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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토지에서 서희랑 길상이 관계 좀 설명해주세요

ㅇㅇㅇ 조회수 : 13,621
작성일 : 2018-04-04 00:02:52
드라마도 옛날에 봤고
책도 1.2권 ㅡ.ㅡ 정도는 읽은것같은데
기억이 안나네요.
길상이가 서희네 머슴이었죠?
누가 먼저 좋아한건가요. 서희가 재산을 지키기위해서
길상이를 필요로 했던건지
아니면 길상이 스스로 서희를 지켜주고 싶었던건지
둘의 관계를 간략하게 요약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득 너무 궁금하네요.
IP : 114.203.xxx.210
6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해리
    '18.4.4 12:06 AM (222.120.xxx.20) - 삭제된댓글

    누가 먼저라고 말하기가 애매하지만 길상이가 조금 더 먼저 좋아하지 않았을까요?
    사랑인지 전우애인지 주종관계의 충성심과 신뢰감인지 명확히 구별하기 어렵고
    이 모든 감정이 뒤섞인 상태에서 간도로 떠났고
    서희는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 길상이는 서희의 조력자가 되기 위해서라는 표면상의 이유를 내세워 결혼하지만
    결국 사랑과 무한한 신뢰였죠.

  • 2. 토지 안읽은 사람
    '18.4.4 12:11 AM (220.118.xxx.242)

    오 윗분 댓글 읽으니 참으로 멋진 남녀관계 그 이상이었군요..

  • 3. ....
    '18.4.4 12:12 AM (1.233.xxx.167)

    전권을 다섯 번 이상 읽었는데 마지막 읽은 게 10년도 넘어서 가물가물합니다만 제 기억으로 서희는 이상현을 진짜 사랑했고 길상이는 의지했던 것 같아요. 고향 선비인가가 실리 따지며 길상이와 결혼한다고 나무라는 장면이 있죠. 길상이도 봉순이를 사랑했고 서희는 지켜야하는 존재였고. 둘의 필요가 맞아서 결혼을 하게 된 듯. 연변에서 마차 사고 나면서 그 분위기가 둘의 관계를 말해주는 것 같아요. 길상은 서희를 어느 정도 좋아했고요.

  • 4. 원글
    '18.4.4 12:18 AM (114.203.xxx.210)

    아 둘이 결혼까지했었군요.
    서희하고 길상이하고 신분차이가 있었을텐데
    서희가 집안과 재산을 지키려면 길상이가 필요했었나요?
    왜인지 궁금하네요.
    재산을 지키려는 생각으로 결혼한거면 더 좋은가문의 남자도 있었을텐데
    왜 길상이였는지

  • 5. 관계가
    '18.4.4 12:21 AM (211.245.xxx.178)

    봉순이는 길상이를, 길상이는 서희를 사랑했고, 서희는 처음에는 길상이를 조력자로 생각한듯하나 나중에는 사랑했다고 느꼈어요.
    이상현은 서희를 사랑했구요.
    봉순이는 이상현의 아이를 낳지요.
    저는 봉순이가 너무 안스러워서 길상이가 참 싫었어요.
    서희는 단순하게 싫다좋다 말하기 어려운 캐릭터구요.
    서희처럼 매력있는 인물이 또 있을까요.
    서희와 길상이는 서로에게 더 좋을수도 없을만큼 딱 맞는 짝이라고 생각합니다

  • 6. 해리
    '18.4.4 12:21 AM (222.120.xxx.20) - 삭제된댓글

    아! 이상현이 있었군요 ^^;;
    저도 오래돼서 가물가물했어요.

    맞아요! 서희는 이상현을 사랑했어요.
    하지만 둘은 이상현이 이미 결혼한 남자였다는 장애가 없었더라도 둘다 성질이 까칠하고 지랄맞아서....ㅎㅎㅎ 평생 날카롭게 각을 세우며 살았을 거예요.
    이상현을 사랑했고 잔인하게 보란듯이 차버리긴 했지만
    길상이를 아예 조력자로만 본 건 아닌 것 같아요.
    무척 집요하게 길상이를 붙잡았고
    길상이가 서희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옥이네와 동거까지 했을땐 옥이네를 찾아가기까지 했죠.
    나중에 길상이한테 울며 패악을 부린 마음엔 사랑이 아주 없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길상이 없이 진주에서 생활할 땐 박효영이란 의사와 정신적으로 교류를 나눴는데
    그는 서희를 여자로서 사랑했고 서희는 존경하는 의사이자 길상의 빈자리를 아주 조금 채워주는 의지처인 동시에 유일하게 자기와 말과 뜻이 통하는 사람으로서 묘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박효영이 죽었을 때 길상이에게 투정부리며 울었거든요.

    그리고 길상이는 봉순이를 챙겨줘야 할 여동생으로 여겼고
    사춘기에는 잠깐 욕망의 대상으로 여긴적은 있지만 사랑한 적은 없었다고 봐요.
    길상이는 그냥 일편단심 서희 하나.

  • 7. 기억이 가물거리는데
    '18.4.4 12:30 AM (222.112.xxx.208) - 삭제된댓글

    이게 작가 본인이 한 말이었는지
    평론가가 한 말이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토지에서 원래의 구상대로 다루지를 못하고
    제일 실패한 캐릭터가 길상이래요.
    어쩐지 1,2부에서는 분명히 주연이고
    강력하게 러브라인을 형성하던 길상이가
    그 후로는 서희와의 연결점이 사라지고
    흐릿해져요. 메인의 서브화.
    서희는 이상현을 사랑했다가 길상이와
    결혼해서는 길상이에게 의지했다가
    아들들만 데리고 진주로 돌아온 이후로는
    자신을 연모하는 의사에게 마음이 끌리게
    되요.

  • 8. 원글
    '18.4.4 12:33 AM (114.203.xxx.210)

    그럼 길상이가 서희에게 어떤 조력자의
    역할을 했나요?
    길상이가 제가 기억하기론 머슴인것같은데
    총명했나요?
    서희와 길상이가 서로 좋아할수는 있다고 보는데
    길상이가 조력자? 역할을 했다니 어떤 능력을
    갖고있었던 남자길래 서희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하네요.

