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위계에 의한 성폭력, no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

ha 조회수 : 1,561
작성일 : 2018-03-06 13:30:54

제가 한창 박사논문 쓸 때의 일입니다.


제 전공 영역에서 도움 받을 일이 있어서


제 지도교수님께서 어느 대학 교수님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셨는데요.


그 분을 평소에 책과 논문 등으로만 접했었는데 직접 만나게 되어 신기했어요.


여러 명 있는 자리에서 1번, 개인적으로 2번 가량 만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2번째 만난 자리에서 일종의 성추행을 당하고 이상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제 전공 영역에서 몇 위 안에 손꼽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뭔가 말이나 행동을 잘못 했을 때 미칠 파급을 조심해 하고 있었고,


나름 어느 정도 이루신 성과에 대해 존경심도 갖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말을 흘리고 그 이상한 말의 뉘앙스를 정확히 인지하게 되었을 때는


일종의 공황 상태가 되더라고요.


저는 평소에 그렇게 약한 스타일은 아닙니다. 바바리맨이 쫓아올 때 뒤돌아 서서 욕한 적도 있었고


밤길에 뒤에서 어떤 남자가 끌어 안았을 때 엄청 큰 소리를 질러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적도 있었고..


이런 상황에는 분명하게 제 의사 표시를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 분이 저에게 '너의 입술이 어떻고'... '내 옆에 와서 앉아 봐라..' '우리 앞으로 따로 만나자'


등등의 말을 할 때는 첫째로, 몇 시간 동안은 "믿을 수가 없다"는 충격과 허탈감과 무력감,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저의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게 현실인가? 내가 들은 말이 맞나? 이게 사실인가?"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더라고요.


결국에 저는 지도 교수님께 사실을 말씀드리고 모든 연락을 차단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몇 번 연락이 왔지만 연락을 받지 않았고, 그 대학에서 강의를 하라고 했지만


그것 역시 최종 거절했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내가 일터에서 만난 사람이 아니어서 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김지은씨처럼 내 직장과 일터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일을 그만두어야 하고 그 분야에 아예 발을 들이밀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실을 인지하고 수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김지은씨만큼 용감하지 못합니다.


어떻게 보면 김지은씨보다 강한 것일지도 모르고요...


그 일을 폭로하지 않아도 지금 상황을 견딜 수 있을 정도라서....


멀리서나마 김지은 씨 응원합니다.



IP : 116.127.xxx.19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8.3.6 1:38 PM (211.201.xxx.136)

    그래서 교육이 중요한 것 같아요.

  • 2. ㅇㅇ
    '18.3.6 1:40 PM (125.132.xxx.174) - 삭제된댓글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고 공감합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 머릿속이 진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저도 김지은씨 응원합니다.

  • 3. snowmelt
    '18.3.6 1:45 PM (125.181.xxx.34)

    일종의 공황 상태가 되더라고요.
    ---------------------
    이런 상황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물리적인 강제로만 당하는 것이 아닌데..

  • 4. 공감합니다
    '18.3.6 1:46 PM (118.221.xxx.4)

    같은 직장이면 결코 쉬운일이 아니지요ㆍ
    김지은씨 엄청난 용기를 내셨내요

  • 5. 쓸개코
    '18.3.6 1:46 PM (175.194.xxx.211)

    원글님 글 읽다보니 오래전 직장생활 할때의 일이 떠오르는군요.
    맞아요. 그게 쉬운일이 아닙니다. 힘들어요.

  • 6. 저는
    '18.3.6 3:53 PM (223.62.xxx.131) - 삭제된댓글

    님 인생을 더 응원합니다...
    이게 상식적인 대응이라고 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92282 방문과외하는 사람입니다. 의견을 여쭈어요. 12 커피마시고싶.. 2018/03/22 3,080
792281 부동산을 알아보는데 숨이 턱 막히네요 11 2018/03/22 5,993
792280 안철수, 전현직 시의원 영입..“한국당, 곰팡내나는 구태” 8 유머야유머 2018/03/22 1,442
792279 철들고 있는 우리 딸 5 바밤바 2018/03/22 2,185
792278 뉴욕 타임즈 대단하네요 13 ㅇㅇ 2018/03/22 6,031
792277 김현미 국토부 장관 에버랜드 공시지가 급격인상 즉시감사 지시 5 기레기아웃 2018/03/22 1,392
792276 파마한후 염색 문의합니다. 2 ... 2018/03/22 1,286
792275 매운 음식만 먹으면 설사를 하는데요 3 .. 2018/03/22 2,868
792274 빠르게 걷기할 때도 스포츠 브라 필요할까요? 6 ㄴㄴㄴ 2018/03/22 1,925
792273 50대 중반이라면 얼마쯤모아야 은퇴하실건가요? 5 은퇴자금 2018/03/22 4,133
792272 필리핀으로 단기어학연수다녀오신분 8 필리핀연수 2018/03/22 1,398
792271 3월 고1 모의평가 점수 어디서 확인하나요? 6 2018/03/22 993
792270 조성진급 재능은 어떻게 다른가요 7 ㅇㅇ 2018/03/22 2,965
792269 생리컵:제 부주의 경험담 2 이편한세상 2018/03/22 2,553
792268 조국 수석 브리핑 끝나고 박수칠뻔~~ 22 시원하네요 2018/03/22 6,180
792267 사우나 방법 좀 알려주세요~~ 5 잘될꺼야! 2018/03/22 1,146
792266 중문과 대학원 준비중인데 영어가 많이 약한데요... 3 ,,, 2018/03/22 642
792265 오늘 정부 발표 개헌안 요지. 23 개헌안 2018/03/22 3,741
792264 한달째 1 시어머니 모.. 2018/03/22 550
792263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하시거나 운동하거나 일과 시작하시는 분들 계.. 7 .. 2018/03/22 2,273
792262 언제쯤 정상으로 오나요? 1 대상포진심하.. 2018/03/22 415
792261 자살유가족인데요 63 .... 2018/03/22 32,065
792260 이석증 자가치료 방법은 없나요? 8 ㅈㄱ 2018/03/22 9,394
792259 실비청구 너무 간단한데 10 현현 2018/03/22 3,873
792258 전세집 소모품 교체 비용은 전부 세입자 부담인가요? 6 요즘 2018/03/22 5,0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