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2년 쉬는 동안 길냥이 밥아재가 되었어요..
당배피우느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하루에 몇번씩 나가다가 길냥이랑 눈이 맞아서^^
밥 챙겨준지 넉달정도 되었어요..
정말 무뚝뚝하고 말없는 사람인데, 고양이 밥주고 오면 이녀석은 이렇고 저녀석은 저렇고, 누가 2-3일 안보이더라고
걱정도 하고 그랬지요..
근데 남편이 다시 일하기 시작했어요.. 집에서 일찍 나가야해서..
출근이 늦는 제가 자연스레 밥당번을 하게 되었네요..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남편과 달리 저는 일단 사람자체가 종잡을 수 없는 추상화거든요.
직장도 매일매일 가는 게 아니구 재택도 있구요.. 필받으면 밤새 딴짓하고 늦잠자고 그런 사람인데.
지난 금요일 아침 출근길에 주차장 입구에서 목빼고 기다리는 얼룩고양이와 마주치고서 다시 뛰어들어와 물이랑 사료
들고 나가 주고 출근했어요.
주말 늦잠 자다가도 기다리고 있을 그녀석 생각에 자는건지 마는 건지 하다가 일어나 나가서 밥주고.. ㅠㅠ
애들 학교 보내는 거 끝나서 저 생겨먹은대로 멋대로 사느라 좋았었는데...
에구... 참.. 힘들어요.
근데....한편으로 제가 기다리는 건 힘이 든데 저를 기다리는 존재가 있다는 건 참 든든하고 위로가 되네요..
부담돼! 귀찮어! 불평하다가도 오도마니 앉아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석을 보면 또 그리 좋으네요.
어제까지는 제가 밥주고 멀어지면 와서 먹더니, 이제 상황파악이 됐는지, 오늘은 저를 보더니 냉큼 다가오더라구요.
눈 꼭 감았다 떠서 인사하니 인사도 받아주고...ㅎㅎ 연예인하고 인사한 것처럼 뿌듯뿌듯하더라구요.
많이 먹어라.. 오늘 우리집 강아지 밥도 안주고 너부터 밥주러 튀어나온거다...
우리 남편도 답답했던 시간을 저녀석들의 기다림으로 위로받았겠지요?
아! 나도 좀 따박따박 살아가는 인간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