  • 9. 왜 서희의 선택이 길상이였냐면요
    '18.4.4 12:35 AM (222.112.xxx.208) - 삭제된댓글

    어차피 첫사랑 이상현과는 이루어질 수가 없는
    상황에서 처녀가 홀로 사업하기에는 버겁고
    외로웠고 그렇다고 최씨 집안을 다시 일으켜야
    하는 사명감에 불타오르는 서희가 한 남자의
    아내로만 살아갈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길상이와 결혼해서 호적을 바꿔요.
    자신은 김서희.
    길상이는 최길상으로.
    그래서 자신이 낳은 아들들에게 최씨성을
    물려주죠.
    가문을 다시 일으킬 집념으로 길상이를
    선택한 거에요.

  • 10. 길상이는
    '18.4.4 12:38 AM (222.112.xxx.208) - 삭제된댓글

    총명하고
    잘생기고
    카리스마에
    인성 좋고
    능력 짱
    서희 못지 않은 완벽한 주연감이에요.

  • 11. 그런
    '18.4.4 12:40 AM (222.112.xxx.208) - 삭제된댓글

    완벽한 남주의 매력을 작가가 끝까지 살리지 않았어요.
    물론 대하소설이고 한 인물, 한 세대에게만 포커스를 맞춘 작품은 아니지만요.

  • 12. 원글
    '18.4.4 12:41 AM (114.203.xxx.210)

    아 최씨성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사업을 일으키기위해서 그런거군요.
    그러기위해서는 집안좋은 남자보다
    가진거없고 충직한 길상이가 더 적합했던건가요?
    그렇다면 제가 궁금했던부분이 이해가 되네요.
    근데길상이가 사업을 도울만큼 총명했나요?

  • 13. 원글
    '18.4.4 12:44 AM (114.203.xxx.210)

    아 감사합니다
    이해되네요.
    총명 잘생김 카리스마
    알겠어요.
    길상이는 양반댁 처자 서희한테도 눈에 들만큼
    멋진남자였던건맞군요.

  • 14. 해리
    '18.4.4 12:46 AM (222.120.xxx.20) - 삭제된댓글

    사고무친한 서희가 가장 믿을만한 사람이었고
    서희가 재산을 불리고 자기 자리를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도록 전방위로 도움을 줬죠.
    조선에서 간도로 떠날 때는 조준구와 일본헌병을 피해 독립운동가, 마을 주민들과 함께 도망을 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길상이가 있어야 했고
    서희가 재산을 불리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기 자리를 되찾기 위해 장사도 했고 친일파 노릇도 하면서
    뒤로는 독립자금을 댔는데 길상이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어요.
    당시에 여자 혼자 살 수는 없으니 결혼은 해야겠는데
    누구랑 하겠습니까. 그 잘나고 별난 여자가.
    번듯한 남자와 결혼하면 그 남자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고
    모자란 위인 하나 서방으로 앉혀놓자니 서희 자존심에 말도 안되고
    그러니 길상이가 적임자였죠.

    머리 좋고 진중한 성격에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고
    상황 판단 능력, 성실함, 인생과 세상 돌아가는 모양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뭐랄까... 뭐 하나 두드러지지 않고 모나지 않은 둥근 인물이라고 해야할까.
    원만하고 둥글둥글하다는 뜻이 아니고요.


    그러나 길상이도 서희 남편, 서희의 조력자로만 살기는 어려웠죠. 아무리 서희를 사랑하더라도.
    그래서 혼자 간도에 남아 독립운동을 해요.
    처음에 서희는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홀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길상이를 무척 원망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알게 되죠. 왜 길상이가 남았는지.
    자기 자신을 찾아야 한다는 명제도 있었겠지만
    길상이는 노비(정확히 노비는 아니었지만) 신분이었기 때문에 아이들을 반쪽짜리 양반취급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어요.

  • 15. 길상이는
    '18.4.4 12:46 AM (222.112.xxx.208) - 삭제된댓글

    무슨 일을 하든 거의 만능으로 나와요.
    평생 평사리에서 머슴으로 살던 길상이가
    만주로 가서는 서희의 수족이 되어
    엄청 유능하게 사업수완을 부려
    서희를 거부로 만들어주죠.
    서희도 평생 집안에 갇혀 살던 여자아이가
    만주에 가서보니 이재의 대가. 장사의 천재.
    자신과 동급으로 유능한 길상이와 손발이 맞아
    엄청난 부를 이루고 고향으로 금의환향 합니다.

  • 16. 남자들꺼져1
    '18.4.4 12:48 AM (110.46.xxx.44) - 삭제된댓글

    봉순이가 길상이를 짝사랑했는데 길상이는 서희를 좋아했고 봉순이를 아주 심하게 차버려요. 그래서 서희가 간도 갈 때 같이 가기로 했지만 봉순이는 그 상처로 같이 안 가고 기생 팔자로 들어서죠.
    그런데 서희가 좋아한 남자는 이상현이에요. 문제는 이상현이 집안 간 억지 결혼이지만 유부남이고 어쩔 수 없는 유교 물이 들어 서희에게 휘둘리고 최씨 가를 위해 희생할 인물이 아니니 서희는 결국 강단있게 이상현을 차고요. 최씨 집안 찾기가 남자보다 중했거든요 서희에겐.


    결별 통보에 이상현이 충격이 너무 커서 서희한테 술잔 던지고 나가버린 후 둘은 못 만나는데 서희는 최씨 집안을 찾을 방편으로 길상이랑 혼인. 길상이는 서희에게 충성 사랑 모드, 거기다 성씨 근본 없는 종이니까 만만하게 휘두르기 가능하거든요. 집안 사정도 낱낱이 꿰고... 심지어 서희는 자식들 성씨도 길상이랑 자기 성 바꿔 등록해 애들을 외가 성인 최씨로 만들었죠. 이상현이면 절대 안 될 일인데 길상이라 할 수 있었던 거. 서희에게 길상인 만만하고 맘대로 할 수 있고 또 하도 어릴 때부터 있었으니 뺏기기 싫은 자기 것이어야할 독점욕 비슷이 있었을 테고...

    그런데 내심 서희는 이상현을 못 잊어요. 상현은 서희에게 차이고 길상에게 차인 봉순이와 동병상련 같이 시작해 동거하다 차버림. 봉순이는 상현이랑 불륜으로 딸 양현을 낳고, 원래 좀 생각 없이 살던 애가 더 막 살기 시작해 아편쟁이 상태로 자살하고 서희가 그 딸을 자기 수양딸 삼는데 이것도 사실 이상현하고 못 이뤄진 걸 대리만족 비슷이 하려는 심리였고요. 길상이는 그걸 알지만 내색 못하고 갈등하다 결국 독립운동으로 서희를 떠나요. 나중에 서희 꿈 속에서 서희는 이상현 못 잊고 나는 껍데기 안고 살았다 난리치는 걸로 나오고. 봉순이 죽고 나서 상현 연락을 받고 서희는 그들이 서로 사랑했음을 알게 된다고 나와요.

