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직장 다니고 있는 삼십대 미혼입니다..
저희 회사에 상사분이 계신데
이 분 와이프는 집에서 전업으로 계세요.
회식으로 법카만 썼다하면
꼭 음식 포장을 해가시고(족발, 보쌈, 아구찜, 어떨 땐 분식까지도 포장해갑니다......)
여직원들이 인터네 같은데서 돈 모아서 뭘 사면 꼭 자기도 한 개만 달라고 해요....
그래봐야 뭐 핸드크림이나, 슬리퍼나 그런 거 아시죠..
사무실에 갖다놓고 쓰는 정도의 물건들...
그래서 자꾸 왜 그러시냐 하면
자기 와이프는 집에만 있는데 불쌍하다...
맨날 집에서 살림하고 자기 오는 거만 기다린다...
먹는 것도 대충 먹고 아무거나 입고 쓰고 한다..
자기가 하나라도 더 챙겨줘야 한다
이런 말씀을 달고 사십니다....
그런데 저희가 보기에는
그 상사분 월급도 많으시고
아이도 없는데 그 와이프분이 전업으로 계시는 거거든요.
어디 아픈 것도 아니고 그 분이 예전에 다른 데 계시다가
이직 준비한다고 관둔다고 하시면서 자연스레
전업이 되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러면서 저희한테는 엄청 야박하고 빡센 상사시구요...
자기 와이프는 맘 약해서 사회생활 할 스타일이 아니시라면서
저희한테는 어찌나 모질게 하시는지..
그래놓고 저희한테는 그래도 니네는 다닐 직장 있는 운 좋은 애들이다..
자기 와이프는 집에서 그냥 저냥 시간 보내고 안쓰럽다..
니네는 나와서 월급도 받고 사회생활도 하고 좋은 것도 먹고 다니지 않냐...
맨날 맛없는 회사밥 먹고 가끔 밖에서 먹는 거고, 월급은 하는거에 비하면 쥐꼬리인데요...
어떤 날은 저희 여자과장님도 너무 짜증나서 어디라도 가라고 하시라고 말하니
그런 작은 회사 갈 바엔 얼마 번다고 그냥 쉬는게 낫지 그러시더라구요..
아, 그럼 어쩌라고......
아니,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자기 와이프가 안쓰러운지 모르겠어요.
충분히 본인이 원하면 어느 일자리든 갈 수 있는 분인데 안 가시는 거고
그래도 정말 살림이 어려우면 어디라도 가서 일할텐데
둘이서 외벌이로도 먹고 살만하니까 안 하는 거거든요..
실제로 저 남자 상사분 월급도 꽤 되구요...
자기 말 들어보면 일주일에 두번씩 친정 가서라도 맛있는 거 먹으라고
자기가 카드줬다고 하고, 자기가 가끔씩 사주는 명품들도 막 은근히 보여주면서
와이프가 이런 거 좋아한다고, 갈 데 없어도 이런 거 사줘야 좋은데 가고 한다고.....
물론 두 사람 사이의 일이고, 신랑이 잘 벌든 못 벌든 전업을 하든 말든
그 분들의 가정사에 간섭하고 싶은 마음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근데 사사건건 자기 와이프 얘기 꺼내면서 저희가 보기엔 저런 상팔자가 없어보이는데
니네가 낫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니 너무 짜증이 납니다..
저런말 자꾸 들으면 저희가 보기엔 저희 쪽 일이 힘드니까.
상대적으로 전업으로 있어도 상관없는 가계를 보면 솔직히 부럽고
그 와이프분이야말로 복 받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집에 있어도 내가 굳이 밖에서 벌어오지 않아도 되게 생계를 책임져주는 이가 있다는게 정말 부러워요, 사실....
저희가 아니라 남들이 보기에도 전업할 수 있는 집, 솔직히 부러운 거 아닌가요....
보통 남자분들 자기가 잘 벌어서 와이프 전업하게 되면 엄청 뿌듯해하는 거 같던데....
전업인 자기 와이프를 엄청 안쓰럽고 짠하게 생각하는 말을 뻑하면 하면서
저희는 밤까지 야근 시키고...
아침에 졸린 눈 부비며 지하철에 껴가며 힘들게 오는 저희들의 사기를 자꾸 꺾으시네요...
주말에도 저희는 나오라고 하시면서
자긴 와이프랑 시간 보낼 시간이 주말밖에 없다고
와이프가 주말만 기다리고 살아서 짠하고 마음 아프시다고.................
실제로 이 분이 유별난 거 맞으시죠??
전업하는 와이프분을 이렇게까지 적적하고 심심할까봐 마음 아프게 막 짠하게 생각하시는 분은 없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