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명절 지내고 혼자 올라왔어요.

혼자 조회수 : 5,562
작성일 : 2018-02-17 20:09:20
초등 아이 둘에 10년 훌쩍 넘은 헌댁이에요.
시댁은 경남이고, 친정은 서울이고요.
경남이라 자주 못 가는 만큼 명절연휴는 거의 시댁에서 다 보내고 맨 마지막날 새벽에 올라와서 친정 잠깐 들렀다가 집에 오는 일정으로 늘 그렇게 지냈어요. 
저희는 시부모님이 좋으셔서 '뭐 해라 하지 마라' 하는 말이 없으셔요. 늘 '너희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라.'라고 하시는데 이게 그냥 제스쳐가 아니고 진심이 담겨 있으세요.

시부모님 연로하셔서, 시누이들이 시댁(친정이랑 같은 동네)오면서 장을 봐다가 주셨고
어머님이 저 가기 전에 전을 다 부쳐 놓으셨어요. 묵이랑 두부 만들어 두시고요.
그럼 명절 당일에 상차리는 것만 제가 하는데..
그것도 밑준비는 어머님이 밖에서 다 해주세요. 재료 다듬 거나 씻는 거 같은 거요. 
나물 경우는 밖에서 다 삶아서 부엌으로 들여주시고요. 
생선이나 문어 같은 것도 싹 씻어서 조리 바로 전 단계로 준비해 주십니다.
그럼 저는 요리만 합니다. 뭐 간 보는 거 이런 거 아님 불이 다 해주는 거?! ㅎㅎ

명절 당일 오후가 되면 시누네 식구들 두 팀이 와서 하루 자고 가는데..
뭐 남자들은 앉아서 해주는 밥 먹고, 저 혼자 밥순이 하는 거..그게 좀 성가시긴 한데..
시어머니 좋으시고, 저한테 잘하셔서 그 정도는 서비스한다 하면서 그냥 합니다.
제가 워낙 요리해서 누구 먹이고 이런 거 좋아하는 데다
안 그러면 우리 애들은 고모나 고모부, 그밖에 친척 언니 오빠들 볼 일이 없어서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며..(약간 번명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 ㅋㅋ)
남편이랑 시누들이 설거지는 하고요.

그런데 올 명절에는 제 회사 일이 바빠서, 저만 먼저 올라왔네요.
울 식구 다 올라올까 싶기도 했는데, 애들 델고 오면 제가 집에서 일 못하는 데다
늘 휴일 마지막날 올라와버릇 했더니, 금방 돌아오기 싫어해서 남편이랑 아이 둘은 두고 저만 올라왔어요.



그랬는데 저희 어머니..

혼자 가봤자 라면밖에 더 끓여 먹겠냐면서
전, 귤, 감, 곶감, 문어 숙회, 들깨 강정 기타 등등..짐을 한보따리 싸주셨어요.
꼭 밥 챙겨 먹으라고요.
그래서 오늘 하루 종일 어머니가 싸주신 반찬에
삼시 세끼 잘 차려 먹었답니다.
저녁 먹고 있는데, 어머니께 전화 오네요. 
시누네 식구들 다 갔다고 너는 어떻게 잘 지냈는지, 일은 많이 했는지..하시면서요.
그래서 제가 어머님이 반찬 싸주셔서 잘 먹고 일도 많이 했다고 감사하다고 말씀 드렸네요.

명절 잘 지낸 이야기 보고 싶으시대서..
훈훈한 이야기..까지는 아니지만 이런 평범한 집도 있다는 말씀 전하고 싶어 글써봤습니다.^^

IP : 122.34.xxx.137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와우
    '18.2.17 8:13 PM (211.245.xxx.178)

    반전이네요.ㅎㅎ
    좋은 분들도 많으시지요.

  • 2. 부러움
    '18.2.17 8:15 PM (58.236.xxx.139) - 삭제된댓글

    부럽네요 친정갔다 다시 시댁가 조카사위 시누네 수발들기 바라는 분도 있는데.... 서로서로 복받으실거에여

  • 3. 퓨쳐
    '18.2.17 8:15 PM (114.207.xxx.67)

    이게 평범이죠.

