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고은,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
2018.02.20
최영미 시인에 의해 폭로된 고은의 추악성이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것도 잠시 이윤택의 천인공노할 짓에 또 한번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윤택의 개망나니 짓은 날이 새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성적 추행의 백화점 같습니다. 이문열이 고은을 빗대 “사로잡힌 악령”이라고 했다면 이윤택은 무어라 불러야 할 지 모를 정도로 그 악행은 입에 담기조차 힘듭니다. 그 추악성을 차마 이 글에 따로 표현하기 힘들어 이윤택의 성적 추행을 폭로한 극단 미인 대표 김수희, 뮤지컬/연극 배우 김지현, 연극 배우 김보리(가명), 극단 나비꿈 대표 이승비가 SNS에 올린 글, 방송과 인터뷰한 내용을 아래에 링크해 올리오니,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링크를 찾아들어가 보시되, 비위가 약하시거나 딸을 두신 분들은 가급적 skip 하시기 바랍니다.
http://news.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A201802190044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8022075107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18/02/19/2018021900105.html
http://www.asiatoday.co.kr/view.php?key=20180220000834292
여러분들이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그 동안 우리 가까이에서, 그것도 여성과 소수자의 인권을 부르짖고 민주, 진보를 입에 달고 살던 인간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었습니다.
고은, 이윤택에 그치면 좋겠지만 앞으로도 줄줄이 폭로될 인간들이 더 있다는 것에 참담해지고, 이들이 저런 추악한 짓을 해도 방조하고 묵인하고 은폐했던 집단과 세력들이 있었다는 것에 분노를 더 하며, 그 동안 보수 중도 진영에서 벌어진 사소한 성희롱 사건에서 조차 일일이 성명서를 내며 비난을 퍼붓던 여성단체들이 이번 사건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에 적개심마저 일어납니다.
<이윤택의 ‘씻금’, 고은의 수원 ‘평화비 추모시’>
저는 이윤택이나 고은의 추악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나 어렴풋이 그런 짓들을 자행했다는 것은 알았습니다만, 저렇게까지 인면수심의 개망나니짓을 한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극을 만들고 추모비를 썼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고는 그 이중성과 위선, 그리고 자신의 입지와 명성을 위해 어떤 소재든지 이용하는 교활함에 치를 떨었습니다.
이윤택은 2016년말, 자칭 진보진영 문화예술인들이 주최한 ‘블랙텐트’(탄핵 촛불집회 현장인 광화문 광장)에서 우리 사회의 약자들, 특히 여성들의 한을 풀어준다는 ‘씻금’이라는 극을 공연했습니다. ‘씻금’은 ‘씻김‘의 전라도 사투리로 이윤택이 올린 ’씻금‘은 씻김굿의 하나였습니다. 이 ’씻금‘의 내용은 일본군 위안부인 순례 할머니가 배고픔과 억압의 고통을 처절하게 안고 살아가다 그 한을 안고 바다에 뛰어 들어 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가수를 꿈꾸었지만 세상은 그 꿈을 품어주지 않았고, 그 꿈을 제대로 펼칠 기회조차 주지 않자 자살을 하는 두 망자도 나옵니다. 이들 외에 IMF로 죽은 자들이 나오고 마지막에는 세월호를 상징하는 하얀 배를 등장시키며 세월호 사망자의 원을 달래는 의식이 치러집니다.
이 작품이 이윤택에 의해 직접 쓰여지고 연출되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이 극을 보고 감동 받고 그 메시지를 가슴에 안고 갔던 사람들이 이윤택을 극찬하는 감상 후기들이 지금도 인터넷에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이윤택은 위안부 할머니 순례, 가수의 꿈을 꾸다 세상이 기회를 주지 않자 자살한 젊은이들의 한을 굿으로 풀어주는 극을 어떻게 제 정신으로 썼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자신은 새파란 젊은이들을 자신의 (문화)권력을 이용해 성추행, 성폭력을 일삼아 놓고 감히 위안부 할머니와 꿈을 이루지 못해 자살한 젊은이를 자신의 극의 주인공으로 올릴 생각을 했다니....