    이거 땜에 이를 박박 갈던 서희는 박 의사랑 정신적으로 불륜? 썸 타다가 길상에게 걸려 한바탕 하고 그래도 길상이 아직도 좀 만만하다는 게 거기서 드러나죠;; 이 사람들보다 전 상현 부인이 정말 안 됐었어요. 집안이 정한 결혼, 그것도 이름만 남은 양반가에 시집 갔더니 쥐뿔도 없지 친정 재산으로 가르쳐놓은 남편은 평생 딱 두번인가 보고 임신만 시켰다 하면 가출해서 아들 둘 혼자 기르며 평생 보지도 못하고 이름만 남편... 거기다 맘도 딴 데 가있고 평생 떠돌며 헛짓거리 주색잡기로 기생 딸 낳아 인정해달라 소리 듣지 그 서방 전 여친한테 얻어먹으면서 자존심만 지키는 신세. 생각이라곤 하나 없이 막 사는 봉순이 지 팔자 자기가 꼬은 거니 불쌍할 거 하나 없고 참...

  • 17. 불빛
    '18.4.4 12:56 AM (122.47.xxx.230)

    윗님. 대단하세요~

  • 18. 원글
    '18.4.4 1:10 AM (114.203.xxx.210)

    와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싹정리가 되네요.
    길상과 서희관계

  • 19. 아놧
    '18.4.4 1:50 AM (125.182.xxx.47) - 삭제된댓글

    드라마만 보면
    길상이가 하인신분으로만 보이는데

    길상이는 하인신분으로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최참판 댁에서 심부름꾼으로 자라난 아이입니다.

    우관스님이 최참판댁에 데려온 아이인데
    우관스님도 사실 길상이의 부모를 모릅니다
    누가 절에 놓고간 아이인지라
    부모가 누군지 모르고 그러니 신분도 당연히 모릅니다.

    그래서 서희에게 청혼받았을 때
    자기는 부모도 모르고 천 것일 수도 있는데
    어찌 저와 결혼 하시려 하냐고 하죠.

  • 20. 아놧
    '18.4.4 1:55 AM (125.182.xxx.47) - 삭제된댓글

    그 당시 천민은 양반의 재산이었기에
    도망치지 않은 이상
    주인의 눈 밖에 벗어나지 못하니까


    길상이는 천민의 아이보다
    동학혁명시 부모가 몰래 절에 놓고와
    아이라도 살게 했을 거나
    또는 양민이 먹고살기 힘들어 절에 두고온 아이일거라는
    대사도 책에 나옵니다

  • 21. 아놧
    '18.4.4 1:56 AM (125.182.xxx.47) - 삭제된댓글

    이상 80년대 ~90년대에
    책 읽은 아줌마 였습니다...

  • 22. 까칠마눌
    '18.4.4 2:39 AM (1.227.xxx.5)

    음.... 일단. 길상이는 최참판댁 내림종의 신분은 아닙니다.
    우관스님이 절에 버려진 아이(인지... 아닌지... 소설에서는 전혀 말하고 있지 않은데 훗날 저 혼자 얘는 김개주-구천이, 김환의 생부이자 우관스님의 동생.-의 숨겨진 또다른 아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기도 했지요.)를 예닐곱살 무렵에 '중 될 상호는 아닌 것 같으니' 하며 윤씨부인 집안에 맡겨요. 그래서 우관스님의 실제 성씨인 '김'씨를 따서 김길상이 됩니다.

    서희와는 약 7-8살 정도의 나이차가 나고요. 김환이 구천이란 이름으로 최참판댁 머슴노릇을 할 때, 길상이가 절에서 왔다는 말에 관심을 가지며 글자를 가르쳐주고, 소설에서 또 지나가듯 말하는데, 서희의 글스승이었던 김훈장에게서도 글을 배웠던듯 해요. 그래서 머리에 꽤 식자가 든 인물로 나오죠.

    길상이는 간도로 떠나기 전에 이미 서희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 같구요. 하지만 언감생심이죠. 머슴과 상전애기씨였으니까요. 후에, (5부에서) 길상의 첫아들 환국이가 물어요. 아버지도 어머니를 사랑하셨냐고, 어머니는 강한 분인데 그런 분에게도 연민을 느끼겠냐고. 했더니 길상이가 말하죠. 천애고아 혈혈단신, 어찌 연민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고요. 길상이의 서희에 대한 애정은 여러번 드러나요. 곱추도령 병수가 서희를 훔쳐보는 장면에서도 명확히 드러나고요. 하지만, 신분으로 인해 갈등하고, 봉순이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희에 대한 애정때문에 받아주지 못해요.

    봉순이를 아주 강하게 버렸다는 분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는 않았어요. 봉순이가 서희를 좋아하는 길상이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 포기하는 면이 강하죠.
    이상현과의 관계는, 윤씨부인이 이상현을 손주사위로 탐을 내죠. (이상현은 서희보다 두살많아요.) 그러나 이미 정혼을 해 놓은 상태인데다 장남이라, 서희는 데릴사위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조건이 맞지가 않았죠.
    간도로 떠나기 전에 이상현은 이미 결혼을 해서 아내가 있는 상황이었구요.

    -여기까지가 1부내용이구요.

    2부는, 길상이와 서희가 간도에서 부를 일으키는 과정인데요.
    여기서 길상이는 서희의 수족노릇을 합니다. 서희는 안방에 들어앉아 예민한 촉수, 또 공노인의 도움으로 여기 저기가 돈이 되겠다, 하는 판단을 하면 서희의 생각을 현실적으로 옮겨 그 부를 축적해 내는 건 길상이예요. 실제 서희는 전주 역할, 길상이가 사장역할을 하는 셈. 또 한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북쪽으로 와 있는 특성상 길상이의 머슴이라는 신분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냥 잘생기고 능력좋은 남자인거죠.
    이상현은 서희와 마찬가지로 어마어마한 문벌을 등에 지고 있기는 하지만, 딱히 능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구요.