    이런 평범이 진짜 평범될 때까지 홧팅!!!

  • 4. 좋아요
    '18.2.17 8:16 PM (220.85.xxx.210) - 삭제된댓글

    서로 안부를 묻는 전화가 부담스럽지않은
    그만큼 되는것이 얼마나 힘든지 다들 아실겁니다
    어머니도 원글님도
    후덕하십니다

  • 5. ㅇㅇ
    '18.2.17 8:18 PM (175.223.xxx.84) - 삭제된댓글

    원글님도 일도 음식도 잘하시나보네요.
    같은일을 해도 억울한게 있고 원글님처럼
    음식은 불이 해준다는 마인드 같기가 쉽지 않아요.
    부럽습니다.

  • 6. 부럽
    '18.2.17 8:18 PM (112.158.xxx.60)

    세상 젤부럽네요~^^

  • 7. ㅇㅇ
    '18.2.17 8:19 PM (175.223.xxx.84)

    원글님도 일도 음식도 잘하시나보네요.
    같은일을 해도 억울한게 있고 원글님처럼
    음식은 불이 해준다는 마인드 갖기가 쉽지 않아요.
    부럽습니다.

  • 8. 혼자
    '18.2.17 8:22 PM (122.34.xxx.137) - 삭제된댓글

    어젯밤에 와가지고 새벽까지 좋아하는 아이돌 영상 보면서 침대서 뒹구는데, 세상 편합디다. ㅋㅋㅋ

  • 9. ..
    '18.2.17 8:29 PM (113.173.xxx.193) - 삭제된댓글

    님도 잘하는 분이지만 며느리가 먼저 올라간다고 색안경끼고 보지않고 되려 걱정해주는 시어머니이기에 가능한 훈훈한 광경이지요
    저도 결혼 15년 명절연휴는 늘 꽉 채워서 시가에서 지냈는데 이유가 아이들때문이예요. 나름 교육이라고 할까요 이때 아니면 온갖 친척들 만나고 교류할 일이 애들한텐 거의 없으니까.
    근데 울시엄니는 님 시엄니와는 다른게 내가 아프거나해서 못내려가거나 하면 절대 안부전화해서 괜찮은지 따윈 안묻는다는거. 즉 며느리가 시가에 안오는거 이유가 어떻건 이해따윈 하고 싶지않고 기분나쁘다는거죠.
    그 뒤로 저도 대충합니다.

  • 10. ...
    '18.2.17 8:35 PM (220.70.xxx.101)

    그 어머니도 본성 거스르느라 힘드시네요

  • 11. 혼자
    '18.2.17 8:43 PM (122.34.xxx.137) - 삭제된댓글

    식구들 사이에 특히나 고부관계, 아님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에서는 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거리를 서로 인정해주고 터치하지 않는 건 성숙한 사이라고 생각이 돼요. 그런 면에서 본성을 거스른다고 하신 윗분..저는 그게 성숙한 관계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
    저희 어머니도 아마 속으로는 서운하셨을지 몰라요. 굳이 하루를 그거 뭐 얼마나 일을 한다고..하는 맘이 저라도 있을 거 같지만 내색 안 하시고 흔쾌히 보내주시더라고요. 저도 편하게 가겠습니다 말할 수 있는 관계여서 좋은 거고요.

  • 12. 혼자
    '18.2.17 8:46 PM (122.34.xxx.137) - 삭제된댓글

    식구들 사이에 특히나 고부관계, 아님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에서는 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거리를 서로 인정해주고 터치하지 않는 건 성숙한 사이라고 생각이 돼요. 그런 면에서 본성을 거스른다고 하신 윗분..저는 그게 성숙한 관계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
    저희 어머니도 아마 속으로는 서운하셨을지 몰라요. 굳이 하루를 그거 뭐 얼마나 일을 한다고..하는 맘이 저라도 있을 거 같지만 내색 안 하시고 흔쾌히 보내주시더라고요. 사람 맘이 다 내 맘 같지 않고, 내 형편 있듯이 네 형편도 인정하고 터치하지 않는 거 그런 게 성숙한 거 아닐까요?

