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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직 결혼안한 동창이 부러워요.

3월 새학기 조회수 : 5,968
작성일 : 2018-02-26 10:37:57

 

창밖의 날씨를 예상못하고 나선 2월이 끝나가던 수요일 11시는

어쩜 그렇게 햇빛이 무지갯빛으로 산란되어 흩뿌려지는지 따스한 바람이 가득찬 하늘과

길가도 봄의 열기로 부풀어올라서 제 겨울옷이 난감할정도였어요.

 

마로니에의 노랫말가사중의 향기로운 칵테일같은 그런 날씨.

 

그렇게 봄이오려는 길을 건너 어제 오픈했다는 미용실에 들어갔더니.

중학교 동창이 운영하는 곳이었어요.

44세가 되도록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대학졸업후 미용사로 십년넘게 일해왔다고 하는데

그 십년전에 머물던 그곳의 지명을 듣는순간 그 부근에 있던 친구네 자취방에 너무 자주갔던

그 20대초반의 내가 잠시 떠오르는거에요.

 

그 친구네 집을 가려면, 반드시 푸른색 차양이 드리워진 화장품가게앞에서 내려 작고 앙증맞은 종이 달린

유리문에 부딪치지않게 조심하면서 크고작은 집들로 에워싸인 담벼락으로 시작하는 골목길을 한참 올라가야 했어요.

미젤이라고 쓰인 그 화장품가게, 말간한 유리창너머로 화사하게 빛나는 립스틱들,

그리고 피어리스나 한불화장품 모델들이 붙여진 푸른 차양밑의 그 가게.

 

한창 가난하고 가진것 없던 그 시절의 내가 어쩌면 처음 접해본 유리창 너머 화사한 색조가 모인 곳.

 

그 골목한켠에서 불을 밝히고 열심히 살아왔을 그 동갑내기 친구는 여전히 미혼.

그 세월동안에 저는 두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오늘 저녁메뉴를 무엇으로 할지를 메인테마로 떠올리는데

그 친구는 여전히 소녀같아요.

그리고 맘만 먹으면 전국 어디든 떠날수있는 그 자유,

저녁마다 맛있는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려주는 엄마와 함께 살고있는 그 아이.

친구들중 자신이 제일먼저 시집갈줄 알았다고 웃는 그 아이.

그렇게 세월이 흘렀는데도 우린 금방 서로를 알아보았어요. 게다가 그아이는 너무도 순수하게 보이는거에요.

 

머리를 손질하고 나서 점심먹고 가라는 그 친구말에

좀 앉아있는데 얼마안있어 6살된 둘째가 엄마를 찾는 전화가 오네요.

 

그 친구에게 결혼할거냐는 말은 묻지 않았어요.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말도 묻지않았어요.

 

혼자 있어서 너무 프리해보이고 너무 자유로워 보이니까요.

게다가 자신의 일도 너무 소중하게 보이거든요.

아, 저도 결혼을 안했으면 더 편안했을텐데.

 

저도 아이들이 다 크면 그렇게 프리해질수 있을까요?

 

 

IP : 121.184.xxx.174
2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세상사
    '18.2.26 10:40 AM (223.62.xxx.173)

    는 뭐든 대가가 있어요
    그 친구의 자유와 님의 아이들 다 자기 인생 사는 거죠
    예전에 여행 갔을 때 만난 할머니가 그러더군요
    말년엔 옆에 있는 친구만 남더라구요 그마저도 갈때는 혼자 가죠 그건 똑같죠

  • 2. optistella
    '18.2.26 10:43 AM (218.155.xxx.210)

    친구의 행복한 프리함을 질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님의 글이 너무 좋아요.
    미용실이 연상되구요 따뜻한 햇살도 그려지도.

    법정스님은 사람은 홀로 있을때 가장 행복한 동물이라 했고 부처님도
    왕자였지만 자신의 아들(라훌라)를 두고 서민들과 함께 했죠..
    사실 인생은 기본적으로 고해이나,
    요즘은 싱글들이 부러운건 사실입니다.
    요즘 제 또래에게 결혼이란 집 반반, 맞벌이와 양육까지 추가되 여자에게는
    더욱 힘든 고생길이 열리는 문에 불과하니까요.

    그래도 생명은 축복이잖아요.그 분은 님을 부러워할 수도 잇어요.
    한주도 행복하세요.

  • 3. .........
    '18.2.26 10:47 AM (216.40.xxx.221)

    자유롭게 되죠 문제는 애들 다크면 병들고 늙고.

  • 4. .........
    '18.2.26 10:48 AM (216.40.xxx.221)

    딸이면 손주 황혼육아 시달려야하고. 안해주면 딸이 독박쓰니까요.