    서희가 길상이를 선택하기 전에 하는 일은 이상현을 버리는 일이에요. 의남매를 맺자는 말로 이상현과 완전히 선을 그어버리죠. (그때까지만해도 철이 없던 이상현은 서희를 데리고 살면서 평생 조선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꿈을 꾸기도 해요.) 그리고 길상이와의 혼인을 성사시켜달라 요청. 이상현은 그것에 충격을 받아 조선으로 돌아가구요.
    서희가 이상현을 좋아했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아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꼈어요. 뭐랄까. 철없는 생각? 만약에 이상현이 혼잣몸이었다면 가장 걸맞는 짝이었겠죠. 그랬기 때문에 당연히 이상현을 좋아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그러던 와중에 길상이는 과부댁과 정분이 나요. 1900년대초반이었으니까요. 멀쩡한 새총각이 애 딸린 과부와 정식으로 결혼을 한다는 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일이니, 사실 길상이 입장에서는 책임지지 않아도 좋을 불장난이었던거죠. 길상이가 그것에 관해 스스로 자조하죠. 이기적이고 못된놈이라고. 책임지지 않아도 좋을 사람이기때문에 하는 짓이라는 것을 스스로 아는 거죠. 하여튼, 그 과부댁과 길상이의 정분은 서희에게 위기감-길상이, 즉 자신의 수족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거대한 부를 쌓아 최참판댁을 재건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을 불러일으켜요. 서희는 행동에 나서죠.

    단 둘이 회령으로 갑니다. 거기서도 막 싸워요. 서희는 난 너랑 도망갈 생각까지 했단 말이야! 라고 이야기를 하고, 길상이는 처음으로 서희에게 막 반말도 해 보고... 그러다가 흐지부지 될 수도 있었는데요... 회령에서 마차사고가 나서 서희 다리가 부러져요. 기절한 서희를 껴안고 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길상이도 깨닫죠. 서희가 죽을 수도 있다.... 거기서 길상이를 강하게 옥죄고 있던 신분이란 금제가 풀립니다.

    그 덕에 둘이 결혼을 해요. 겉으로 봐서는 서희는 실리를 챙긴 것이고, 길상이는 진심으로 사랑을 했을 뿐인 것 같은데.... 자꾸자꾸 생각을 해보면... 결국 서희도 길상이를 사랑했던 거 아닌가, 싶어요. 이상현을 사랑하고 있다고 우기고(아니 나 정도의 신분인 여자는 이상현 정도를 사랑해야 맞는 거지! 하는 류의 생각? 내가 어찌 머슴인 길상이를 사랑할 수 있겠어? 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외면했던 거 아닌가 싶구요. 그 외면했던 감정이 길상이와 과부집의 스캔들로 터져나온.) 있었을 뿐.
    그랬던 서희의 감정은, 간도로 찾아온 봉순이와의 만남에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서희는 그 종을 최서희의 머리칼 하나 안다치고 최서희 윗자리에 앉힐 테다! 라고 다짐하죠.

    하여간 둘은 간도에서 결혼해서 아들 둘 낳고, 길상이는 서희의 머슴이 아니라 이제 길서상회의 바깥주인이 되어 더욱 거대한 부를 쌓게 됩니다. 조선에서 잃었던 땅도 모두 찾구요-조선의 땅 찾기만큼은 길상이가 돕지를 않아요. 공노인과 서희 둘이 해치우죠. 이번에는 공노인이 서희의 손발이 되어줍니다- 조선에서보다 훨씬 더 큰 부자가 되어요. 그 과정에서 길상이는 권필응을 비롯한 간도와 연해주의 독립지사들과 연이 닿구요.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거죠.

    여기까지가 2부의 내용이구요.

    2부 말은 서희가 조선으로 떠나고 길상이는 간도에 남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요. 여기서 길상이가 서희를 떠나 간도땅에 남는 건,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서인데,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무슨 말이 웃기죠? ㅎㅎ) 길상이는 알아요. 조선으로 돌아가면 다시 신분의 질곡에 묶이게 된다는 거. 상전아씨가 탄 말고삐를 잡은 머슴이 아니고서는 조선에 돌아갈 수 없다는 거... 자신이 조선으로 돌아가면, 최서희는, 김길상이 그렇게도 절절히 사랑하고, 꾀꼬리같이 아꼈던 바로 그 최서희는 머슴의 아내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아요. 최서희가 낳은 아이들도 최참판댁의 핏줄이 아니라 머슴 김길상의 아들이 되는 거죠. 그래서 길상이는 독립운동을 핑계로 간도에 남아 실제로도 독립투사가 됩니다. 최서희를 머슴 김길상의 아내가 아니라 독립지사 김길상의 아내로 만들고, 둘의 아들 환국이 윤국이 역시 머슴의 아들이 아닌 나라를 위해 몸바친 분의 아들로 만들기 위해서요. 결국은..... 사랑이죠.

    길상의 그런 의도를 서희는 나중에 깨닫게 되요. 환국이가 같은반 아이와 싸웠던 날이요. 그 아이가 환국이를 넌 종의 아들이라고 비하하자, 서희는 말하죠. 환국이 아버지는 종이 아니었단다, 그리고 그분은 나라를 위해 몸바친 분이야. 라고... 그리고 돌아서서 나와 진주 남강가에서 울면서 그래요.
    여보, 당신이 그곳에 남은 뜻을 이제야 알겠소. 라고. 3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입니다.

    서희와 박의사와의 관계는... -_- 뭐랄까... 서희가 박의사를 좋아했다거나 한거 같지는 않아요. 단지 박의사의 애정은 알고 있었고, 그 애정에 기대어 약간의 숨 쉴 틈을 얻었다... 하는 거 정도? 길상이 서희를 절절히 사랑한 만큼 서희의 감정도 절절해요.
    3부 후반부에, 간도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길상이 계명회 사건으로 검거되어(드디어 독립투사로 이름을 날리며. ㅎㅎㅎ) 조선으로 압송되어 형무소에 갇혀요. 2년 형을 받지요. 서희는 진주에서 길상이 면회를 다니는데, 그 장면은 이렇게 묘사됩니다.

    '일순간만 같은 길상과의 대면, 창살을 사이에 두고 이쪽과 저쪽에서 서로 바라본 짧은 시간, 목이 타던 시간, 만남은 빗방울이었던가.'

    사랑하지 않는데, 목이 탈 리가 있나요. 그 만남을 빗방울처럼 느낄 리가 있나요. 그리고 또 이렇게 말합니다.

    '남편에 대하여 원망도 존경도 없었다. 그리움도 없었다. 다만 절대적인 관계가 있었을 뿐이다. 절대적인 관계, 현재의 상황만이 팽팽하게 가슴을 조여온다................ 길상의 눈빛은 서희 자신의 눈빛이었다. 그쪽에서 빛이 나면 이쪽도 빛이 난다. 그쪽에서 못 견디면 이쪽에서도 못 견딘다.'

