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역사가 우리 가족에게 남긴 것들 - 잠들지 않는 남도

skaeh 조회수 : 610
작성일 : 2018-04-03 09:13:59

1947년, 20대 중반인 할아버지가 4, 3 사건으로 총살당하였습니다.

당시 3세였던 우리 아빠는 그 아래로 간난 동생 둘.

자녀 셋을 둔 엄마가 돈을 벌어오는 일은, 지금도 그렇지만 너무 어려운 일.

고모와 삼촌은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했고,

아버지는 중학교만 겨우 졸업할 뻔했는데, 공부를 너무 잘해서 주변 친척들이 도와

고등학교까지 다니게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빚쟁이들 피해 할머니가 도망가 있는 일이 잦았고요.

그럴 때는 돌보는 어른 없이 굶는 일도 잦았다고 해요.

아빠, 고모, 삼촌 모두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를 부모 부재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군입대를 했고

군대에서 훈련 받고도 밤에 후레쉬를 켜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제대 후에 시험 응시해서 바로 합격했고요.

검정고시로나마 삼촌 졸업시키고 공부시켰습니다.

삼촌도 머리는 좋았기 때문에 검찰 공무원 시험에 응시해서

서울까지 와서 면접 시험까지 보았는데, 신원 조회에서 탈락했습니다.

아버지가 4, 3 사건 희생자라는 이유 때문에요.

그래서 제주도로 다시 내려와 우리 아빠처럼 지방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동생들 돌보고, 군 제대하고 나서는 결혼을 해 가정을 이루어

가족들을 부양하고, 이런 게 아빠의 삶이었습니다.

우리집은 가난했지만 점점 형편이 좋아지긴 했고요.

아빠는 부모 부재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가정에서 아빠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분이었습니다. 당신의 삶이 '책임감'만으로 달려 온 삶이었기 때문에

자녀들에게도 역시 그러기를 원했지요. 그다지 화목한 가정은 아니었습니다.


할아버지를 살해한 것이 나의 조국이었는데,

이제 세상이 바뀌어 잊혀진 할아버지의 이름을 기억해 준다고 합니다.

제 나이가 이제 마흔이 넘었는데, 이제서야...

할아버지,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

그리고 아빠, 그동안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IP : 116.127.xxx.19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ㅠㅠ
    '18.4.3 9:27 AM (175.223.xxx.204) - 삭제된댓글

    원글님과 그 윗대의 어르신들과 관련된 모두에게
    그 아픔과 고난과 억울함의 지난한 시간에게
    소리없이 품어온 그 땅에게
    늦게라도 위로를 드립니다

  • 2. 늦었지만
    '18.4.3 9:28 AM (222.119.xxx.145)

    아픈 마음으로 지켜 보고 참여해야 나라의 운명과더불어 나의 운명도 달라지겠지요. 늦었지만 이제라도 할아버지께서 편안한 잠에 이르시길 빕니다....4월 3일..
    노대통령께서 거수경례하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 3. --
    '18.4.3 9:32 AM (112.133.xxx.252)

    시할아버지 4.3때 행불. 그떄 나이가 30대셨고 할머니혼자 7남매를 키우셨네요..제일 큰 자식이 10대초반일때요..지금 4.3 공원에 행불자비석으로만 남아있어요. 육지로 끌려가신후 전혀 흔적을 알수없다고...
    그럼에도 집이나 친척 어디서든 4.3에 대해서 들은적이 없어요.. 다만 묵묵히 생신때 제사만 올릴뿐,,,
    4.3은 잊혀진 날..금기어였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97947 생선 매운탕 양념하고 조림 양념하고 다른가요?? 4 .... 2018/04/08 906
797946 4인가족 25평 사는데 와..좁다 44 서민 2018/04/08 43,581
797945 파스타 사리를 시키긴 처음이다 6 아이러브이태.. 2018/04/08 3,391
797944 압력밥솥 왜이리 비싸요? 7 ㅁㅁ 2018/04/08 2,709
797943 기초연금 신청해보신분 계셔요? 8 연금 2018/04/08 2,073
797942 김문수 서울시장후보는 우습기 그지없네요 8 개그 2018/04/08 1,868
797941 작년 투자한 것들 위주로 정리 5 .. 2018/04/08 1,586
797940 프랑스 파리..여기가 어딘지 아는분 계실까요? 2 궁금 2018/04/08 1,534
797939 그알 너무 믿지 마세요 26 2018/04/08 7,473
797938 샘해밍턴 사건을 보고 11 캐빈 2018/04/08 3,843
797937 유병자실손보험 내용 11 현직 2018/04/08 2,504
797936 아파서 살이 조금 빠졌는데 다리가 너무 가벼워요. ㅠㅠ 5 음.. 2018/04/08 2,241
797935 궁극의 안 죽는 식물이 뭔가요 25 똥손 2018/04/08 4,984
797934 운영자님 큐큐라는 고닉 강퇴시켜주세요. 22 ㅁㅊㄴ 2018/04/08 2,620
797933 클래식음악 찾고있어요. 라시도레미도미 레시레 도라도 라시도레미도.. 10 ㅇㅇ 2018/04/08 5,034
797932 멕시코 여행 해 보신 분 계세요? 7 여미 2018/04/08 1,456
797931 여자도 나이먹고 미모 능력 없으면 결혼 힘들어요 9 오늘 2018/04/08 4,825
797930 날씬한사람이 운동 더 열심히 하는 이유 9 분석 2018/04/08 4,395
797929 특급호텔 호텔 프론트 경력 있거나 없는 신입 마지노선 나이가 몇.. .. 2018/04/08 1,017
797928 리얼미터]여권 서울시장 본선 누구라도 안철수에 앞서 5 ㅇㅇ 2018/04/08 1,521
797927 모임에 아이가 안따라 가려해요..초6 10 ㅇㅇ 2018/04/08 2,666
797926 쉽게 이해되는 만화로 보는 삼증 위조주식 사건 1 ..... 2018/04/08 1,026
797925 앞글에 임종석요리글이 있던데.. 14 요리 2018/04/08 3,442
797924 밖에 널어논 빨래를 걷으려다 충격받았어요 4 .... 2018/04/08 7,997
797923 20년이라는 세월도 진짜 빨리 지나가는것 같지 않나요..?? 2 ... 2018/04/08 1,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