  • 5. 원글
    '18.2.26 10:50 AM (121.184.xxx.174)

    저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지금도 음식만들기가 너무 힘들어요.
    가족들을 위해 만들어본 한식들은 만들어 접시에 놓기까지 어쩌면 그리 손이 많이 가는지
    다듬고 씻고 데치고,,
    그래서 전 지금도 게시판에 이런 음식 레시피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글은 클릭하기가 너무 겁이 나요ㅠㅠ.^^

    지금까지 내 손으로 차려줘야 했던 밥을 좀 편히 한번 얻어먹어볼까 하고 앉아있던 그와중에도 전화오는 6살
    아이,그순간은....ㅠㅠ.현실을 깨닫는 순간이지요. 밥도 못먹고 열심히 집으로 달려가면서 순간 아, 아이가 열이 나서 아플때 나는 겹겹으로 옷을 꿰입히고 어린 애기를 안고 얼마나 길을 달리고 택시를 탔나 하는 생각도 들고,, 얼른 아이가 커서 저도 그 친구처럼 자유롭게 지내고 싶어요.
    책을 많이 하루종일 읽기도 하면서.

  • 6. ㅎㅎ
    '18.2.26 10:56 AM (122.36.xxx.122)

    우리네씨 사촌같아요 ㅎㅎㅎ

  • 7. 이휴
    '18.2.26 10:56 AM (211.219.xxx.111) - 삭제된댓글

    미용사 얼마나 힘든데 프리한 삶이라니....
    남은 다 좋아보이고
    내꺼는 그냥 그렇고 그런마음인겁니다

    친구분도 너무 잘되서 다행이지만 친구분은 프리하고 좋을꺼다 이건 그냥 남의떡이 커보이는거죠

  • 8. 원글
    '18.2.26 10:58 AM (121.184.xxx.174)

    우리네씨 사촌^^

  • 9. ㅁㅁㅁ
    '18.2.26 11:07 AM (223.38.xxx.124)

    성향이 혼자 있는게 좋으면 결혼안하는게 좋으실뻔했는데, 그 나이 되면 사실 평생 혼자 살아야 되죠. 나중에는 외로움에 몸부리님칠듯. 그래도 혼자 사는게 맞다면 부러운게 맞죠

  • 10. ㅜㅜ
    '18.2.26 11:11 AM (61.72.xxx.238)

    있잖아요 평화로워 보이는 들판에서
    농사일 하는 농부 보고 아름답다고 하는 것 같아요
    타인의 인생을 함부로 재단해서 자기연민의 재료로 삼진 마세요

  • 11. 글쎼
    '18.2.26 11:13 AM (220.123.xxx.111)

    님 가고 나서 그 친구분은 님을 부럽다 생각하지 않을까요??

    남편도 있고 예쁜 아이도 둘이나 있고, 이렇게낮시간에 머리하러 다닌다고..

    전 예전에 아이유치원 차 태워주고 출근하느라 항상 종종거리느라
    유치원차태워주고 편안히 들어가 쉬거나 차마시러 가는 엄마들 부러웠는데.

    그 엄마들은 아침에 예쁘게 차려입고 화장하고 출근하는 제가 참 부러웠다고 하더라구요~~
    서로 잠깐 보여주는 모습이 다는 아니니까요.. ㅎ

  • 12. 애는 거져 크나요?
    '18.2.26 11:35 AM (61.82.xxx.218)

    원글님이 힘든만큼 아이는 뽀송뽀송 예쁘게 크는겁니다.
    24시간 누군가 돌봐줘야하는 자식을 낳아 놓고 편하고 여유 부릴 여유가 있나요?
    어린아이 두고 미용실 다녀오셨음 성공한거네요.
    자식이 천년만년 부모 찾지 않아요. 애들 어릴때 곁에서 많이 보살펴 주세요.
    애들 다~ 커서 원글님 프리해지면 그땐 늙은겁니다.
    지금이 행복한거예요~~

  • 13. 그거야 뭐^^
    '18.2.26 11:38 AM (58.140.xxx.190)

    그래서 옛날부터 내려오는 유명한 명언이 있잖아요^^
    원래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이라고....