    이런 걸 사랑이라고 하지 않는다면... 대체 뭐가 사랑일까요. ㅎㅎㅎㅎㅎㅎ 저는 결혼 10년이 넘어서야 문득, '다만 절대적인 관계가 있었을 뿐이다.' 라는 말이 갑자기 가슴에 콱 와닿더군요. 절대적인 관계. 남편과 아내라는 절대적인 관계... 그 말이... 미혼일 때는 잘 와닿지않았는데... ㅎㅎㅎㅎ 부부가 되면 그 절대적인 관계에서 오는 사랑이 또 있더라구요.

    자... 이제 박의사와 길상이, 서희의 관계로 돌아가서... ㅎㅎㅎ
    5부에서 징역을 마친 길상이와 서희는 함께 진주 또는 평사리에 기거합니다. 박의사는 길상이도 몇번은 만났겠죠. 그 즈음 박의사는 결국 자살을 하고 말아요. 왤까요? 전 결국 박의사가 자살을 하는 것이나 이상현이 서희에게 술잔을 던지고 도망을 가는 것이나 같은 것으로 봤어요. 희망이 없는 거죠. 이것을 작가는 이렇게 씁니다.
    "그런데도 서희는 박의사를 회피하지 않았다. 쏟아놓은 감정을 마치 박의사 가슴에다 주워담아 주듯이. 그것은 서희의 일관된 태도였다."
    으아....... 이혼남이 유부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고백하고 드러내도 서희는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전혀 받아주지 않았군요. 자살할 밖에요. ㅎㅎ 이게 서희의 애정이 있는 거라고 보지 않아요. 물론 서희도 스스로 생각해 보죠. 왜 자신은 박의사를 회피하지 않았을까. 최소한 친구로서 그를 잃지 않으려 했던가. 길상이 만주에 있는 동안 또 감옥에 있는 동안 박의사의 지극한 사랑이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아니었던가. 아니 그런 것 이상의 감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가. ...

    그리고 서희는 울어요. 그런 것 이상의 감정이 있었다고 생각해서 울었을까요? 그런 것 이상의 감정이 전혀 없이... 그야말로 그의 애정을 버팀목 삼기만 했던 자신의 이기심이 미안해서 울었을까요? 전 후자라고 봅니다만.... ㅎㅎㅎㅎㅎ

    그리고 또... 관음탱화 진엄이 끝나고 지리산 계곡가에서 단둘이 앉아, 길상에게 서희가 박의사의 죽음을 전하면서 또 울어요. 길상이는 짜증을 내죠. '남편 앞에서 다른 사내 죽음을 슬퍼하며 우는 여자가 세상에 어디있어! 도대체 당신 나이 지금 몇살이오?' 라고. ㅎㅎㅎㅎㅎㅎㅎ 전 이 장면 너무 좋아하는데. 서희는 여전히 길상이 앞에서는 응석받이, 떼쟁이, 맘 놓고 내 뜻대로 해 버리고, 길상이는 또 그걸 다 받아주고 앉았고. 아이고 좋아라... ㅎㅎㅎㅎㅎ 길상이도 박의사의 감정을 알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길상이는 모른척 해요. 감사한 마음도 있지만 "무엇보다 길상은 서희를 모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라네요.
    우는 서희를 두고, 길상이는 내가 목석이냐, 바지저고리냐, 노여움 없이 화를 내다가, 패주고 싶지만 참는 거다, 해요. 그리고 한참뒤에 서희는 그러죠.

    "저를 패주겠다 하셨습니까? 지가 뭘 어쨌기에요?" 라고 팩 돌아서죠. ㅎㅎㅎ 아이고 서희 답죠.

    죽도록 한 여자에 목을 매는 남자가 아니 정확히는 서로에게 목을 매는 커플이지만, 그래도 여튼 남자의 사랑이 정말 절절하게 짙게 표현되는 커플이

    김환(구천이)-별당아씨
    이용-월선이
    그리고 길상-서희예요.

    저는 넘나 애정하는 세 커플입니다. ㅎㅎㅎㅎㅎㅎ

    이제 둘의 관계가 잘 이해되셨기를.

  • 23. 토지 완전 이해되네요
    '18.4.4 3:03 AM (125.134.xxx.177)

    대단한 필력입니다. 한 10번 읽으신듯한 ㅎㅎ

  • 24. 까칠마눌
    '18.4.4 3:13 AM (1.227.xxx.5) - 삭제된댓글

    농담이 아니라... ^^;;; 10번 넘게 읽었어요. ㅎㅎㅎ 졸업논문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하하하

  • 25. 요약본을 본 느낌이예요
    '18.4.4 4:31 AM (1.228.xxx.217)

    토지의 내용이 쏘~옥 들어오네요. 덕분에 내용 이해가 잘 되었어요.
    원글이는 아니지만 자세히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26. 오랫만에
    '18.4.4 5:01 AM (45.19.xxx.103)

    와우 ~~~기억을 되살려 요점정리 해주신 것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27. 까칠마눌 님 덕분
    '18.4.4 6:13 AM (175.116.xxx.169)

    와...

    완벽 관계도 이해.

    넘나 재밌었어요. 필력 대단.
    토지에 대한 제일 정확하고 재미난 글이었음다. ㅎㅎㅎㅎ

  • 28. 까칠마눌 님 덕분
    '18.4.4 6:17 AM (175.116.xxx.169)

    그리고 저도 까칠마눌님 해석에 완전 빙의에요

    길상-서희 커플 진짜 음흉해요. 서희는 자기가 떼쟁이 신분이란것 땜에.
    길상이 원래 수족으로 부리던 하인이었다는 것 때문에
    뭣보다 자기자신에게 사랑의 감정을 인정 못한 여자였던거 같아요
    상현이나 의사도 사랑한거 같지 않구요
    그저 그때 그자리에 신분상 걸맞는 사내로 위안삼아 있었을 뿐이지 '스페어' 들이었죠..

