인
엄마가...난 시엄머니도 모시고 살았단 말이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갈만한 집이 우리집밖에 없으니
착하지도 않은게 악하지도 못해서 욕을 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받아들이고 끙끙앓게 됩니다. 진짜 우울하네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