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미자씨를 생각하며

그녀는 예쁨 조회수 : 1,546
작성일 : 2018-03-18 17:02:15

.

요며칠 날씨가 포근포근하네요..

창을 활짝 열어도 몸이 시리지 않으니 간만에 시원스레 청소를 해봅니다.

제가 애정하는 미자씨의 방법으로. (창을 열어젖히고 청소하다 보니 미세먼지 체크를 안했네요)

미자씨는 10년전부터 8년간 일주일에 한 번 저희집 일을 도와주시던 도우미아주머니십니다.

식당일과 도우미일로 자녀 세분을 대학교육까지 시켜낸 억척 어머니지요.

특별한 병명은 없으나 늘 몸이 아팠었고, 중증정도의 결벽증을 지니고 있던 저는 가족들에게

날마다 짜증을 풀어놓으며 행복하지 못한 일상을 지냈었죠.

그러다 도움을 받아보자는 결정을 내리고 미자씨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미자씨는 참 유쾌한 사람입니다. 저희집 베란다에 있는 머루나무와 제가 키우는 강아지를

몹시 사랑해주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지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미자씨는 도우미일에 있어서는 거의 전문가였습니다.

청소하는 방법이 다른 분들하고 약간 달랐었는데, 덕분에 인터넷기사가 고장수리를 하느라 소파를 잡아당겨도 그 뒷부분이 늘 깨끗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미자씨에게 배운 방법으로 청소를 해봅니다.

우선 걸레를 여러개 물에 적셔 짜서 준비하고 창틀,책장 위, 선반, 책상위를 닦으며 먼지를 거둬냅니다. 작은 협탁이나 소파는 잡아당겨 그 뒤쪽도 걸레로 먼지를 제거합니다. 구석쪽의 바닥도 닦아줍니다. 의자와 의자사이의 공간이나 식탁밑 같은 곳도 손걸레질로 닦아줍니다. 의자다리밑에 붙어 있는 먼지뭉치도 떼어냅니다. 걸레받이 몰딩이 되어있다면 그 위쪽에 앉아 있는 먼지도 닦아냅니다. 방문 뒤쪽이나 장롱문짝도 닦아줍니다. 그러니까 청소기나 스팀청소기(저는 아직 이걸 쓰고 있습니다)로 공략하기 힘든 공간들을 다 미리 손걸레질을 하는 거죠. 먼지는 방가운데로

모아주면서요. 방하나를 그렇게 청소하고 청소기를 돌립니다. (결국 청소기는 구석구석까지 공략할 필요는 없습니다.) 순차적으로 거실까지 돌아가며 그렇게 청소를 한 후 스팀청소기로 마무리합니다. (스팀청소기도 구석구석가지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손으로 이미 다 했으니까요)

이렇게 청소를 하면 집 구석구석 어딘가에 뭉쳐져 있는 먼지가 사라지더군요. 미자씨는 매주 해줬지만, 저는 이제 한달에 한번정도만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창밖에 벚꽃이 피면 커피 한 잔 같이하기도 하고, 미자씨 따님의 결혼식도 가고, 첫손주도 같이 맞았습니다. 저희 아들놈 둘 대학보내는 것도, 군대입대와 제대도 함께 지켜봤습니다.

지금도 가끔 전화통화도 하고 더더 가끔 한번씩 만나서 밥을 먹기도 합니다.

미자씨에게도 제가 문득 문득 보고싶은 사람이랍니다.

요즘도 전화하면 우리 머루나무와 강아지 안부를 챙겨 물어주시는 미자씨.

미자씨도 나이가 많아져서 몸이 예전같지 않은데, 일을 좀 줄이시라고 해도 놀면 뭐하냐고 고집을 부립니다. 그래도 한창때 세탕을 뛰던 분이 이제는 하루 한 집만 하신다고 하네요.

 

친구는 참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지기도 합니다.

몇 년전에는 미자씨가 무릎이 좋지 않아서 일을 쉬는 짬이 있길래 함께 제주여행도 다녀왔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미자씨랑 유채꽃을 보고 정말 즐거웠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와주실 뿐이지만 내가 다 해줄테니 그냥 쉬라고 말해주던 미자씨가 저는 정말 고마웠답니다.

 

미자씨는 참 예쁜 제 친구랍니다.