    질긴 사랑의 절절한 상대는 그토록 본인은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길상이라고 봅니다
    회령에서 마차 사고 나기 전에 여자로서 질투심 드러내는 광경이 많이 나와요

    과부댁이 만들어준 목도리 찢어버리고 자기가 새로 사서 길상에게 패악하고 던져주는 장면이나,
    과부댁 모욕하는 장면 같은거... 평상시의 냉정하고 철인같던 서희 자존심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여자로서 본심을 드러낸 거죠

    상현이 나중에 봉순통해 아이낳고 ... 이런 여러 부분에선 전혀 감정이 없어요 서희는...
    남자로서 사랑한 대상들이 아니에요 ㅎㅎ

  • 29. 박작가님은
    '18.4.4 8:43 AM (39.117.xxx.194)

    어찌 저런 멋진 여성 케릭을 만든건지

  • 30. 서희
    '18.4.4 8:50 AM (211.36.xxx.114)

    최서희는 정말 전무후무한 캐릭터예요. 저런 매력적인 여성이 우리나라 문학에 다시 나타날 수 있을까요. 박경리선생님이 우리에게 보물을 남겨주셨어요.

  • 31. 댓글들 다 주옥같네요
    '18.4.4 10:01 AM (182.225.xxx.64)

    원글님도 댓글다신 분들도 지우지말아 주세요.
    두고두고 생각날때마다 읽고싶네요~

  • 32. ...
    '18.4.4 10:04 AM (1.248.xxx.74)

    자게 댓글 퀄리티가 와우~

  • 33. 속시원
    '18.4.4 10:23 AM (218.155.xxx.87) - 삭제된댓글

    토지전권을 정독한 사람으로써 저위에 산으로가는~댓글들 읽다가 이 무슨소리야~!!!하다가
    까칠마눌님 댓글을 읽고 내용이 엉뚱하게 외곡되지 않아 다행이야~라는 생각까지 들었네요
    까칠마눌님의 해석이 거의 정확합니다

  • 34. 서희
    '18.4.4 11:16 AM (76.250.xxx.146)

    토지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 35. 혹시
    '18.4.4 11:41 AM (61.82.xxx.129)

    저위에 까칠마눌님
    전원일기 얘기해주던 그분 아닌가요?

  • 36.
    '18.4.4 11:45 AM (49.175.xxx.168) - 삭제된댓글

    그 당시 천민은 양반의 재산이었기에-----계급사회는 고종때 이미 없어짐

  • 37. 존경
    '18.4.4 11:50 AM (121.162.xxx.184)

    까칠마눌님 대단하십니다.
    토지 완벽 요약본이네요.
    고맙습니다~

  • 38. 까칠마눌
    '18.4.4 12:19 PM (1.227.xxx.5)

    사실 서희-길상이 관계를 이해하려면 서희라는 인물에 대한 이해가 먼저 선행되어야 해요.
    토지 1부에서 5부까지 일관되게, 서희는 평사리 인물들을 비롯, 대부분 등장인물들의 보호자 역할을 합니다.
    반면, 서희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길상이 딱 하나예요. 서희에게 있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역할을 한 건 할머니 윤씨부인을 제외한다면 길상이가 유일하죠.

    서희는 고귀한 신분, 막대한 재력을 가지고 있죠.
    사람들은 다들 서희를 경외하고, 두려워 하고, 부러워하고, 어려워할 뿐.
    이미 너무 높은 자리에 있는 서희에게서 도움과 보호를 바랄 뿐 서희를 보호하고 도와주려하는 사람은 없어요. 이상현도 아버지 이동진을 위해 독립자금을 서희에게 요청하죠. 욕심없이 서희의 재산을 쌓는데 기여하는 공노인 조차 월선이를 위해 서희에게 도움을 청하구요.
    어린시절을 공유한 봉순이(기화)도 서희에게는 친구가 아니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 될 뿐이에요

    얼마나 외롭겠어요. 친구하나 없이. 하다못해 외로울 상을 타고났다는 임명희 조차 길여옥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서희는 단 한명의 친구도, 마음을 터놓고 위로해 줄 단 한명의 사람도 없어요. 길상이 외엔.

    길상이는 정말, 아무런 보답을 바라지 않고 서희에게 헌신하죠. 심지어, 아내와 아들을 떠나 보내는 것으로 아내와 아들을 보호해요. 선녀같은 아내, 구슬같은 아들들 떠나보내기가 어디 쉬웠겠나요. 그런데 길상이는 그렇게 하죠.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 같은 독립자금이라도, 이동진은 친구의 딸인 서희에게 요청을 하지만 길상이는 조직을 움직여(4부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친일파들에게 탈취를 해요.

    그런 서희였기에, 박의사의 사랑을 회피하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르죠. 서희도 사람인데요. 누군가에게는 기대고 싶지 않았겠어요? 사랑이라기보다는 자신에게 뭔가를 바라지 않는 대상과의 친애, 자신이 보호해줘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지워지지 않은 대상과의 교류가 필요했을 거예요.

    그런 서희의, 길상이에 대한 절절한 애정이 묻어나오는 장면은 또 있어요. (박경리쌤 진짜 대단한게, 길상이는 등장도 하지 않는데도... 둘의 사랑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죠.)

    3부에서, 환국이가 같은반 친구와 싸워서, 서희가 그 친구에게 환국이 아버지는 나라를 위해 몸바치신 분 이라고 말했다고 했죠. 그리고 얼마 뒤, 환국이는 서울의 경기중에 입학을 하고, 임역관의 아들 임명빈의 집에 하숙을 하러 가요. 초행이라 서희가 데려다주기로 하죠. 그걸 알게 된 혜관스님(길상이를 아기때 키워준 금어승)이 찾아와 명빈의 집이 있는 효자동 어귀에 선일여관이라는 데가 있다는 말을 해 줘요. 거기서 무슨 일이 있을 수 있다(즉, 길상을 만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요. 서희는 자신이 한 말(길상이 독립운동가다)이 있기 때문에 길상을 만나면 길상도 위험해지고, 길상이 위험해지면 자신의 아들들도 위험할 수 있다는 모성 때문에 선일여관에 들기를 거부하죠. 하지만... 서울에 가는 내내 서희의 가슴은 두근거리죠.

    "차창에 기댄 서희 가슴에는 위험을 동반한 환희가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낯선 역을 맞이하고 낯선 거리를 기차가 지나칠 때마다 서희는 그 거리에서, 정거장에서 길상을 만났다. 홈에 우뚝 서 있는가 하면 거리를 지나가는 뒷모습이 있었고, 서울에 닿을 때까지 줄곧 차창 밖만 내다보는 조용한 자세였으나 서희는 봄에 눈 뜬 유충같이 세상이 경이에 가득찬 것을 느낀다."

