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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완벽한 효녀 효자가 못 될 거라면 그 기대를 빨리 꺽는 게 낫겠죠?

ㅇㅇ 조회수 : 1,815
작성일 : 2018-04-02 00:31:20
저는 불효녀입니다.
오늘 아버지가 밥차려달라는 걸 끝까지 안 차려주고 버텼네요.
이게 잘하는 짓인지 잘 모르겠네요.

사정을 조금 말씀드리면 저희집 구성원이
아버지는 가부장적인 경상도 아버지이고
어머니는 거기 말대꾸 한번 못해보고 산 순종적인 경상도 어머니입니다.

어머니가 얼마전까지 출근하셨었는데
아버지는 가사노동을 거의 안 하셔서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 했어요.
집안의 의사결정도 독단적일 때가 많구요.

그러다가 최근엔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외손주 보러 가라고 요구해서
어머니가 평일엔 한시간반 거리에 있는 언니집에 가서 아기를 봐주고 주말엔 집에 돌아오는 주말부부생활 중입니다.

어머니는 주변에서 많이 뜯어말리기도 했었고
회사를 그만두고 주말부부를 하면서까지 아기를 보러가야하나 고민을 많이 하시다가
어머니는 언니에게 그냥 베이비시터를 구하라고 했었는데
아버지가 노발대발하셔서 결국 현재 주말부부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평일엔 집에 저랑 아버지랑 둘이 있는데
어머니는 아버지가 저를 부려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자신을 보낸 거라며
아버지가 집안일 요구해도 일절 하지 말라고 하세요.

제가 임용공부하면서 기간제교사일을 하고 있어서
공부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을 하셔서 그런 것 같아요.

아버지 밥차려드리고 간단한 집안일 좀 하는 게 뭐 힘든 일일까싶고
자녀가 아버지 돕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머니 말씀은
숙모님이 편찮으셔서 사촌이 회사퇴근하고 나서 집안일 다하고 농사일까지 다 하는데
삼촌은 그걸 전혀 고맙게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오히려 농사일 제대로 못한다고 야단을 친다는 겁니다.

어머니는 우리집안이 그런 집안이니 괜히 애쓸 필요 없고
괜히 해서 기대치만 올리면 그 이후가 더 힘들다는 거예요.

저도 생각해보니 어머니 집에 없을 때 어머니 존재감을 느끼게 해드려야 하는 것 같아서 오늘 일부러 좀 버텼어요.

어머니가 친척들이랑 여행가서 이번 주말엔 집에 안 계셨거든요.
그래서 아버지가 저보고 아침부터 밥차리라고 하시는데
밥은 제가 해놓았고 찌개랑 반찬도 어머니가 해놓으셔서
그냥 꺼내서 먹기만 하면 되는 거였거든요.
안하고 버텼더니 아버지가 굶으셔서
점심시간 한참 지나서 밥을 차려드리긴 했어요.

그러고 저녁은 안 차려드렸는데
배가 고프신지 저녁 11시가 되어서 아버지가 차려드시더라구요.

아버지가 밥챙겨드시는 거 보니깐
아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인가 진짜 나쁜 불효녀구나 자괴감이 드네요.


이런 글 쓰면 괜히 부모님 욕먹게 하는 것 같아서 조심스러운데요.
아버진 가부장적이지만 평생을 다른 데 한눈파는 일 없이 성실하게 살아오신 분이세요.
어머니가 언니집 간 이후로 나름 음식도 해보려고 하고 집안일도 좀 해보려고 하시는데
괜히 제가 다 해버려서 다시 남이 밥 안차려주면 하루종일 굶는 사람으로 만들면 안 될 것 같은 기분도 들어요.

그렇다고 제가 집안일을 안하고 아버지한테 다 떠넘기겠단 말은 절대 아니구요.
밥 빨래 설거지 청소 등 기본적인 것들은 해놓긴 해요.

앞으로 어느정도 수준으로 해야할지 고민이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신 분한테 이게 뭐하는 짓인지
진짜 불효녀인 것 같아서 마음이 좀 그렇네요.
IP : 58.235.xxx.137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8.4.2 12:34 AM (220.75.xxx.29)

    불효녀 아닌데요. 음식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있는 걸 차려먹는 건 사람이면 누구나 해야하는 일이에요. 아버지가 정신지체 있으신 것도 아니고 아기도 아닌데 당연히 자기밥은 자기가.. 게다가 어머니가 당부하신 것도 있는데..

  • 2. 잘 하고 계신대요.
    '18.4.2 12:40 AM (218.236.xxx.115) - 삭제된댓글

    취지에는 어긋날 수도 있지만 연세 드실수록 자꾸 몸을 움직이시는 게 치매도 안 걸린답니다.
    어머니가 당부하신 것도 있으니 그넝 눈 질끈 감고 순간을 넘기세요.

  • 3. 노노
    '18.4.2 12:48 AM (211.212.xxx.148)

    어머니가 말한거 당연하고 일리있는데요..
    그래도 그건 어머니 아버지 즉 부부간의 일이구요..
    님은 그냥 자식일뿐입니다
    누구편드는게 아니라면 어머니가 해놓으신 밥 차려드리기나 하세요~
    님도 맘이 안편하니 여기 글올리거 아닌가요?
    나이든 아버지 혼자 밥차려드시는거 쉽지않아요~~
    님이 아버지 고집 꺾으실필요까진 없어요

  • 4. ....
    '18.4.2 12:57 AM (221.157.xxx.127)

    본인밥차려드시는데 뭐가 불효녀란건지 이해가 안가네요 저희친정아버지 시아버지 두분다 본인들밥 직접해드시십니다 70대 80대

  • 5. ..
    '18.4.2 1:01 AM (125.181.xxx.208) - 삭제된댓글

    아버지가 딸에게 잘못하는 게 없다 해도
    식구의 일원이자 배우자에게 함부로 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혐오감이 들지 않나요.

  • 6. 나옹
    '18.4.2 2:38 PM (223.33.xxx.191) - 삭제된댓글

    어머니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원글도 아침에 공부할 거 싸가지고 나가서 공부하세요. 집에 같이 있어봐야 아버지하고 부딪히기만 합니다.

  • 7. 나옹
    '18.4.2 2:39 PM (223.33.xxx.191)

    어머니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원글도 아침에 공부할 거 싸가지고 나가서 공부하세요. 집에 같이 있어봐야 아버지하고 부딪히기만 합니다. 나이드신 아버님들 밥 정도는 차려 드셔도 됩니다.

  • 8. ...
    '18.4.2 5:59 PM (125.176.xxx.3) - 삭제된댓글

    그 정돈는 하게 놔두세요
    근데 마음이 괴로우시다면
    아침에 일찍 나가고 저녁에 늦게 들어오세요
    아주 바쁜척 피곤한 척
    집에 있는 아버지가 오히려 차려줘야 하는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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