  • 13. 혼자
    '18.2.17 8:50 PM (122.34.xxx.137) - 삭제된댓글

    식구들 사이에 특히나 고부관계, 아님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에서는 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거리를 서로 인정해주고 터치하지 않는 건 성숙한 사이라고 생각이 돼요. 그런 면에서 본성을 거스른다고 하신 윗분..저는 그게 성숙한 관계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
    저희 어머니도 아마 속으로는 서운하셨을지 몰라요. 굳이 하루를 그거 뭐 얼마나 일을 한다고..하는 맘이 저라도 있을 거 같지만 내색 안 하시고 흔쾌히 보내주시더라고요. 사람 맘이 다 내 맘 같지 않고, 내 형편 있듯이 네 형편도 인정하고 터치하지 않는 거 그런 게 성숙한 거 아닐까요?
    저는 이런 제 형편을 편하게 이야기하고 수용받을 수 있어서 정말 좋거든요.

  • 14. 혼자
    '18.2.17 8:51 PM (122.34.xxx.137) - 삭제된댓글

    식구들 사이에 특히나 고부관계, 아님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에서는 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거리를 서로 인정해주고 터치하지 않는 건 성숙한 사이라고 생각이 돼요. 그런 면에서 본성을 거스른다고 하신 윗분..저는 그게 성숙한 관계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
    저희 어머니도 아마 속으로는 서운하셨을지 몰라요. 굳이 하루를 그거 뭐 얼마나 일을 한다고..하는 맘이 저라도 있을 거 같지만 내색 안 하시고 흔쾌히 보내주시더라고요. 사람 맘이 다 내 맘 같지 않고, 내 형편 있듯이 네 형편도 인정하고 터치하지 않는 거 그런 게 성숙한 거 아닐까요?
    저는 이런 제 형편을 편하게 이야기하고 수용받을 수 있어서 시댁하고 관계가 싫거나 불편하지 않고 맘이 편하고 좋거든요.

  • 15. 혼자
    '18.2.17 8:51 PM (122.34.xxx.137)

    식구들 사이에 특히나 고부관계, 아님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에서는 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거리를 서로 인정해주고 터치하지 않는 건 성숙한 사이라고 생각이 돼요. 그런 면에서 본성을 거스른다고 하신 윗분..저는 그게 성숙한 관계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
    저희 어머니도 아마 속으로는 서운하셨을지 몰라요. 굳이 하루를 그거 뭐 얼마나 일을 한다고..하는 맘이 저라도 있을 거 같지만 내색 안 하시고 흔쾌히 보내주시더라고요. 사람 맘이 다 내 맘 같지 않고, 내 형편 있듯이 네 형편도 인정하고 터치하지 않는 거 그런 게 성숙한 거 아닐까요?
    저는 이런 제 형편을 편하게 이야기하고 수용받을 수 있어서 시댁하고 관계가 싫거나 불편하지 않고 맘이 편하고 좋은 거 같거든요.

  • 16. .....
    '18.2.17 8:56 PM (218.237.xxx.50)

    시어머님이 치매로 요양원에 계세요
    명절때마다 친정 안보낼려고 상상이상의 행동도 많이
    하셨는데 이젠 며느리가 만들어오는 음식만 반가워서
    빨리 달라고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명절엔 몸은 편했지만 마음은 씁쓸했어요

  • 17. ㅡㅡ
    '18.2.17 8:58 PM (125.178.xxx.69)

    ...

    '18.2.17 8:35 PM (220.70.xxx.101)

    그 어머니도 본성 거스르느라 힘드시네요

    ----
    이런 인간들은, 원글님 같은 상황이라도
    무겁게 뭐 싸준다고 지랄할 듯.
    그러고 살아라 인간아

  • 18. 본성이라..
    '18.2.17 9:07 PM (112.164.xxx.198) - 삭제된댓글

    참 여러사람 못 겪어본 사람인듯.. 자기가 아는게 다가 아닙니다.
    울 시어머니랑 성격이 참 비슷하시네요. 시집살이 고되게 하신 분이신데 저한테는 참 잘해주세요.
    시댁 불편한 것도 잘 아시고.. 반찬 막 싸주시고 그런 스타일 아니신데 (저도 받아가기 싫어하는 스타일)
    저 아플 땐 남편한테 죽도 들려보내시고 그러세요. 전 일 있으면 혼자서도 시댁가서 잘 눌러붙어 논답니다;;

  • 19. 어머님
    '18.2.17 9:21 PM (124.53.xxx.190)

    정말 좋은 분이시네요.
    그 정도의 시집이라면. . 시댁이라고 불러도
    안 아깝죠.
    시누이의 방문도 반가울 것 같아요.
    원글님 사연 너무 포근하고 좋아요.