    정말 절절한 사랑이죠? 그리고 서희는 선일여관에 들지 않고 효자동 임명빈의 집에 아들과 함께 묵어요. 엿새를 묵는 동안, 서희로서는 드물게 거의 매일 나들이를 합니다. 효자동 어귀니 오며 가며 항상 선일여관 앞을 지나죠. 그러나

    "그 여관 앞을 오가는 동안 서희는 눈길을 돌리지 아니했다. 이층 창가에 어느 사내가 서 있으리라는 상상만으로 서희는 하루하루의 양식을 마련하는 것 같았던 것이다. 그리고 길상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 것인가를 깨달았을 때 서희는 가파로운 고갯길에서 땀을 닦으며 쉬고 있는 것 같은 자신을 느끼는 것이다."

    ㅠㅠ 세상엔 이런 사랑도 있더라구요.
    그리고 마지막날, 조찬하의 초대를 받아 조찬하의 차를 타고 지나는 길에 처음으로 서희는 차 안에서 고개를 들어 선일여관의 창문을 봅니다. (들킬 위험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겠죠.)

    "이층 창문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그러나 한 사내가 서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서희는 갑자기 자신이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상상이 무너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혜관은 효자동 어귀에 선일여관이 있다고 했지 그곳에 누가 있을 것이란 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확실하게 물어보지는 못했을까? 어느 쪽이든 확실하게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희망도 절망도 깡그리 뭉개버리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무도 없는 창문, 실제 아무도 없었을 것이란 절망, 차가 멎었을 때 서희는 잠시 눈을 감았다."

    ㅠㅠ
    어쩜 길상이는 등장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절절하게 사랑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지요.

    서희는 길상이 앞에서만은 위엄도 부리지 않고, 응석받이 떼쟁이 예닐곱살 무렵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모습인데 길상이 앞에서만 그래요. 5부 마지막 박효영 의사 죽음에서만 그러는 게 아니라... 같이 살 때도 마찬가지. 결혼을 하기 전에도 마찬가지.
    서희란 인물이, 자신의 위엄을 풀어놓고도 마음을 놓을 수 있다는 자체가 사랑이에요.

    5부 후반에 가면 서희도 너무 힘드니까... 안자 였나 유모였나... 하여튼 집안의 부리는 사람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일이 있어요. 서희의 눈물을 본 하인은 당황하지만, 서희는 그렇게 생각하죠. '오늘 내 눈물은 앞으로 며칠간의 버릇없는 웃음, 반항의 빌미가 될 것이다.' 라구요. 위엄을 잃는 순간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서희는 길상이 앞에서만은 풀어놓는 거죠.

  • 39. .....
    '18.4.4 12:40 PM (58.226.xxx.248)

    집안일도 잊고 댓글 열심히 읽었어요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던 제 자신이 한심해 집니다
    오늘 당장 다시 도전!

  • 40. 까칠마눌
    '18.4.4 12:43 PM (1.227.xxx.5) - 삭제된댓글

    ㅎㅎㅎㅎㅎ 대단하다고 할 것 까지는 없고요. ㅎㅎ
    이걸 토지 완벽 요약본이라고 하신다면... ㅠ.ㅠ 아니아니아니되오~~~~~

    토지는 전체 등장인물이 한 연구에 의하면 600명에 달해요. 주인공이 최서희-김길상인 것은 맞지만, 토지의 재미는요, 중심축을 달리해가며 읽는 것에 있어요. 서희를 중심으로 읽을 수도 있고, 이용-월선이를 중심에 놓고 읽을 수도 있구요, 김환-별당아씨를 중심에 놓고 읽을 수도 있어요. 오가다지로-유인실을 중심에 놓을 수도 있고, 이상현-봉순이(기화)를 중심에 놓을 수도 있어요. 중심축을 이동시킬때마다 정말 새로운 소설로 읽히고, 읽을 때마다 새록새록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 내고, 그 인물의 매력에 푹 빠지는 재미가 진짜 말 그대로

    오지구요~ 지리구요~

    토지를 열번쯤 완독했나 하시는데, 거짓말 안보태고 스무번쯤은 완독했을겁니다. ㅎㅎㅎㅎㅎㅎ
    지금도 누구 이야기가 몇부 몇권쯤에 나오는지 바로 찾아낼 수 있구요. 거의 외다시피하죠.
    근데 그 원동력이, 토지의 이 다양한 인물들과 다양한 관계, 그 중심축의 이동덕분에 가능했어요.
    그리고.... 나이를 먹어야만 이해되는 것들도 있었구요. 처음 읽을 땐 전혀 안 보이던 인물이 갑자기 확 떠오르면서 부각되는 경험도 했구요. 스무살 무렵에 처음 완독했는데 그때는 구천이(김환)가 무슨 안티히어로 또는 악인처럼 읽혔거든요.(서희에 감정이입해서 읽다보니, 사실 서희 입장에서 구천이는 엄마를 빼앗아간 나쁜놈인거 맞잖아요) 그리고 다시 읽으니 갑자기 김환이 너무 매력적인 인물로 다가와서 당황했던 기억도 있구요. 어느날은 갑자기 임이네가 이해되고 불쌍해졌고, 첨엔 귀녀의 죽음이 속이 후련했는데 갑자기 귀녀도 너무 안됐다 싶고... 서희 아빠 최치수도 별 미친놈을 다봤네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최치수도 막 이해가 되면서... ㅎㅎㅎㅎㅎㅎ 언젠가는 용이와 월선이의 사랑에 눈물콧물 다뺀적도 있네요.

    그 분량에 압도당하는 면이 없잖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지는 정말로 매력적인 소설이에요.
    서희-길상이만 보시면 아니아니아니되오~


    참, 전원일기 글 쓴 사람 저 아닙니다. ㅎㅎㅎㅎㅎㅎㅎ

  • 41. 삐삐
    '18.4.4 2:17 PM (121.133.xxx.194)

    선일여관 장면 읽으면서 공감되던 부분을
    까칠마눌님이 섬세하게 잘 서술하셨네요.
    길상이 관음탱화를 그리고 그것을 감상하던 사람들의 느낌도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길상이었기에 서희가 사랑했던거죠.

