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장 정리중 선반 하나가 남는걸 발견했다.씽크대 아래 공간도 정리하고 있었다.
선반을 이용해수납공간을 마련하려 했다. 선반을 놓아보니 자리가 어정쩡했다.
정수기 해체하고 남아있던 연결관을 자르면 높이가 맞을 듯했다.
어렵게 연결관을 돌려서 풀었다. 물이 좀 나왔다. 전에 정수기에 남아있던 물이려니 했다.
그런데 물이 위로 솟구쳤다. 정수기 직수 연결관을 열어버린거다.
다시 정수기 연결관을 막으려니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잠깐 사이 물줄기는 거침없이 쏱아졌다.
"살려 주세요" 나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이 나왔다. "관리실 관리실" 난 소리를 지르며 휴대폰을 들었다.
"수도가 터졌어요. 빨리 와 주세요. 00동 00호에요" 내 말이 잘 전달 안됐는지 수화기 너머로 "어디라고요?" 물었다.
난 덜덜 떨면서 겨우 동호수를 말했다.
관리실에서 한 분이 왔다. 수도 계랑기가 잠겼다. 그제서야 "옷 챙겨 입으세요" 란 말이 귀에 들어왔다.
속옷 차림이었다. 허겁지겁 옷을 입었다. 흥건한 바닥을 수건으로 닦았다. 수건을 짜면서 닦으니
속도가 느렸다. 플라스틱 도마가 보였다. 도마를 현관쪽으로 밀었다. 효과가 있었다. 물은 빠른 시간내에
정리됐다. 연락 받자마자 달려 오셨단다. 감사합니다.
물난리를 만나니 정신이 나갔다. 혼도 나갔다. 나는 거기에 없었다.
우왕좌왕하는 헛깨비만 있었다.
평소 침착하다는 내 생각은 헛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