    동서 한 명은 부부가 해외갔고
    막내동서랑 전부치고 있는데
    시모 거실 전기장판에 누워서 아. . 심심하다
    심심하다를 연발하고 계시다 스마트폰으로
    한 게임 하시대요.
    다음 날 차례음식 제기에 담는데 소파에 누워서
    다리 꼬고 있으면서 니들이 참 바쁘구나 하시길래
    어머님 그럼 고기만 좀 놔 주실래요. 하니
    싫어라며 고개를 젓더라구요.
    열심히 음식 나르던 남편이 화 나서. .
    어머님께 한 소리 하는데도 꿈쩍을 안 하더군요.
    평생을 그렇게 사신 분도 있어요.

  • 20. 본성
    '18.2.17 9:28 PM (220.70.xxx.101)

    좋은 분이시고 그렇게 대해주시는 것에 감사드리지요.
    하지만 내 어머니가 아니라는 것은 알아야한다는거지 딴지 거는 것은 아니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95940 부산 탈모병원 7 부산 2018/04/02 1,698
795939 스타벅스 카드, 사이즈업 질문이요.. 4 ... 2018/04/02 3,462
795938 친정엄마 혼자 사시는분들은 다들 건강하신거죠? 5 그게 2018/04/02 2,355
795937 데릴사위 오작두에서 질문 2 ?? 2018/04/02 1,318
795936 으아~ 요즘 내강쥐 털 무섭게 빠지네요!!ㅜㅜ 4 ㅇㅇ 2018/04/02 878
795935 비트 왁스재모 태잎 어디서파나요? 2 .. 2018/04/02 419
795934 진짜 안속이고 괜찮은 흑염소 좀 추천부탁드려요 4 에고고 2018/04/02 1,401
795933 '미친개 발언' 경찰 분노 여파 계속…장제원에 18원 후원 릴레.. 3 ㅇㅇ 2018/04/02 1,345
795932 요새는 무슨 김치를 담가야 하나요? 20 .. 2018/04/02 3,865
795931 목디스크 - 걷기운동? 필라테스? 도움이 될까요? 4 운동 2018/04/02 3,769
795930 위안부 할머님들이 만드는 가방이 뭐죠? 3 둥둥 2018/04/02 1,044
795929 저 먹구름봐 니 미래다...(생민에게) 2 명수옹 2018/04/02 3,546
795928 지방분해제 먹으니까 1 000 2018/04/02 2,710
795927 청소기 새로 마련해야할래나봐용 추천부탁드립니다. 5 청소기 2018/04/02 1,058
795926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사내 성희롱 문제에 칼을 뽑아들었다? 18 기레기아웃 2018/04/02 4,298
795925 무나물 맛있게. 하는 비법 부탁드려요 9 반찬힘들어요.. 2018/04/02 2,583
795924 검찰, MB 조사 거부로 옥중조사 3번째 시도도 실패 5 헐! 2018/04/02 716
795923 TV프로그램 자동 플레이 2018/04/02 223
795922 급질)한글에서 자판칠때요 3 ........ 2018/04/02 585
795921 혹시 요가동작이나 자세 잘 아시는 분 있으신지... 15 요가 2018/04/02 2,035
795920 밀알 이인제슨생 2 ㄷㅈ 2018/04/02 641
795919 블로거 구매대행은 다시는 안할래요 5 구매대행 2018/04/02 4,605
795918 미세먼지 이런 날에는 카페서 앉아있는 것도 안 되겠죠........ 1 프리랜서1 2018/04/02 831
795917 영화 기대에 못미쳤는데 원작을 봐야겠지요? 4 7년의 밤 2018/04/02 868
795916 하와이 마우이 카운티 북미평화협상 지지 결의안 만장일치 통과 light7.. 2018/04/02 444