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란은 예고된 재앙이다
2018.04.02
온 동네가 비닐과 플라스틱, 스티로폼 폐기물로 난리다.
정부는 재활용 자원을 분리 수거하지 않으면 100만원 과태료 물린다고 하고, 아파트 관리실에서는 폐기물 처리업체가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은 더 이상 수거하지 않는다고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고 하니 주민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
아파트 단지 내는 비닐과 스티로폼을 담은 부대가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다. 주민들이 불편은 참는다 하여도 더워지는 날씨에 위생이 걱정이다.
1. 시진핑이 맞고 트럼프가 틀렸다
사드와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트럼프가 잘 하고 있지만, 이번 폐기물 문제에 있어서는 트럼프가 잘못 하고 있고 시진핑이 옳다는 게 내 생각이다.
중국의 폐기물 금수조치는 미중간의 무역통상 마찰이나 북핵문제 해법을 둘러싼 쌍방간의 힘겨루기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중국의 폐기물 금수 조치는 자국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고 중국 내부에서의 반발도 심함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등 중국의 동안지대의 미세먼지 등의 대기환경을 더 이상 이대로 둘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시진핑이 특단의 조치를 한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미국이나 서방을 겨냥해 다른 목적으로 폐기물 금수 조치를 고려한 것이 아니었다. 이 계획은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미국(트럼프)과의 관계가 악화되기 전에 수립되어 이미 진행해 오던 정책이다.
모든 나라는 폐기물을 처리할 의무를 갖고 있고, 자국의 폐기물은 자국이 해결해야 한다는 중국측 주장은 환경문제를 푸는 해법으로서 원칙적으로 맞다.
2. 중국의 폐기물 금수 조치는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에 이롭다.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자 그 원인이나 책임을 중국에 돌리고 있지만, 필자는 중국의 이번 정책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에 이로울 것이라 생각해 적극 지지한다.
당장은 우리나라의 폐자원(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 폐지, 폐철 등)의 대중국 수출이 막혀 어려움이 있겠지만, 중국이 한국,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로부터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고 폐자원 수입을 엄격하게 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대기환경에 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등 대기 문제는 중국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중국이 폐합성 등의 폐기물을 소각하지 않거나 발전 연료로 사용하지 않게 되면 그만큼 미세먼지, 다이옥신 등의 환경물질이 줄게 된다. 이는 곧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등 대기 문제가 개선된다는 뜻이다.
중국은 폐자원에 혼입되어 들어오는 폐기물에 대해 작년 7월부터 엄격한 규제를 실시했다. 혼입되어 들어온 폐기물은 그 동안 소각하거나 매립해 왔기 때문에 중국의 (대기)환경을 악화시켜 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이 베이징의 미세먼지 주범의 하나라는 것이 시진핑의 생각인 듯하다.
3. 쓰레기 대란의 주범은 정부와 청와대
이 쓰레기 대란의 시발은 중국에 있지만, 그 책임은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 조치가 이미 작년 7월에 예고되었음에도 손 놓고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정부에게 있다. 청와대는 환경부와 지자체에 책임을 전가하고 혼쭐을 내고 있지만, 모든 사안을 청와대가 틀어쥐고 관장하고 있으면서 책임을 지자체나 환경부에 전가하는 것은 넌센스다.
중국의 폐기물 금수 조치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미리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야 하는데 정부와 청와대는 그 동안 이에 대해 대책 마련은커녕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이에 역행하는 이상론에 매달린 환경정책만 남발했다.
중국이 비닐, 플라스틱 등의 폐자원 수입을 엄격하게 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사실상 막힌다는 것은 초딩생도 알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에서 수거된 비닐, 플라스틱은 국내에 고스란히 쌓여가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활용률을 제고하거나 소각이나 매립으로 처리해야 하는 방법 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의 비닐 및 플라스틱의 재활용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결국 소각이나 매립 밖에 대안이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매립장도 국토가 협소해 지자체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지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고, 비닐과 플라스틱의 매립은 환경에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차라리 연료화 하여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 낫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일반 쓰레기로 만든 고형 연료(RDF)나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고형 연료(RPF)를 사용한 발전소 건설에 딴지를 걸고,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등의 폐합성 소각을 위한 소각로(보일러)의 신규 허가도 철저히 제한을 해 왔다.
환경부는 유관기관 합동으로 중국의 폐자원 수입금지 조치 후 국산 폐자원 수출량 감소, 재활용 시장 위축 등을 고려하여 관련 업계지원 및 재활용 시장 안정화 대책 등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와 함께 올바른 분리배출 홍보를 통해 수거·선별과정에서 잔재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업체의 처리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도록 4월 중으로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재활용업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내놓겠다고 한다.
문제는 환경부의 이런 조치들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잔재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처리비용 부담도 줄이고, 재활용업계에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폐기물 처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업계를 대대적으로 지원하든, 처리비용을 줄여주든, 수출길이 막힌 이상 결국은 관련 업계가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법은 소각 아니면 매립 밖에 없다. 소각을 용이하게 하지 않거나 매립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항문 폐쇄증 환자에게는 수술을 통하여 배변을 조절할 수 있는 항문을 만들어 변을 바깥으로 배출시켜 주어야 하는 것이지, 비싼 영양제나 소화제를 처방하면 환자는 사망한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매립보다는 소각이 훨씬 경제적이고 장기적으로 환경적이다. 따라서 폐기물 소각을 유도하되, 소각시에 대기환경물질 발생을 최소화 하도록 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RDF나 RPF 등의 SRF를 적극 사용토록 권장하고, 이를 사용하는 보일러나 발전소를 규제하지 말고 인허가에 적극성을 보여주는 전향적인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RDF나 RPF를 사용한 발전일 경우 REC의 가중치를 현재보다 상승시켜 신재생에너지에 걸맞는 대우도 해 줄 필요가 있다.
주민들도 자신의 지역에 이런 시설들이 들어온다고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가장 효율적으로, 가장 환경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이 소각을 통한 에너지화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의 폐합성이나 쓰레기를 소각할 때 발생하는 환경물질이 걱정이 된다면 과포장을 피하고 잔재물을 최소화하는 소비생활을 습관화 하는 것이 국민들로서의 자세이지, 무조건 소각로 건설을 반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4. 우리나라 환경단체는 어디로 갔는가?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야 할 환경단체들은 정작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대책을 제시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탈원전에는 시위와 집회, 토론회를 사흘이 멀다 하고 열며 나대던 사람들이 국민들이 고통과 불편을 직접 겪는 쓰레기 대란 사태에는 아무런 소식이 없다.
문재인이 미세먼지를 잡겠으며 환경문제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공약했음에도 이런 쓰레기 대란에 아무 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정부에 대해 질타하는 목소리도 없고, 미세먼지의 주원인이 중국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해 항의 한 마디 안 한다.
미세 먼지 등 환경물질을 단 한 톨도 발생시키지 않는 원전은 결사 반대하면서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 조치로 벌어질 우리나라 환경문제에 대해 아무런 대응책도 제시하지 않는다.
지금 이들은 어디에 있는가?
5. 탈원전을 재고하라
탈원전 하면 만사가 형통하고 환경문제가 근본적으로 사라지는가?
LNG는 석탄보다 초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고, 초미세 먼지는 미세 먼지보다 건강에 해롭다. 중국의 폐기물 금수 조치로 불가피하게 우리나라에서 비닐 등의 폐합성 수지의 소각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보다 미세먼지 등의 환경물질이 더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탈원전을 재고해 봐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