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헥헥... 마지막으로 달려갑니다.
한두분야에 노미네이트되긴 했지만, 그냥 넘아가기에는 아쉬운, 한번쯤 봐주면 좋을만한 영화, 소개해 봅니다.
1. 아이, 토냐
이 작품은 이번 아카데미에서 여우 조연상을 냈습니다.
상받은 것도 받은 거지만, 이 작품은 참으로 문제적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재는 피겨 스케이팅 문외한에게도 머릿속에 한자락 뉴스가 남아있는 토냐 하딩의 테러사건입니다.
미국 피겨 스케이팅 선수였던 토냐 하딩이 올림픽 대표 선발전 전에 라이벌 낸시 캐리건을 테러했던 실제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실제 관계된 인물들의 인터뷰를 재구성해서 만든 영화라고 합니다.
이 영화에 나온 스토리가 정말 '사실'이라면 딱 한마디, '골 때린다'는 표현 이외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이 '골 때리는' 실제 사건을 거의 다큐식으로 잘 만든 영화란 생각을 했습니다.
인생, 허무하다는 생각, 내 노력과 상관없이 인생이 어이없이 흘러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
보고나면 오만가지 생각이 오락가락하고 허무합니다만, 제게는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누군가 볼까? 라고 물어보면 한번 봐봐라고 할만했습니다.
아카데미가 이런 소재의, 이런 영화에도 관심을 줬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합니다.
아직 국내 상영하기는 하는데, 진짜 상영관이 거의 드뭅니다.
2. 올 더 머니
전설적인 미국의 석유왕 폴 게티의 손자 폴 게티 3세의 실제 유괴 사건을 소재로 만든 영화입니다.
감독이 무려 리들리 스콧.
이 양반이 어째 이런 소재로 영화를 찍었나 싶을 정도의 아주 의외의 영화입니다.
사실 일설에 의하면 이 양반이 아카데미를 노리고 만들었다는 썰이 있었습니다만, 폴 게티 역의 케빈 스페이시가 성추문으로 문제가 되는 바람에 '사운드 오브 뮤직'의 폰 트랩 대령인 크리스토퍼 플러머 할아버지가 급하게 역을 맡아서 케빈 스페이시 분량을 다 들어내고 새로 찍어 붙였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봤는데도 새로 붙인 느낌없이 말끔히 잘 만들었습니다. 역시 타짜 감독... ㅎㅎㅎ
급히 투입된 대타이긴 하지만 크리스토퍼 플러머 할아버지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었고 그 덕분에 남우 조연상 후보에 오릅니다.
이 영화는 배경 지식이 없으면 영화 자체는 좀 지루합니다.
치떨리는 구두쇠 폴 게티의 징하고 끔찍한 꼬라지를 내내 지켜볼 뿐이니까요.
그런데 이 폴 게티가 지금 어떻게 이미지 메이킹 되어있나를 알고 나면 리들리 스콧이 왜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는 몰랐다가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검색으로 알게 되어, 영화가 다시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지금 미국 LA에 게티 센터와 게티 빌라와 이를 운영하는 게티 재단이 이 영화의 주인공 폴 게티 사후에 그 재산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 미술관은 그 소장품의 규모와 수준이 대단해서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미술관으로 공익적으로 운영해서 입장료 없이 개방되고 있다고 합니다.
LA 여행에서 꼭 가봐야할 명소로 꼽힙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 재단에서 운영하는 아티스트 후원 프로그램은 굉장히 유명해서 전세계 예술가들이 선망하는 프로그램이라고도 하더군요. 국내의 한 유명 미술사가는 폴 게티를 현대의 코지모 데 메디치라고 평하기도 하고 심지어 게티의 미술 사랑이 메디치보다 순수했다고까지 평합니다.
게티 센터의 미술계에서의 이미지와 위상은 비 전문가인 제가 느끼는 것보다 엄청나게 영향력이 있는 것인가 봅니다.
아마도 감독은 추악하고 악랄한 대재벌이 이루고자 했던 추접한 그만의 제국이 아름다운 미술품으로 포장되어 가식적이고 우아한 이미지로 남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아주 조목조목 낱낱히 까고 있습니다.
구글에서 '게티가의 비극'이라고 검색해 보시면 게티가가 어떻게 몰락했고 게티 재단이 어떤 추문에 연루되었는지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한가지 더 재미있는 건, 폴 게티와 비슷한 행보가 우리나라에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 ㅎㅎㅎ
영화 자체는 조금 지루할 수 있지만, 실제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보면 매우 흥미로운 영화라서 추천드려 봅니다.
근데 극장상영종료됐습니다.
그냥 다운이나 IPTV로 생각나면 보세요
3. 플로리다 프로젝트
이 작품으로 윌렘 데포가 남우 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사실 이 아저씨의 역할은 좀 평범해요.
역할이 평범하니 연기도 평이하게...
이 작품의 진주는 주인공 '무니'역을 맡은 6살 아역배우입니다.
이 아가씨는 영화 내내 연기를 하는 건지 노는 건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찰떡 연기를 해요.
대배우 윌렘 데포를 찜쪄먹습니다.
연기 천재 소리를 듣는 이유가 있더군요.
영화는 최하층 생활을 하는 징하게 말안듣는 개구장이 6살 꼬마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내내 즐겁고 왁자지껄하고 디즈니랜드 옆동네이니만큼 화사합니다. 플로리다 날씨만큼이나...
그러나, 이 영화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무니와 친구가 두손 꼭 잡고 디즈니랜드 인파속으로 사라지는 마지막 장면은 올해 본 어떤 영화보다 가장 뇌리에 강하게 남는 명장면입니다.
꼭 보세요. 강추합니다.
상영관이 많지 않고 상영시간이 애매하지만 현재 볼 수 있습니다.
4. 덩케르크, 다키스트 아워
이 두작품은 작품상 후보에 오르고, 각각 본상도 받은 작품입니다.
공교롭게도 2차대전 당시에 일어났던 같은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게리 올드만 옹께서 고대하던 오스카 남우 주연상을 품에 안은 다키스트 아워는 진작에 끝나버려서 이렇게 열심히 찾아다닌 저도 못봤는데 벌써 내려버렸더군요.
게리 올드만 옹을 처칠 수상으로 감쪽같이 바꿔 놓아서 처음엔 이 영화에 누가 게리 올드만이여 하고 찾아봤다는... ㅠㅠ
덕분에 분장팀도 오스카 가져가셨네요.
'덩케르크'도 이미 국내에서는 일찌감치 잠깐 개봉했다 내렸지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우째 이런 영화를 찍었을까 하면서 봤지만, 제게는 보는 내내 고구마 100개 먹은 듯한 갑갑함만 주었던 영화였습니다. 분명 감동스러우라고 만든 영화가 맞는데 감동은 커녕 갑갑함에 저녁먹은 것까지 체했던 씁쓸한 기억이 있던 영화.. ㅠㅠ
이 두 영화는 다 다운 받아 보세요.
일케 우리나라에서 영화보기가 힘듭니다.
저희집 앞에 멀티플렉스가 4개나 있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