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여기에 남편이 서재방을 원하는 바람에 저희집 라이프스타일에 안 맞게 너무 큰 집으로 이사가게 되었다고 했던 사람이에요. 기억하시는 분은..안 계시겠지만.
여튼. 인테리어를 동네에서 꽤나 많이 한단 곳 가서 견적 내어보니. 일단 시작을 7000정도에서 하고. 이거 할거에요 말거에요.이거 하면 얼마 추가. 저거 안 하면 얼마 줄어들고. 이런식으로 막 내더라고요. 한샘 것도 ik 같은 거 로 주방 넣는 것도 맘에 안 드는데 상담하는 것도 맘에 안 들어서 안 한다 했어요. 마침 몇달 후 동네 맘카페에 거기서 하고 피해 보신 분의 글이 올라왔고 댓글에도 비슷한 피해 사례가 있고.
카 ㅁ 이란 약간 유명한 인테리어 업체도 비슷한 가격대부터 시작한다고 이야기를 했던거 같고.
제 예산은 턱없이 부족했고.
온돌마루 깔려있는걸 어떻게든 재활용해서 써 볼까 하는 마음이 컸던 터라..
인테리어 업체에 가서 이런 저런 잔소리 들어가며 (이건 해야지, 이건 저렇게는 해야 집이 산다는 둥 하는 그런 쓸데없는 잔소리들이요) 인테리어를 준비하느니 내가 혼자 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철거.
철거 사장님은 다른 후기들 보면 참 잘 해 주셨던데. 제집은 개인적으론 완전 꽝이었어요.
마루바닥아래에 층간소음 방지용 스펀지가 깔려 있어서 힘들었다고 계속 저에게 어필 하셨는데 그거 제가 깐 거 아니고. 그것 때문에 평당 2.3만원짜리 철거를 3.3만원씩에 했어요. 돈 더 드렸으면 전 더이상 말씀은 안 하시길 바랐지만 계속 그 핑계를 대셨고, 조명 철거 끝까지 다 안 하고 가셨고, 걸레받이도 군데군데 다 철거 안 하고 가셨고, 드레스룸 마루는 그대로 뒀어야 했는데 그거 선 짜르는 범위도 제대로 안 하셔서 마루 사장님이 아쉬워 하셨고, 전동 빨레 건조기 철거 안 하시고 등등등. 아 진짜 짜증 나더라고요. 그럼에도 5만원 식사하시라고 따로 더 드리고 좋게 보냈지만. 다신 만나고 싶지 않은...
전기는 아주 잘 하는 분은 아니었지만 성실은 하셨어요. 인덕션은 3구를 부스터 써도 안 떨어질 만큼 짱짱한 전용선 깔아주셨고 (기본 집으로 들어오는 전기 용량이 커요) 조명 스위치 분리 같은 거 잘 해 주긴 하셨는데. 꼼꼼하진 못 하셔서 회색 벽지엔 실버 콘센트와 스위치를 준비했는데 살짝 여기저기 섞어 설치...이건 제가 나중에라도 어찌 바꾸면 되니.
주방은 우레탄도장이었고. 이걸 위해서 개별 인테리어를 했다고 해도 될만큼 제 역작이었고요. 매우 만족하게 나왔습니다. 요즘 유행대로 서랍을 한쪽벽에 쫙 깔고 서랍에 그릇 접시 넣어 쓰고 있어요. 매우 만족.
마루 구정마루 했어요. 구정은 제 맘에 드는 강마루색이 없었는데 딱하나 프리미엄라인에 있길래;.; 그걸로 했는데 그리 비싸진 않았고요. 동화 나투스진으로 안 한 아쉬움은 약간 있지만. 워낙 마루 설치반장님이 도배 걸레받이 실리콘 마감을 예술로 해 주셔서 맘에 드네요;.
욕실은 귀찮아서 을지로나 논현같은 곳에서 타일 고르는 거 말고 창고형으로 타일 도기 다 있는 곳에서 골랐는데. 타일러들이 살짝 기술이 떨어지고. 마무리가 좋지는 않습니다. 군데군데 실리콘 쏜 자국 맘에 안 드는 부분들 있는데. 타일 자체는 맘에 들고 꽤 비싼수입타일과 국산 타일 적절히 골라서 잘 된거 같아요.
원피스형 변기가 설치가 어렵고 암모니아 냄새 나기 쉽다는데. 아주 살짝 가끔 냄새가 나긴 합니다. 재설치를 요구할지. 룸스프레이로 마스킹이 되는 듯 하니 그냥 갈지 지금 고민 중이고요.
집에 군데군데 대리석 바닥이 있는데 (애초 인테리어) 철거를 안 했고 그부분만 대리석 연마해주는 업체 부탁해서 연마 했어요. 반짝반짝 맘에 들고요. 여기에 대리석 실링하는 것과 클린저 사서 가끔 바르고 관리 하려고요.
도배는 그 유명한 대동벽지에서 했습니다. 호불호 갈리고 엉망인 팀장이 있다는 등 여러 소리 있었는데 모험 했고요. 지역맘카페에 글 좀 쓰고 소문 좀 내는 사람이니 제발 좋은 사람 보내달라고 했는데. 마감 맘에 들게 작업해 주셨어요.
또 뭐 했더라. 아 페인트는 벤자민 무어에서 starter's kit를 사가며 야심차게 제가 해 보겠다 준비했지만. 그냥 사장님 모셔와서 했고요. 역시 내가 할 만한 일은 아니었구나. 현실인식 제대로했네요.
중문도 주문했네요. 양개형 나무 목문 (누군가가 여기서 네일샵같다고 하신 ㅋㅋㅋ)
이제. 인테리어 화분만 사면 돼요. 액자레일도 달았고. 그림도 주문했고. 화분. 화분이 필요합니다.
예쁜 화분 파는 곳 좀 알려주세요. 지금은 틸테이블 가 볼까 하는데 넘넘 귀찮네요. 거기까지 가기엔 저희집에서 아주 가깝진 않아서. 직장인이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이 후기도 쓰는 거거든요.
후기를 왜 쓰냐. 그냥 일기 같은 거고요.
인테리어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하시는 분들 많으실텐데. 적당히 구조 변경 많이 안 하고, 벽수전 같은 거 욕심 크게 내지 않고, 모든 전선을 미리 다 파 묻어 버리겠단 욕심 같은 거 없으면 크게 어렵지 않은거 같아요.
벽수전. 벽을 다 까대야 하고, 전선을 미리 다 파서 인터넷선 티비선 같은 거 안 보이게 하려면 바닥 콘크리트 다 까야 하고요. 에어컨 매립도 미리 선 다 하려면 콘크리트 다 까야 하는데. 전 솔직히 선 같은 거 좀 보이면 어떠나. 내가 그것만 쳐다 보며 그거 안 한 후회를 많이 하는 인간도 아니고. 전 적당히 제 맘에 드는 색과 맘에 드는 가구 조명 보며 사는게 더 중요한 사람이더라고요. 이전의 경험을 되세겨 보니. 그래서 그냥 적당히 했어요.
저 같은 사람이라면 별 스트레스 없이 인테리어 준비하실 수 있을거에요.
한번 해 보세요.
(까칠한 남편 다루기보다 일하러 와주시는 사장님들 다루기가 훨씬 쉽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