이윤택은 ‘씻금’을 소개하면서 “굿은 인간의 삶을 위한 양식”이라는 말을 합니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저는 구역질이 올라옵니다.
고은, 이 인간도 한 치의 양심이라곤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고은은 수원시 올림픽공원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리는 수원평화비에 추모시를 헌납했습니다. 그 추모비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꽃봉오리채
꽃봉오리채
짓밟혀 버린 모독의 목숨이던 그대여
저 빼앗긴 조국의 딸로
한밤중 통곡하던 그대여
여기 뒷날 오가는 거리의 가슴마다
되찾을 수 없는
단 한번의 삶, 길이 담겨 있어라
[출처] [현장취재]수원평화비(평화의 소녀상)가 세워진 올림픽공원, 소녀상의 의미와 고은 시인의 추모시
또 헛구역질이 납니다. 이제 토할 것 같아 화장실도 다녀왔습니다.
고은은 자기 자신이 꽃봉오리들을 짓밟아 단 한 번의 삶을 되찾을 수 없게 해 놓고 어떻게 저런 시구를 입으로 말하고 손으로 쓸 생각을 했을까요? 그것도 일본본영이나 일본군보다 더 악독한 짓을 하고서도 뻔뻔하게 위안부 할머니 추모비를 쓸 생각을 하다니 그 위선과 이중성, 그리고 야만성에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저 시가 고은 자신의 체험에서 나온 것 같아 섬찍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고은을 위해 광교산 자락에 수십억을 들여 아방궁을 지어주고 매년 1천만을 지원해 주며 각종 타이틀을 달아준 수원시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고은과 이윤택의 공범자들>
고은과 이윤택이 수십년간 저 짓을 했는데도 세간의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것은 그 주변에서 이들의 악행을 방조하고 묵인하며 은폐했던 사람들과 단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간접 정범이며 공범입니다. 자신들의 출세와 입지, 그리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위해 문화권력이 되고 정치권력의 뒷받침을 받는 고은과 이윤택 같은 인간들의 만행에 대해 눈감은 것입니다. 눈을 감은 정도가 아니라 폭로를 방해하고, 폭로를 시도한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었습니다. 이들은 고은, 이윤택의 추악성이 만천하에 폭로되었음에도 여전히 침묵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세간의 기억에서 잊혀지게 되거나 또 다른 사회적 이슈가 이 사건을 희석시킬 때까지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이들이야말로 고은과 이윤택 같은 인간들을 온존하게 만든 장본인이고 고은과 이윤택에게 피해를 본 여성들을 간접적으로 인권살인한 비열한 인간이고 집단(세력)입니다.
그 동안 여성의 성희롱이나 여성에 대한 폭력, 폭언, 비하 발언에까지 성명서를 발표하며 마치 한국 여성 인권의 보루인 양 나대던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소위 진보연하던 여성단체들은 고은 사태가 벌어진 지 십수일이 지나고 이윤택의 만행이 속속 밝혀지는 이 와중에도 단 한 장의 성명서를 내지 않습니다. 아래의 한국여성단체연합 홈피의 공지 및 성명/논평란을 보시기 바랍니다. 이 사건에 대해 단 한 장의 성명서도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http://women21.or.kr/statement
더 많은 ‘미투’를 촉구하고 당장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진상조사에 나서고 법적 처벌을 강구해도 시원찮을 판에 어찌 단 하나의 단체도 논평 하나 내놓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박근혜 후보의 찬조 연설자가 이윤택 같은 만행을 저지른 것이 밝혀졌다면 과연 이들이 가만 있었을까요? 광화문에서 횃불 들고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를 벌였을 것이라는 데에 비트코인 하나 걸겠습니다. (참고로 이윤택은 문재인의 50년 지기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TV 찬조 연설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윤택은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1호라고 합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서지현 검사에 의해 검찰의 ‘미투’가 있었을 때는 즉각 성명서를 발표했고, 작년 8월 김기덕 감독의 배우 폭행 사건이 있었을 때도 성명서를 내고 김기덕 감독의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이 때 참여한 단체들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한국여성민우회 등 소위 우리나라 진보측 여성단체가 주류들이었습니다.
