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컨테이너의 크기는 20m² 남짓. 방 한 칸과 화장실로 이뤄졌다. 방바닥에는 난방용 전기선이 깔려 있다. 안 전 지사는 이곳에 칩거하는 동안 컨테이너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았다. 가끔 이불을 털거나 인근 개울가에서 쓰레기를 줍는 장면이 목격됐다. 안 전 지사는 밤에 술을 마셔야 잠을 청할 수 있을 만큼 괴로워한다고 한다. 그나마도 새벽에 혼자 깨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 줄곧 컨테이너 숙소에 칩거
이날 안 전 지사는 감색 정장에 흰 셔츠를 입고 있었다. 넥타이는 매지 않았다. 머리는 물기가 마르지 않은 채 헝클어져 있었다. 이곳에서 서울서부지검까지는 차량으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오전 10시까지 도착하기 위해 서둘러 나온 모습이었다. 안 전 지사는 기자에게 “어찌 됐든 고소인들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도 미안하고 아내와 가족에게 제일 미안하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서울서부지검으로 향하는 K5 승용차에 올라타며 기자에게 “제가 있는 동안 저희 가족이 머물 수 있도록 경계를 지켜주신 점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가족을 상대로 취재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이었다.
안 전 지사의 부인과 아들 역시 줄곧 이곳에 와 있었다. 가족은 컨테이너 옆에 있는 A 씨 집에 따로 머물렀다. 안 전 지사는 구속 가능성에 대비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속죄의 시간을 가지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식사 때마다 안 전 지사는 부인과 함께했다. 부인이 원망 섞인 말을 내놓을 때마다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듣기만 했다고 한다. A 씨는 “(안 전 지사가) 소박한 식단으로 하루 한두 끼 정도 먹었다. 매 끼니 밥을 반 공기도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은신처에서 서울을 오가는 두 아들과 마주칠 때마다 A 씨에게 “심장이 터질 것처럼 ‘퍽’ 하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A 씨는 “(안 전 지사가) 아들이 밖으로 나갈 때마다 영영 이별하는 것처럼 한도 끝도 없이 배웅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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