여러분도 우리 미자씨의 방법으로 봄맞이 해보세요^^


IP : 125.187.xxx.37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두 분 다 존경스럽네요
    '18.3.18 6:32 PM (43.230.xxx.233)

    청소 방법도 배우고 사람이 먼저임을 배웠습니다. 미자씨도 원글님도 행복하시길.

  • 2. ....
    '18.3.18 6:40 PM (219.241.xxx.158)

    참 좋은 인연이군요.

  • 3. 어머나
    '18.3.18 6:54 PM (211.41.xxx.16)

    글에서 향기가 나요
    꽃보다 더 향기로운 사람냄새ㅎ

  • 4. snowmelt
    '18.3.18 6:56 PM (125.181.xxx.34)

    두 분의 우정.. 오래도록 쌓아가시길 바랍니다.

  • 5. ~~~
    '18.3.18 7:18 PM (211.186.xxx.141)

    글이 너무 좋아요~~~~~
    미자씨랑 원글님 인연이 참 예쁘고 부러워요!!!

  • 6. ...
    '18.3.18 7:41 PM (183.97.xxx.44)

    오랜만에 햇살같이 따스한 인간적인 냄세가 나는 글 읽어봅니다~^^
    좋은인연이라는게 이런거같아요^^

  • 7.
    '18.3.18 7:49 PM (123.109.xxx.225) - 삭제된댓글

    좋아요????

  • 8. 향기
    '18.3.18 8:19 PM (124.53.xxx.131)

    사람에게서 향기가 난다는 말,
    이럴때 하는 말이겠지요.
    님도 미자씨도 향기녀,

    눈부신 봄꽃처럼 이쁜 인연,
    오래오래 함께 하기 바랍니다.

  • 9. 너무
    '18.3.21 9:47 AM (180.65.xxx.11)

    좋네요 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36816 커피숍인데 피아노 뚱땅거려요. 4 ..... 2018/07/27 1,563
836815 월 500정도 버시는 여자분들 31 .. 2018/07/27 24,264
836814 중년 여성분들은 목에 스카프를 많이 감고 다니네요 20 소유 2018/07/27 8,096
836813 노회찬의원님... 7 ... 2018/07/27 1,177
836812 영화 인랑은 저만 재밌게 봤나보네요 ;;; 10 마mi 2018/07/27 2,205
836811 단호박.. 어떻게 자르시나요? 5 2018/07/27 1,284
836810 저희애가 애교도 없고 곰살맞은게 전혀없는데 15 ........ 2018/07/27 3,145
836809 침실(안방) 암막커튼 무슨색으로 하셨어요? 5 ㅇㅇ 2018/07/27 1,320
836808 침대에 깔 시원한매트 뭐사야하나요 5 바닐라향기 2018/07/27 1,275
836807 나스 컨실러 색상 좀 알려주세요~ 3 ... 2018/07/27 3,218
836806 영화 '어느 가족' 7 어제 2018/07/27 1,519
836805 이력서에 과수석 2번해서 성적우수상 받은거 써도 되나요? 10 ........ 2018/07/27 6,654
836804 너무 뜸들이면 밥이 타고, 솥이 녹아내리고, 뒤늦게 밥을 퍼 봐.. 2 꺾은붓 2018/07/27 731
836803 비염 치료기 웰라이노 ~ 비염 2018/07/27 1,064
836802 여의도 삼두아파트 아시는 분? 12 가끔은 하늘.. 2018/07/27 3,185
836801 초보 4개월차 고속도로 어떨까요? 28 초보 고속도.. 2018/07/27 3,724
836800 케잌을 샀는데 버스가 늦어 택시 탔어요 4 .. 2018/07/27 2,575
836799 서울메트로가 벌인 보물찾기, 감동이네요 5 ㅇㅇ 2018/07/27 1,609
836798 서울 은평구 애견미용샵 추천부탁해요 4 ㅇㅇ 2018/07/27 673
836797 버튼잠금 설정이 되었어요ㅜㅜ 2 쿠쿠밥솥 2018/07/27 2,929
836796 생활스포츠지도자 1 질문 2018/07/27 695
836795 한 여름에 판자촌 주민들위한 쉼터같은거 만들면 어떨까요? 7 .... 2018/07/27 1,265
836794 그런지맨? 팟캐 추천해봅니다. 2 사월의눈동자.. 2018/07/27 574
836793 경찰, 분당보건소 추가 압수수색..이재명 의혹 수사 6 샬랄라 2018/07/27 1,225
836792 생선...산요생선구이기 vs 에어프라이어? 2 베베 2018/07/27 2,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