특히 여성 인권, 그 중에서도 여성의 성문제에 가장 목소리를 크게 내오면서 위안부 할머니 문제에 대해 거의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정대협이 아직도 단 한마디 논평도 내놓지 않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논평을 내던 정대협이 자신들이 가장 먼저 나서야 할 문제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입니다.
고은과 이윤택 뿐아니라 이들의 악행을 방조, 묵인하고 은폐한 사람들과 단체들도 그 위선과 이중성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죠. 그리고 이들이 여성, 서민, 인권, 민주, 진보 등을 수단화 하고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하고 밥그릇 찾기에 이용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시사하는 바들>
이런 사건은 사실 고은이나 이윤택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고 80년대, 그리고 87년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 운동권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던 일입니다. 지금 고은, 이윤택은 폭로되었지만 자신의 악행이 폭로될까 전전긍긍하는 자들이 노동계, 영화계, 문학계, 기타 예술계, 교육계, 사회단체 등에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일들이 운동권에서 은폐되었던 이유는 민주화라는 대의를 위해 조직 내의 (사소한 ?) 일들을 외부에 알려지게 해 적들(집권 보수 기득권 세력들)에게 이롭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가 지배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대의는 무슨 개뼈다귀보다 못한 것이었지만 그 때는 강고한 적들의 압제를 뚫는 것이 당면과제라는 생각에 개인의 일로 조직을 위축시키는 것은 조직윤리에 위배된다는 자기 암시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용인이 축적되고 그것이 관습화되어 죄의식마저 희석되어 버리고, 민주집중제니 조직 보위, 핵심 보위하며 반민주적 습성들이 체질화되면서 자신들 내의 권력에 복종하는 기괴한 문화가 형성되었던 것입니다. 이걸 이제는 스스로 관행이라 부르고 보다 숭고한(추악한) 조직을 보위라는 목적에 복무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권력을 쥔 상층부는 주변의 충고도 아랑곳하지 않게 된 것이죠. 이문열이 말한 대로 이 악령들은 스스로 사로잡혀 악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이런 추악한 짓들은 노동계가 심했고, 노동계에서 먼저 단편적으로 흘러나왔지만 그 때마다 노동계에서 피해자를 반 협박하여 유야무야시켜 왔습니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검색하면 노동계의 고은, 이윤택 사건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자칭 진보진영(저는 전근대적 수구꼴통 집단이라고 부릅니다)의 추악성이 그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 이번 고은, 이윤택 사건입니다.
혹자는 이번 사건들이 불거지게 된 계기가 진보 정권(문재인)이 들어서면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강변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번 폭로되는 악행들은 대부분 10년 전의 일들입니다. 즉,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에 저질러졌던 것이 이번 미투에서 줄줄이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하에서 저질러진 일들이 거의 없거나 경미한 이유는 이들(고은, 이윤택 등)이 그 때는 운동권 내에서나 각 분야에서는 중심적 위치에서 권력을 쥐었는지 모르지만 당시의 정권으로부터 공식 직함을 부여 받지 못했고 또 정치권력의 지원을 받기보다 견제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함부로 악행을 저지르지 못했다고 저는 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 1호에 올랐다고 자칭하는 이윤택이 예전과 같이 그런 짓을 쉽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10년 전의 악행들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폭로되지 못한 것은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타도할 적으로 간주하던 운동권 내의 분위기에서 조직의 안위를 해칠 수 있는 조직 내의 성추문 폭로를 이적행위라 보는 시각이 여전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당하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언론들도 장악한 상황이 도래하자 이제는 예전과 같은 조직 보위나 이적행위 운운하는 논리가 설 자리를 잃게 된데다 미국의 진보진영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난 것도 영향이 컸다고 보지요. 즉, 문재인 정권이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들의 악행이 폭로되었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진보, 보수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인권의 보편적 문제로 우리 사회의 전근대성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입니다. 진보든 보수든, 정치든 문화든, 성 문제든 돈 문제든, 권력화가 되고 우상화가 이루어지는 장소나 집단, 사회에서는 언제든 이런 현상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악행의 주범도 철저하게 응징해야 하겠지만, 이를 방조, 묵인 은폐한 자들이나 세력들에게도 그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