    근데..님 글 쓰는걸 직업으로 삼는 분이세요?
    요소 요소에 글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표현들이 보여서^^

    "햇빛이 무지갯빛으로 산란되어 흩뿌려지는지 "
    "맑은 유리창너머로 화사하게 빛나는 립스틱들"
    "한창 가난하고 가진것 없던 그 시절의 내가 어쩌면 처음 접해본 유리창 너머 화사한 색조가 모인 곳. "

  • 14. ㅁㅁㅁ
    '18.2.26 11:48 AM (223.38.xxx.124)

    근데 겉으로 보이면 좋아보이지만 여자 인생에서 자기 아기도 못 가져보고 어떻게 보면 딱한거 같은데

  • 15. 원글
    '18.2.26 11:52 AM (121.184.xxx.215)

    글쓰는 사람은 아니고요~제생각이 그렇게 응축되어있다가 나오는가봐요 햇빛도 그 화장품가게도 그이십대초반 대학대신 여상 다니던 때 여름방학끝나고 바로 취업시작하다가 졸업과함께 회사를 퇴사하고 백수처럼 살았거든요 잠깐이지만요;;;

  • 16. ....
    '18.2.26 11:53 AM (1.237.xxx.189)

    님이 음식 만들면서 느낀 고충이 있듯이 친구도 머리 만지면서 느낄 고충이 있겠죠
    결혼할땐 결혼하면 뭐라도 낫고 좋은게 있을꺼 같으니 결혼하고선 이제 남이 가진것도 부럽다하는건 양손에 떡을 다 쥐고 싶은거죠

  • 17. ..
    '18.2.26 12:12 PM (218.148.xxx.164)

    삶이란게 멀리서 바라보면 모든게 안온한 햇살에 둘러쌓여 평화롭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누구나 치열한 삶의 무게가 있는거죠.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얼마나 절대 자유를 만끽할 것이며, 젊은 엄마도 밥차리기 싫어 볼멘 목소리를 내는 일을 노구를 이끌고 하는 늙은 엄마의 힘듦에서 나오는 잔소리는 아마도 따뜻한 밥의 반찬이겠죠. 물론 타인의 삶을 폄하할 이유는 없겠지만 터무니없는 유아적 환상으로 자신의 삶을 결핍과 불만으로 몰아가는걸 경계하라는 의미로 드리는 말씀이에요.

  • 18. .....
    '18.2.26 12:14 PM (39.7.xxx.88)

    있잖아요 평화로워 보이는 들판에서
    농사일 하는 농부 보고 아름답다고 하는 것 같아요
    타인의 인생을 함부로 재단해서 자기연민의 재료로 삼진 마세요 22222

  • 19. 이야~
    '18.2.26 12:41 PM (220.123.xxx.111)

    위의 두분 촌펄살인에 주옥같은 표현 좋네요~

  • 20. 이야~
    '18.2.26 12:42 PM (220.123.xxx.111)

    촌철살인 ㅎ

  • 21. 그냥
    '18.2.26 1:46 PM (112.164.xxx.213) - 삭제된댓글

    너무 가까이 하지 마세요

  • 22. 저 아는분
    '18.2.26 1:49 PM (210.96.xxx.103)

    미용 약 너무 독해서 폐암으로 쉬고 계세요..
    몸이 무척 힘든 일이랍니다~

  • 23. ...
    '18.2.26 2:50 PM (59.9.xxx.145)

    삶의 단면만 바라보는 느낌...
    저는 40대 중반 독신딸에게 아직도
    밥차려 주시는 노모의 힘듦이 더 느껴지네요;;;;

  • 24.
    '18.2.26 3:36 PM (69.94.xxx.144)

    원글도 참 좋고 댓글들도 좋은 내용 많네요...

    제가 공부를 다 못마치고 (박사를 못하고) 엄마한테 등떠밀려 결혼을 했어요. 결혼하자마자 아이들 둘 낳고... 20대 동기들 속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니, 그렇게나 이쁘던 아이들이 제 인생의 방해꾼처럼 느껴지고 제 인생이 아깝고 한스럽고 그저 다 버리고 훌훌 떠나고만 싶더라구요. 그런데 제 친구중에 지금도 승승장구하는 모 방송 프로그램 연출을 하는 아이가 있어요. 결혼, 아직도 하고싶어하는데 못했어요. 그친구는 사회적으로 자리잡고난 후에 결혼하려고 보니 나이가 너무 많아져 괜찮은 사람 자체가 없다며... 저를 넘 부러워하더군요. 또 어느날은 같이 공부하는 20대 친구가 저에게 “언닌 다 가졌다. 나도 언니가 가진걸 갖고싶다” 하더라구요. 난 이제 공부 마쳐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아줌만데... 내가 그들의 자유와 젊음을 부러워하듯이 그들은 내가 속한 가정과 인정감을 부러워하는구나, 그걸 깨닫고도 아이들이 다시 소중히 여겨지게 되기까진 다른 여러 일들을 더 겪어야했지만, 아무튼 지금은... 자유나 젊음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고 감사하네요... 원글님에게도 그런 계기가 생길거에요. ^_^ 그리고 글 정말 잘쓰시는것 같으니 그 마음과 생각들을 글로 쏟아내며 위로 받으시길... ^_^

  • 25.
    '18.2.26 3:38 PM (69.94.xxx.144)

    *인정감 -> 안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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