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우리 딸아이는 초등학생4학년이었어요.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후 2학년이 되었을때부터 은따였어요.
은따였는데 차츰 학년이 올라가면서 은따의 수위도 높아지고 최고 정점을 찍은건 초등학교 5학년때였어요.
그리고 수학이 특히 약해서 그때문에 선생님께 자주 혼나야 했고 (학원을 줄곧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연산이 안됨)
그 여파로 그나마 몇마디 말도 주고받던 '지인'같은 반아이들에게서도 드디어는 외면당하고.
모둠활동에선 옆에 책상붙이지말라고 눈부라리는 애들때문에 저멀리 동떨어져있어야 하고
같이 공동으로 숙제해야 하는 건 딸만 혼자 연락 못받아서 다음날 아침에 못해오거나 준비물이 없어야 하고
반 카톡에도 끼지 못했고.
쉬는 시간마다 책을 다섯권씩 쌓아두고 읽어내리거나, 혼자 문제집 풀고 있었던 그 때.
결국, 2학기 시작되고 학교를 옮겼습니다~
수학은 결국 과외로 돌려서 과하게 공부시켰더니, 초등시절은 얼마든지 상위권으로 진입이 쉬웠던지
학교를 옮기자마자 곧바로 학업우수상도 줄곧 놓치지는 않게 되었고 그동안 혼자 책을 읽어왔던 그 기나긴 시간의 댓가로
대내외 글짓기상도 거의 전부 휩쓸었어요.
그정도면, 아이가 많이 바뀐것 같았어요.
매일을 왕따당하는게 괴로워서 다른 초등학교로 옮겼는데 괜찮겠지, 여기로 왔으니 괜찮겠지 라고 생각을 했던건
이틀지나니, 전부 소문이 나버리더라구요.
그런 소문 정말 빠르더라구요.
그래도 딸아이는 그전학교보단 다닐만하다면서 나름대로 잘 다녔어요.
일단 공부도 잘하고 글도 잘쓰고 상냥하게 반아이들을 대하니까 큰 문제없이 초등학교도 무난하게 잘 끝낼수 있었어요.
그런데 중학교를 올라가니까, 그 전의 학교에서도 또 그 친구들이 왔어요.
소문은 다시 무서운 기세로 돌고, 이젠 다른 중학교에도 우리 딸의 이야기로 산불처럼 들끓었다는거에요.
정작 당사자인 우리 딸은 그 중학교엔 없는데.
결국 중학교 1학년이 된 우리 딸, 초등학교 5학년때 무섭게 당한 왕따였다는 과거때문에 중학교에서도 다정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등을 돌리고 혼자 지내야 했어요.
지금은 중2인데, 친구는 두명 있어요.
그렇게 힘든 학창시절을 보내서인지, 우리 애는 말이 별로 없어요.
그런 것 보면 엄마로써는 참 안타까워요.
저도 그 초등학교 다닐때 거의 매일을 학교에 가본것같아요.
혼자 집에 오는 아이를 뒤쫒아 오면서 눈이 썩었다고 놀리는 남자애들을, 직접 보고 화를 내지않으면 제가 죽을것 같았거든요.
심지어는 너네엄마는 온몸통이 다 썩었다고 말한 여자아이네 엄마한테도 전화해서 다음날 따귀때려도 되냐고 전화한적도 있었어요. 그 일로 서로 감정이 상해서 한바탕 싸우고 (네딸은 왕따라던데?)라고 말하던 그 엄마때문에 멘붕와서 아무말도 못하고, 그일은 담임한테까지도 올라가서 아이편으로 사과도 받긴했는데
결국 우리가 그 학교를 전학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딸과 저는 그 동네를 지금도 절대 들어가지 못해요.
그냥 저절로 몸이 떨리고 괜히 주눅이 들어서요.
그 동네에 살때 저에게도 그 학교 엄마들이 아는체를 하지 않았어요.
좁은 동네이다 보니 마트에서도, 병원에서도 마주치던데 눈길만 마주쳐도 황급하게 고개를 야멸차게 돌려버리는 엄마들이 많았어요.
우리가 야반도주하듯이 아무에게도 말못하고 이사한뒤에도 우리들 이야기로 3개월넘게 들끓었다고 나중에 들었어요.
그리고 저도 놀란건 이사할때 우리가 어느 아파트로 이사간다고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우리가 이사간 아파트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던 그 동네 엄마들.
그런데 그 엄마들, 지금도 가끔 길가에서 우연히 마주쳐요.
우체국 문앞에서, 혹은 병원에서.
그 엄마들, 지금도 저를 투명인간처럼 대하는데, 저도 그렇게 되는데 그때마다 참 ..
들깨단위에 마구 내려쳐지는 도리깨처럼, 맘이 정말 아프고 따끔거리는군요.
그리고, 한동안은 그 사람들 정말 뇌리에서 안잊혀져요.
우리애가 고등학교 가게되면 그땐 좀 잊혀지나요?
왕따당했던 딸아이의 기억도, 그리고 왕따였던것을 기억하는 저 친구들?도?
정말 낙인이 따로 없네요.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