  • 42. 기억
    '18.4.4 2:32 PM (218.155.xxx.87) - 삭제된댓글

    마눌님 글 써 주신 부분 다 제가 눈여겨 읽었던 부분이네요 여관 앞을 지나면서 단 한 번도 쳐다보지도 않고 저 이층창에 한사내가 서서 보고있겠거니 생각하던..그 절절하던 마음들...
    아랫사람에게 눈물을 들키자 이 눈물은 조롱과 멸시가되어 돌아오겠지 라고 생각하는 부분
    참 그리고 초반에 서희를 지키는데 온 힘을 쏟던 다리절던 하인 수동이가 있는데 너무 일찍 죽었죠
    후반부 박의사의 죽음에 길상이앞에서 눈물 흘리는 서희에게 길상이가 내가 핫바지요?하며 때려주고싶다고 하는거 너무 웃겼어요 ㅎㅎ
    둘째 윤국의 말실수에 당장 종아리를 때리던 그 무섭고 엄하던 여자 서희가 길상이 앞에선 어리광도 부리던 부분에서 읽던제가
    몸둘바몰라했다는...ㅎㅎ

  • 43. 기억
    '18.4.4 2:35 PM (218.155.xxx.87) - 삭제된댓글

    마눌님 글 써 주신 부분 다 제가 눈여겨 읽었던 부분이네요 여관 앞을 지나면서 단 한 번도 쳐다보지도 않고 저 이층창에 한사내가 서서 보고있겠거니 생각하던..그 절절하던 마음들...
    아랫사람에게 눈물을 들키자 이 눈물은 조롱과 멸시가되어 돌아오겠지 라고 생각하는 부분
    참 그리고 초반에 서희를 지키는데 온 힘을 쏟던 다리절던 하인 수동이가 있는데 너무 일찍 죽었죠
    후반부 박의사의 죽음에 길상이앞에서 눈물 흘리는 서희에게 길상이가 내가 핫바지요?하며 때려주고싶다고 하는거 너무 웃겼어요 ㅎㅎ
    둘째 윤국의 말실수에 당장 종아리를 때리던 그 무섭고 엄하던 여자 서희가 길상이 앞에선 어리광도 부리던 부분에서 읽던제가
    몸둘바몰라하기도 했어요..ㅎ

  • 44. 까칠마눌님,
    '18.4.4 3:04 PM (61.82.xxx.168) - 삭제된댓글

    필력이 대단하시네요.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꾸벅~

  • 45. 자목련
    '18.4.4 6:55 PM (120.29.xxx.27)

    무려 졸업논문이라니, 20년도 전에 읽느라 좋으면서도 너무나 고생했던 기억, 읽는 나도 이리 힘든데
    이걸 쓰는 작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며 읽었던 책이네요. 한 달 정도를 거의 밤새며 책읽기에만 매달렸던 것 같아요.
    하두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위 까칠마눌님 졸업논문 덕분에 이제 과거가 회상이 되면서 구구절절 가슴 아팠던 기억이 나네요.
    등장인물 모두 누구하나 가슴아프지 않았던 사람이 없었는데.
    이 책을 다시 가슴아파하며 읽을 용기는 아직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의 영원한 마음의 책, 그리고 박경리 작가님의 담백한 글, 그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원글님 덕분에 좋은 기억 나눠갖게 되어서 더 좋고요.. 행복한 봄날들 되세요.

  • 46. 원글
    '18.4.5 12:47 AM (114.203.xxx.210)

    와 . . . 깜빡 잊고있다가 게시판 다시 찾아보니
    정말 대단한 댓글 남겨주셨네요
    정성에 감사합니다 지식에 감탄합니다
    토지 다시 읽어야 될까봐요
    1.2 3 권 안버리고 끝까지 갖고있는데. . .

  • 47. ....
    '18.4.5 6:37 AM (121.140.xxx.220)

    잊고 있던..토지 해설? 연구 책이 생각 나네요...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을 책을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 48. 아놧
    '18.4.6 6:19 AM (125.182.xxx.47) - 삭제된댓글

    위에 주르륵 달렸던
    길상이 하인신분이란 수많은 댓글들은
    다 지워졌군요.

    소설이라 개개인의 감정은 다르게느낄 수 있지만
    그래도 1부 주요 남주인데
    기본 사항이 잘못 되게 읽히는 것은 아니다 싶어

    좀 지적질 비슷하게 간단히 글달았는데
    제 밑으로는 그래도
    책을 읽으신 멋진 분이 쓰셨네요^^

    덕분에 다시 여고생 된 기분이에요

  • 49. ㅇㅇ
    '19.1.2 3:55 PM (182.216.xxx.132)

    토지해설 감사합니다. 책에 나오는 용어로

  • 50. --
    '19.1.2 3:57 PM (220.118.xxx.157) - 삭제된댓글

    오늘 다시 화제가 되어 들어와봤습니다.

  • 51. ㅎㅎ
    '19.1.2 4:28 PM (222.97.xxx.185)

    저도요
    이렇게 댓글 남기며 내리플에 저장해 둡니다

  • 52. ..
    '19.1.2 4:56 PM (1.227.xxx.38) - 삭제된댓글

    토지 까칠마눌님 댓글
    저도 이렇게 저장해 둡니다 ㅎㅎㅎ

  • 53.
    '19.1.2 5:57 PM (115.137.xxx.76)

    저도 토지 2번 읽은동지로서 장면장면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댓글로 정리해주신 까칠마눌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 54. ..
    '19.1.2 6:15 PM (49.169.xxx.133)

    연초부터 토지 다시 읽어야할까봐요.

  • 55. sage
    '19.1.2 9:38 PM (182.161.xxx.100)

    한달 전부터 20 년전에 읽었던
    토지 를 다시 읽고 있는데
    정리해주신 댓글 간직하고 싶어
    저장합니다.

  • 56. 111
    '19.1.16 4:03 PM (118.42.xxx.104) - 삭제된댓글

    이제 읽기 시작했는데 정리해 주시니 훨씬 쉬울것 같아요 읽기에

  • 57. 대단하세요.
    '20.2.3 11:36 AM (178.199.xxx.39)

    두고두고 읽겠어요 까칠님

  • 58. 경의
    '21.9.3 11:59 PM (175.121.xxx.73)

    저도 저장합니다
    토지를 다 읽었는데..참 부끄럽습니다

  • 59. 비가조아
    '24.3.5 4:14 PM (222.98.xxx.132)

    토지 2부 과부댁 부분을 얼마전에 읽었는데 댓글을 보고 갑니다. 완독하고 다시 오고 싶어서 저장합니다.

  • 60. 서희와길상
    '24.3.6 1:54 AM (115.138.xxx.244)

    너무 훌륭한 댓글 저장합니다

  • 61.
    '24.5.8 10:01 AM (210.97.xxx.109)

    아 토지 다시 읽으며 마음이 아려서 82분들 말씀 궁금하다
    하고 찾았는데. 여윽시!!!!! 멋지네요. 동지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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